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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 시인 "젊은 날의 시, 다시 보니 '벌거벗은 나'"

등록 2026.10.30 07:00:00

시선집 '처음 슬픔이 깨어날 때' 출간…20~30대 시 55편

육체로 통과한 시대상 비춰…"온 몸으로 피 흘린 시대"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문정희 시인이 지난 4월 28일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6.10.29.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문정희 시인이 지난 4월 28일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6.10.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1969년 여고생 최초로 시집을 출간한 시인 문정희(79). 등단 후 올해로 시력(詩歷) 57년을 맞은 그가 젊은 시절 시대를 문학적 언어로 풀어낸 시들을 모아 시선집 '처음 슬픔이 깨어날 때'(달)를 펴냈다.

시선집 속 작품은 시인 20~30대에 쓴 여성의 삶과 사랑을 담고 있다. 후배 시인 이병률이 문정희의 젊은 날의 시를 한 데 엮었다. 시집 '새떼', '혼자 무너지는 종소리', '찔레' 등에서 총 55편의 시를 선정했다.

약 40년 전 쓰인 시들은 부자유와 모순, 위험으로 가득했던 시대를 온몸으로 받아낸 흔적을 보여준다. 시대를 통과하며 쓴 시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한 울림을 전한다.

문정희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시선집에 대해 "마음이 아릿하다. '이렇게 내가 벌거벗었구나'를 새삼 느끼게 된다"며 "하지만 그런 만큼 오늘날까지 (시가) 살아 있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시대는 시인의 시적 언어를 길어 올리는 영감이었다.

"슬프고도 찬란한 내 모국어는/밤마다 숲을 흔들며 날고 있었다//가령/어느 완강한 팔목이 와서/우리의 숨통을 막고/부자유의 오랜 장마 속으로/우리를 집어넣었을 때도//우리는 여윈 몸을 비틀며 어두운 망루에 서서/절대의 호흡으로 떠밀리고 있었다//(중략) 참으로 목이 타게 기다렸던/우리 마음의 혀/순은의 펜으로 때리는 종소리가 일어서고 있다" ('순은(純銀)의 펜으로 - 이 땅의 시인을 위하여' 중)

"더 나아갈 수도/돌아설 수도 없는 무한 천공/나는 벽도 없이 벽에 갇혀 있어요//나를 날려보내주세요/버려주세요" ('어느 자화상' 중)
[서울=뉴시스] '처음 슬픔이 깨어날 때' (사진=달 제공) 2026.10.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처음 슬픔이 깨어날 때' (사진=달 제공) 2026.10.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문정희는 "나름의 어떤 새로운 나의 언어, 시대를 차용하는 깊이를 두려고 애썼던 흔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가 살아온 지난 시대와 그 시대를 통과한 젊은 한 시인, 그리고 이를 바라본다"고 말했다.

당시 시적 공간 속에서 나타난 화자의 모습은 폭풍의 시대를 견디는 모습이 드러난다.

"왜 이렇게 힘들지?/나는 갈수록 모르겠어//축복은 고통의 보자기에 싸여 온다고?/생애를/아니, 그렇게 거창하게 표현할 것도 없어/시간을/지속적으로 채울 수 있는 것이/일밖에 없다는 것이 기막히군" ('삶의 옆구리' 중)

문정희는 오늘날 이 시선집을 읽는 독자에 "한 젊은 시인이 문학이란 것에 매몰되지 않고, 작위적인 시어(詩語)와 달리 온몸으로 피 흘린 시대를 생생하게 공감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대의 아픔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시간을 통과한 시인의 삶과 언어를 보여준다.

"잘 가거라, 나비야/살아서는 더운 피로 사랑한다/어느 날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는 것은/아무래도 가슴 벅찬 축복이구나" ('잘 가거라, 나비야' 중)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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