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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대구은행, 알고 당했나? 모르고 당했나?

등록 2021.03.02 14:29:23수정 2021.03.02 22:3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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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스페셜라이즈드뱅크 부지매입비 130억 날릴 위기



DGB대구은행

DGB대구은행


[대구=뉴시스] 나호용 기자 = 알고 당했나, 모르고 당했나.

DGB대구은행이 손자회사인 캄보디아 스페셜라이즈드 뱅크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현지 은행건립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거액을 떼일 위기(뉴시스 2월25일 보도)와 관련, 고의성이 여부와 단순 과실인지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1204만8000달러(약 133억원)를 건낸 시점과 부지 매입비가 시세보다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점이다.

대구은행 여신협의회가 토지매입 명목으로 288억원(총 320억원 중 90%)의 여신을 결의한 시점은 작년 5월12일이다.
이후 이사회 결의 등 각종 절차를 일사천리로 진행, 5일 후인 5월18일 DGB 스페셜라이즈드 뱅크에서 캄보디아 현지 브로커에게 1204만8000달러를 일괄 지급했다. 통상적으로 캄보디아 총리실 승인서가 발급되면 구매 대금의 70%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준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대금을 지급한 시점은 대구은행의 캄보디아 스페셜라이즈드 뱅크가 특수은행에서 상업은행으로 승격된 10월보다 5개월 전이다. 부지매입을 이토록 서두른 이유가 분명하지 않은 것이다.

현지 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대구은행이 매입하려한 부지의 당시 시세는 ㎡당 7800∼8000달러로 추정됐다.

해당 부지는 캄보디아 산림청 소유로, 2019년 현지 부동산 시장에 매물로 나와 매각 예정가가 이미 지역 사회에 알려져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시 현지 부동산 브로커들이 내놓은 매매대금과 대구은행이 매입키로 한 비용 사이에 큰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또한 대구은행이 2019년 해당 부지 매입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져 사실 확인도 필요한 상황이다.

 캄보디아 현지 상황에 밝은 여러 관계자들은 특수은행에서 상업은행으로 승격하려면 상당한 비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계약 방식과 상대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지 부동산 거래 시 정부 소유 부동산의 경우 캄보디아 총리실의 승인서인 서저널을 발급 받아야 한다. 그렇지만 대구은행은 해당 승인서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부지매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상대도 캄보디아 정부가 아닌 현지 부동산 브로커였다. 브로커가 해당 부지 매입에 실패한 후 서저널을 받지 못한 후 다른 행정서류를 서저널과 같은 효력이 있는 것처럼 주장했고, 문제를 인지하고도 DGB 스페셜라이즈드 A부행장과 DGB글로벌 B부장이 대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시 DGB 스페셜라이즈드 은행장이 일련의 부지 매입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으나, 대구은행은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에 대한 대구은행의 대처 등 최근 행보를 지켜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대구은행은 이번 사태가 외부로 알려진 지난달 25일 이후 이러한 사실을 신속히 공개하면서 현지 부동산 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꼬리자르기와 더불어 이번 사태의 본질을 획정하려는 의도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까지 팩트인 캄보디아 현지 은행부지 매입과 관련, 캄보디아 브로커에게 1200만달러를 건낸 것과 부지매입이 이뤄지지 않은 점은 인정했다. 이어 성사되지 못한 부지매입 대금 반환과 함께 대체 부지매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보도자료를 통해 알렸다.

부지매입 대금과 과정 등 책임소재 등에 대한 안내는 없이 '단순 사기성' 사건으로 정리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분석이다.

거액을 집행하는 과정에 이사회 의결 등을 거쳤다고는 하지만 해당 건의 결재라인은 물론 최고 결재권자의 책임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구은행이 이 문제의 확산 등 봉합을 서두르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지역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달로 예정된 DG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이들 관계자는 DGB금융지주 김태오 회장의 경우 취임과 함께 종전의 영업방식이 아닌 역외영업 확대 등 대구은행의 글로벌 역량 강화에 각별한 공을 들였고, 캄보디아 스폐셜라이즈드 뱅크의 상업은행 라이선스 취득 등에 속도를 내는 등 무리한 실적쌓기에 따른 에러로 진단했다.

실제로 이 사태가 원만하게 수습되지 못하고, 건네진 매매대금 130여억원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하이투자증권이 작년에 이뤄낸 이익금 모두를 까먹는 경우가 되기 때문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비자금 조성에 따른 은행장 사법 처리라는 초유를 사태를 겪은 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또다시 대형 사건으로 번질 경우 대구은행의 이미지는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이다"면서 "이번 사태를 불러온 직원은 물론 결재라인의 책임자와 최종 결정자가 책임을 지는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지 고민해 봐야할 때"라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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