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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우의 작가만세]천선란 "SF소설은 돈 걱정 없고 무한 재미...외계인? 당연히 있죠"

등록 2022.07.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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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대상 수상 데뷔

두번째 SF 소설집 '노랜드' 출간…차기작도 외계인 소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소설 '노랜드' 작가 천선란이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2.07.0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소설 '노랜드' 작가 천선란이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2.07.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소설은 제작비가 안 들잖아요."

SF소설가 천선란은 SF소설의 장점을 쿨하게 말했다. "돈 걱정 없이 스케일 큰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장"이라는 것.

지난 6월 출간한 SF 소설집 '노랜드'도 제작비 걱정 없이 원하는 이야기를 풀어냈다. 늑대인간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좀비, 외계인, 가상세계까지 소재도 다양하다.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후 SF소설 '천 개의 파랑', 소설집 '어떤 물질의 사랑' 등 꾸준히 과학 소설을 써내고 있다.

제작비가 들지 않는 것도 좋지만 "SF 세계를 상상하는 게 재미있고 이를 이야기로 쓰는 것도 재미가 있다"고 했다.

"범지구적 문제를 이야기할 때 개인이 가진 고민이 되게 사소하게 느껴져요. 저는 그게 재미있어요."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소설 '노랜드' 작가 천선란이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2.07.0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소설 '노랜드' 작가 천선란이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2.07.02. [email protected]


커지는 SF 시장…"기회의 장 늘어나고 있어요"

"본인이 쓰고 싶은 걸 쓰면 얼마든지 기회가 있어요."

SF 시장이 커지고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상물이 많아지며 작가 지망생에게는 기회의 장이 열렸다. 네이버 시리즈, 카카오페이지 등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이 지원할 수 있는 공모전이 늘어나고 있다.

천선란도 이러한 흐름의 수혜를 받은 사람 중 하나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문예창작과를 전공하며 순문학을 써봤지만 신춘문예에는 번번이 떨어졌다. 대학원을 다니며 웹소설을 써볼까 했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이 공모전이었다.

"웹소설을 쓰려고 고민할 때 한 강연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걸 써야 유행을 선두해 나갈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천선란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SF라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외계인, 좀비 등 그의 관심사는 웹소설보다는 장르소설 쪽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공상과 망상을 즐겨하던 아이"였다고 했다. 학창 시절에도 지금 교실에 무슨 일이 일어나면 어떨까 하는 식의 엉뚱한 생각을 자주 했다.

주변 친구들이 그런 상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챌 때 그는 이미 만화를 그리고 글을 쓰고 있었다.

"만화는 그만뒀어요. 그림에 소질이 없더라고요.(웃음)"

순문학이 주류 문학이라는 인식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그가 대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신춘문예 등단이 중요했지만 콘텐츠가 다양해지고 웹소설 시장도 커지며 장르문학과의 경계가 무의미해졌다. 천 작가는 서점에 'SF소설'칸이 따로 생긴 것도 반갑다.
[서울=뉴시스] 노랜드 (사진=한겨레출판 제공) 2022.07.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노랜드 (사진=한겨레출판 제공) 2022.07.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SF는 디스토피아에도 살아가는 인물 이야기…"차기작도 외계인 소설"

"아주 어색한 만남이 될 것이다. 같은 종족의, 같은 나이였던 두 소녀는 70년 후 늑대와 할머니로 만나게 될 테니까. 그렇지만 강설은 기다릴 만하다고 생각했다. 모래 알갱이보다 작아서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겠지만 그래도 쳐다보는 곳 어딘가 명월이 살아 있다고 생각하면, 영원히 떠난 사람들을 그리워했던 시간에 비해 훨씬 기다릴 만했다."(수록작 '흰 밤과 푸른 달' 중에서)

'노랜드'의 대부분의 이야기는 디스토피아를 그렸다. 그럼에도 마냥 절망적이지는 않다. 천선란은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든 살아가는 인물들을 그려냈다.

"SF에선 해피엔딩이 이야기를 지속시켜준다고 생각해요. 마지막 페이지에서 '그렇게 다 멸망했습니다'가 오히려 이야기를 완결시키는 느낌이잖아요."

그는 이번 책을 통해 어떤 상황이라도 그저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담았다. 외계인이 침공하고 환경오염으로 지구가 멸망해도 버티는 인물이 이를 대변한다. 살아야 하는 이유를 붙이는 것이 삶을 더 힘들게 만든다는 생각이다.

 외계인이 지구에 침공해 인류가 위기를 겪는 이야기가 특히 많다. 작가는 외계인이 존재한다고 믿는걸까?

"소설 속 외계인 같지는 않겠지만 저는 있다고 믿어요."

이야기를 쓰기 위해 과학 공부를 한 작가는 인류가 우주를 통틀어 시초의 생명체에 가까울 것 같지만 외계에도 인류와 비슷하게 팔다리가 있는 존재가 생겨났다고 믿는 편이다.

차기작도 외계인 소설이다. 이번에 등장하는 외계인은 장편소설 '나인'과 결이 비슷하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소설 '노랜드' 작가 천선란이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2.07.0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소설 '노랜드' 작가 천선란이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2.07.02. [email protected]



많아지는 SF 소설…"독자들 이해 높아져 이야기 쓰기 좋아졌다"

"우주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우주를 떠올릴 때마다 고요한 그곳에 홀로 시끄럽게 돌고 있는 지구가 좋았다. 밖은 저토록 조용한데 이 안은 지나치게 시끄럽고, 지나치게 피곤하고, 지나치게 빠르게 흐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평생 좋아하는 노래만 듣다 죽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작가의 말' 중에서)

SF소설이 많아지고 있지만 천선란은 경쟁의 부담보다는 이득이라고 했다. 독자들이 SF에 익숙해져 이야기를 풀어갈 때 지나치게 설명해야하거나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어떤 소재가 떠오르면 그게 현대 의학이나 과학에서 어느 수준까지 올라왔나 확인해요. 거기에 상상력을 덧붙여 이야기를 만들죠."

미래에 기술이 발전해 인공지능이 소설을 쓰게 될까 걱정이 되지는 않을까?

천선란은 심너울 작가의 말을 인용하며 자조적인 농담을 던졌다. "소설가는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소설은 돈이 안 되니까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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