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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위한 변론...김재련 변호사 '완벽한 피해자'

등록 2023.03.2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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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완벽한 피해자'. (사진=천년의상상 제공) 2023.03.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완벽한 피해자'. (사진=천년의상상 제공) 2023.03.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피해자가 진술하면서 울지 않았다고 해서 성폭력이라는 팩트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년간 여성 인권을 위한 변론을 해온 김재련 변호사가 에세이 '완벽한 피해자'(천년의상상)를 냈다. "성폭력에 대한 견고한 편견에 균열을 내고 싶어 책을 썼다"고 밝힌 김 변호사는 피해자들과 함께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지난날을 돌아봤다.

스트레스 때문에 직장을 바로 그만둔 사람, 아무렇지 않은 듯 직장생활하고 가족들에게조차 말하지 않은 사람, 가해자 측의 형사합의 의사를 전달하면 혹시 변호사가 상대방과 모의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피해자… 성폭력과 가정폭력 등 여성 인권 관련 변론을 1000건 넘게 맡았던 그는 피해자들 중 같은 모습을 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강조한다.

"피해자들은 모두 자신의 존엄을 지켜내기 위해 성폭력에 대한 편견을 무릅쓰고 용기를 낸 사람들"이라며 사건 이후의 삶은 피해자의 상황·성향·기질에 따라 다르게 펼쳐지는 것을 보여주고 '피해자다움'에 대한 허상을 깬다.

'피해자라면 성폭력 피해 입은 후 가해자 집에 놀러 갈 수 있겠어?', '피해자라면 그다음 날 친구들이랑 나이트 가서 놀 수 있겠어?', '피해자라면 그런 일 겪고 SNS(소셜미디어)에 활짝 웃는 사진 올릴 수 있겠어?' 등이 모두 양립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여러 사건을 통해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편견들도 반박한다. 가해자의 의도·상황을 우선 이해하려고 하고, 피해자에게만 피해 사실 증명을 강요하는 '가해자 중심주의'에서 벗어나야 하고, 성인지 감수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때 성인지 감수성은 피해자 말을 무조건 믿어주라는 게 아니다. 성과 관련된 사건을 상담하거나 수사하거나 재판하는 사람은 특정 단어나 장면을 근거로 판단하지 말고, 그런 말이나 행동을 하게 된 '앞뒤 맥락'을 꼼꼼히 살펴보라는 의미다.

김 변호사는 "많은 피해자들이 어렵사리 용기 내어 가해자를 고소한 이후 벌어지는 상황을 보고 자책하는 걸 자주 봐왔다"며 "자책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당부한다. "가해자의 잘못을 말하고 제대로 처벌해 달라는 것은 당신의 권리다. 자책은 가해자의 몫이어야 하며, 당신이 할 일은 용기 있는 결정을 한 당신 안의 그녀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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