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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근무환경 왜 열악한가…"95%가 외주 하청업체"

등록 2020.03.11 15: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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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프로그램, 장비 탓 재택근무 불가능해

말을 많이 하는 탓에 마스크 착용도 어려워

일부 업체는 코로나19 관련 조치 아예 없어

"하청업체들이기 때문에 조치 안 하는 것"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10일 오전 건물 근무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로 확인돼 건물을 폐쇄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 입구에 설치되어 있다. 2020.03.10.  mspark@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10일 오전 건물 근무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로 확인돼 건물을 폐쇄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 입구에 설치되어 있다. 2020.03.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최현호 기자 = 서울 구로구의 한 보험사 콜센터에서 무더기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이 나온 가운데, 콜센터 상담 노동자들의 근무환경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상담 노동자들은 많은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일을 하면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11일 콜센터업계에 따르면 상담 노동자들은 코로나19사태에도 불구, 콜센터 근무 프로그램 및 장비 탓에 재택근무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집에서 근무를 하려면 녹음 등 업무를 위한 각종 프로그램과 장비 등이 필요한데, 콜센터 업체들이 여기에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권 콜센터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상 정보유출 가능성이 있어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한 콜센터 상담 노동자는 "컴퓨터 설치하고 연결되는지 보고 드는 시간이 있으니 투자하려고 하질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콜센터 상담 노동자 A씨는 "다른 곳은 모르겠지만 우리는 고객정보보호 때문에 (불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일할 때 말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마스크를 쓸 수 없다는 점에 대해서 토로하기도 했다.

A씨는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상담원들은 숨도 차고, 안경 낀 직원들은 습기도 찬다"면서 "또 고객들이 조용한 곳에서 전화를 하는 경우가 많지가 많기 때문에, 예를 들어서 도로나 지하철에서 하기 때문에 안 들리면 왜 그렇게 말을 하냐고 화를 내시는 경우도 많다"고 언급했다.

A씨는 뉴시스와 통화 도중 "(상담원) 헤드셋이 전화 음량하고 큰 차이가 없다"면서 마스크를 쓰고 말했을 때 들리는 먹먹한 소리를 들려주기도 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콜센터지부(콜센터지부) 관계자는 "8시간 동안 계속 말을 해 보면 완전히 다 침으로 젖어버린다. 게다가 전달도 잘 안되고, 고객이 욕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10일 오전 건물 콜센터 근무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로 확인돼 폐쇄된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입주민이 줄을 서 검사를 받고 있다. 2020.03.10.  mspark@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지난 10일 오전 건물 콜센터 근무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로 확인돼 폐쇄된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입주민이 줄을 서 검사를 받고 있다. 2020.03.10. [email protected]

일부 콜센터의 경우 아예 세정제나, 마스크 지급 등 회사 차원의 코로나19 관련 조치를 거의 하지 않는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지역의 한 콜센터는 코로나19 확산 초반에 몇번 세정제와 마스크를 지급하다가, 최근 몇주 사이에는 전혀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곳 콜센터 상담 노동자는 "지난주와 지지난주에는 전혀 받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콜센터 업체들이 코로나19에 대해 허술하게 대응하는 건 이들 대부분이 하청업체라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한 콜센터지부 관계자는 "콜센터들에 다 외주를 주는 목적이 비용을 절감하려고 주는 건데, 원청사가 돈을 들여서 그렇게 할바에는 직고용을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서울시 다산콜센터와 일부 공공기관 콜센터를 제외한 전국 95% 이상의 콜센터가 하청업체들이다.

지난 10일 콜센터지부는 성명을 내고 "원청사와 재계약을 해야 하는 콜센터 업체는 업무에 차질을 주지 않아야 하니 노동자의 건강을 위한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수 없다"면서 재택근무와 마스크·세정제 지급 등 상담 노동자들의 건강권 보장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구로 콜센터 관련 확진자 90명 중 77명은 콜센터 직원이다. 콜센터가 있는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은 지하 6층, 지상 19층 규모의 건물이다. 확진자가 발생한 콜센터는 7~9층과 11층에 있으며 직원 규모는 760명 정도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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