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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K-99' 기대 못놓는 이유…"초전도성 일부 구현되는데..."

등록 2023.08.07 17:49:57수정 2023.08.07 18:4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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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도체 특성인 無저항+반자성…미·중 연구진 일부 구현

韓 검증위·美 아르곤 연구소 등 실험 계속…향후 1~2주 분수령

[서울=뉴시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상온 초전도체 주장 물질 'LK-99' 연구에 참여한 김현탁 미 윌리엄앤드메리대 연구교수가 LK-99의 상온 초전도 현상을 입증할 새 영상을 인용 보도했다. (사진=뉴욕타임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상온 초전도체 주장 물질 'LK-99' 연구에 참여한 김현탁 미 윌리엄앤드메리대 연구교수가 LK-99의 상온 초전도 현상을 입증할 새 영상을 인용 보도했다. (사진=뉴욕타임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우리나라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힌 상온 초전도체 'LK-99'를 두고 기대와 의구심이 모두 쏟아지고 있다. 국내외 연구진들이 LK-99 재현에 몰두하면서 일부 초전도체 특성을 구현했다는 보고도 나오고 있다. 학계에서 완전히 기대를 놓지 못하는 이유다.

7일 학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와 오근호 한양대 명예교수팀이 지난달 22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LK-99 관련 논문 2편을 게재한 이후 전세계에서 재현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LK-99 재현을 성공한 곳은 없다. 다만 학계에서는 미국, 중국 등의 일부 연구진이 합성한 물질에서 초전도체 특성을 일부 구현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LK-99  도전 11곳 중 7곳 결과 발표…미·중 연구소 3곳서 초전도성 일부 구현

현재 아카이브에 공개된 LK-99 제조법의 핵심은 흔한 물질인 구리와 납을 굽고 화학처리해 상온 초전도체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연구 방식을 보면 산화 납과 황산 납을 혼합해 725℃ 온도에서 하루 동안 구워 라나카이트를 제조하고, 라나카이트에 다시 구리와 인 분말을 섞은 뒤 48시간 동안 구워 인화구리를 만들게 된다. 이후 라나카이트와 인화구리를 분말 형태로 만든 뒤 진공 상태에서 다시 925℃에서 구워내면 LK-99가 탄생하게 된다.

당초 초전도체는 절대영도 수준의 낮은 온도나 초고압에서만 구현됐으나 이를 실생활이 가능한 30℃, 1기압(상압)에서 구현해냈다는 주장이다.

LK-99 재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상온상압에서 전기저항이 '0'이고, 마이스너(반자성) 효과에 의해 자력이 있는 물체가 다가갔을 때 공중에 뜨는 자기부상 효과가 나타나야 한다. 또한 아카이브에 공개된 논문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했을 때 상온 초전도체가 똑같이 구현돼야만 LK-99가 '진짜'임을 인정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서울=뉴시스] 한국초전도저온학회 LK-99 검증위원회는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지금까지 공개한 논문과 동영상을 근거로 할 때 LK-99가 상온 대기압 하에서 초전도성을 유지하는 물질이라고 확정할 수 없다"고 4일 밝혔다. 김현탁 미 윌리엄앤드매리대학 연구교수가 지난달 26일 공개한 LK-99 영상 (사진=김현탁 교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한국초전도저온학회 LK-99 검증위원회는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지금까지 공개한 논문과 동영상을 근거로 할 때 LK-99가 상온 대기압 하에서 초전도성을 유지하는 물질이라고 확정할 수 없다"고 4일 밝혔다. 김현탁 미 윌리엄앤드매리대학 연구교수가 지난달 26일 공개한 LK-99 영상 (사진=김현탁 교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의 과학전문매체 라이브사이언스에 따르면 현재 LK-99 재현 실험은 전세계에서 11번이 시도됐고, 결과가 발표된 곳은 7곳이다. LK-99 재현에 성공한 곳은 없지만 약 3곳의 연구소에서는 LK-99와 유사한 특성을 띄는 물질을 만들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와 중국 화중과학기술대학교가 합성한 물질에서는 마이스너 효과와 비슷한 자기부상 현상이 나타났다. 중국 둥난대학교에서는 영하 약 163℃ 수준에서 유의미한 수준의 저항 감소를 보이는 물질을 합성해냈다고 밝혔다.

기존의 초전도체들은 상압 기준 영하 200℃보다 낮은 환경에서 초전도성을 보였다. 둥난대의 연구가 사실일 경우 상온 초전도체에 한발 다가갔다고 평가할 수 있는 진전을 보인 셈이다.

이들 3곳 외에 나머지 4곳의 연구소에서는 이처럼 일부 유사한 초전도성조차도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LK-99 재현에 실패한 인도 국립물리연구소 측은 "샘플에 유입된 불순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 것일 수 있다"며 "납 아파타이트의 1차원 사슬에서 구리를 통해 납을 부분적으로 바꿔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美 위성개발기업이 '반자성 물질 합성' 주장하기도…국내외 검증 시도는 'ing'

라이브사이언스의 언급 외에 미국의 위성개발기업 '바르다 스페이스' 등도 LK-99 재현을 주장하기도 했다. 바르다 스페이스의 연구진인 앤드류 맥칼립은 초전도체처럼 반자성을 띈 듯 공중에 부양하는 물질이 담긴 영상을 SNS에 공개했다.

그는 "자석으로 합성 물질을 끌어당길 수 없었고, 물질을 고정시킨 뒤 자석을 갖다대니 180도 회전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성급히 결론을 내릴 순 없지만 이상한 자기성을 지닌 이 물질에 대한 추가 실험을 진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전기저항 0 혹은 반자성을 각각 띄는 물질은 속속 나타나고 있으나, 두 성질을 모두 지닌 물체는 여전히 소식이 없다. 상온 초전도체 LK-99 재현이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의 위성개발기업 '바르다 스페이스'의 연구진이 반자성을 띄는 물질을 합성했다고 주장하며 게시한 영상. (사진=Andrew McCalip 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의 위성개발기업 '바르다 스페이스'의 연구진이 반자성을 띄는 물질을 합성했다고 주장하며 게시한 영상. (사진=Andrew McCalip 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국내에서도 LK-99에 대한 검증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가 만든 LK-99 검증위원회는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에 LK-99의 샘플을 요구한 상태다. 이와 동시에 고려대, 성균관대, 서울대 등 연구소에서도 LK-99 재현 실험이 자체 진행되고 있으나 재료 수급 문제로 수주 이상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세계 최고의 연구소 중 하나인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도 지난주께부터 LK-99 재현 연구를 시작했으나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아르곤 연구소 소속 과학자인 마이클 노먼은 "(아카이브 게재) 논문을 읽는다면 과학을 잘 모르더라도 잘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연구진들에게 무언가 결과를 내놓으라는 많은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LK-99 개발 주역인 퀀텀에너지연구소도 현재 미국물리학회지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APL 머티리얼즈'에 논문을 투고하고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 또한 최대 한달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은 논문 심사 이후 LK-99 샘플 공개 및 설명회 개최 등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다른 연구진이 LK-99 재현에 성공하든,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이 직접 LK-99의 진위를 증명하든 이달 내에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 여전히 국내외 연구진들이 재현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만큼 빠르면 1~2주 내에 진위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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