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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대한민국 상위 1%와 1000만 영화

등록 2016.01.07 10:37:20수정 2016.12.28 16:2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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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아

【서울=뉴시스】신진아 기자 = 1년에 2억명이 영화를 보고, 1000만명이 본 영화가 매년 2~3편씩 나온다. 하지만 빛이 강할수록 어둠도 짙다. 양극화로 몸살을 앓는 것은 영화계라고 예외는 아니다.

 2015년 박스오피스 데이터(1월1일~12월31일 기간별 박스스오피스)를 보면, 1000만명이 본 영화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암살’ ‘베테랑’ 등 3편이다. 반면 딱 1명만 본 영화는 무려 233편이다. 또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하나가 무려 1843개 스크린에서 상영됐는데, 전체 개봉작의 41%는 1개 스크린에 걸렸을 뿐이다.

 영화시장분석가 김형호씨에 따르면, 2015년 개봉작 1208편 중 ‘1명 영화’는 233편으로 역대 최다다. 2014년 21편 대비 11배 증가했다. 비중은 전체 개봉작의 19%로 역대 최고다. 물론 이 ‘1명 영화’에는 숨겨진 사정이 있다. IPTV용으로 풀기에 앞서 배급사가 형식상 1회차 단관 개봉한 것이다(전체의 80%가 청소년관람불가였다) 

 딱 1회만 상영한 영화도 있다. 역대 최다인 1010편인데. IPTV용과 영화제 상영작까지 모두 포함된 것이다. 그 가운데 500편이 2015년 개봉작이다. 즉, 개봉작 10편 중 4편이 1회만 상영한 후 종영된 것이다. 반면 ‘베테랑’은 19만9231회 상영됐다. 올해 가장 많이 상영된 영화다.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의 20만3400회에 이어 역대 2위 기록이다.

 1개 스크린에서 상영된 ‘단관영화’는 538편이다. 전체 개봉작의 41%다. 2014년 359편에서 무려 50%나 늘었다. 2011년 91편, 2012년 172편, 2013년 246편, 2014년 359편으로 매년 증가세다. 이들 ‘단관영화’의 총관객수는 54만5020명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요괴워치’(55만924명) 1편이 모은 총관객수에도 못 미친다. 

 보통 상업영화 흥행성공의 기준을 100만명으로 본다. 영화 제작비에 따라 100만명이 들어도 적자일 수 있지만 통상 100만명이 들면 투자배급사는 이를 널리 알린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렇다면 100만명이 든 영화는 몇 편일까. 이번에는 기준을 상영작으로 삼았다. 그래야 지난해 12월 개봉해 올해 1000만 관객을 모은 ‘국제시장’같은 흥행대작부터 ‘나쁜나라’같은 독립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저예산영화, 그리고 재개봉한 외화 ‘빽 투 더 퓨처’까지 다 포함된다.

 개봉작의 약 3배인 총 3438편 중 100만명 이상 든 영화는 고작 47편이다. 전체의 1.37%에 불과하다. 100만이 들면 상위 1%에 드는 것이다. 이 1.37%는 전체 관객수의 81%를 차지했다. 100만명 이상이 관람한 작품의 최소 스크린수는 500개다. 그런데 500개 이상을 확보한 상영작은 단 2%(69편), 2015년 상영된 영화 중 69편만 스크린 500개를 잡은 것이다. ‘배급전쟁’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닌 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비상업영화를 최대한 덜어봤다. 먼저 단관 개봉한 영화를 제한 뒤 100만명 이상이 들고 최소 500개 이상 스크린에서 개봉한 영화를 살폈지만, 그래 봤자였다. 45편으로 전체의 5%로 조사됐다. 관객이 멀티플렉스에서 보는 상업영화는 대략 전체의 5%가 피 튀기며 경쟁한 결과인 것이다. 나머지 95%는 관객들에게 제 이름조차 건네지 못한 채 조용히 등장했다 사라진 셈이다.

 하긴 이 5%의 경쟁도 불꽃이 튄다. 2015년 개봉작 중 1000만 배우 류승룡과 ‘100억 소녀’ 수지가 주연한 영화 ‘도리화가’는 31만7505명을 모으는데 그쳤다. 이병헌·전도연·김고은 주연 ‘협녀’도 43만1310명만 들인 채 쓸쓸히 퇴장했다.

 우리나라 상위 1%의 소득점유율은 12.33%로 미국(19.34%), 영국(12.93%) 다음으로 높다고 한다. 2015년 1000만 관객 3편(0.09%)의 전체 관객점유율은 17%다. 영화계가 대한민국의 경제구조를 닮아버렸다. 영화계도 위기인 것이다. 영화인들은 대박영화 1편보다 중박영화 여러 편이 영화계를 건강하게 한다고 입을 모은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양극화에 제동을 걸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문화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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