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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사망자 10명중 9명 미리 경고신호 보낸다…가족 21%만 인지

등록 2018.05.03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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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심리부검센터, 3년간 자살자 분석

인지 불구 전문기관 연계율 22% 그쳐

가족들 자살할 것이라 미처 생각 못해

스트레스 요인 정신건강문제 가장 커

【세종=뉴시스】자살사망자가 자살 전에 보인 경고신호(복수응답). 2018.05.03. (그래픽 = 보건복지부 제공)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자살사망자가 자살 전에 보인 경고신호(복수응답). 2018.05.03.  (그래픽 = 보건복지부 제공)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임재희 기자 =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 10명중 9명 이상은 '죽고 싶다'고 말하거나 주변을 정리하는 등 주변에 신호를 보냈으나 이를 알아차린 유가족은 5분의 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심리부검센터가 발표한 심리부검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5~2017년 자살사망자 289명 가운데 92.0%인 266명이 언어·행동·정서상태 측면 변화로 자살징후를 드러내는 '경고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266명으로부터 경고신호를 인지한 유가족은 57명인 21.4%에 그쳤다.

 경고 신호를 인지한 유가족들도 '걱정은 하고 있었지만 자살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36.8%)거나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지만 직접적인 도움은 안됐다'(33.3%),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21.1%)고 되돌아봤다. 전문기관이나 전문가에게 데려갔거나(22.8%) 전문기관 정보를 알려준 경우(12.3%)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심리부검은 자살사망자 유가족 진술과 기록으로 사망자의 심리행동 양상 및 변화를 확인해 구체적인 자살 원인을 검증하는 조사 방법이다.

 경고신호 가운데 언어적으로는 '자살이나 살인, 죽음에 대한 말을 자주함'(83명), '신체적 불편함을 호소'(76명), '자기비하적인 말을 함'(62명)이 많았다.

 행동에선 불면이나 과다수면 등 수면상태가 변하는 경우가 105명으로 가장 많았고 과식·소식이나 체중 증가·감소 등 식사상태 변화(75명), 집중력 저하 및 사소한 일에 대한 결정 어려움(50명) 순이었다.

 정서 변화는 죄책감·무기력감·과민함 등 감정상태 변화가 107명, 무기력·대인기피·흥미상실이 76명 등이었다.

 자살사망자 가운데 36.0%는 약물·알코올을 남용하거나 충동구매, 무분별한 성행위, 과속운전 등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거나 자살시도(35.6%), 자해(12.8%) 등을 한 적이 있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든 주요 스트레스 요인은 ▲정신건강 문제(87.5%) ▲가족관계(64.0%) ▲경제적 문제(60.9%) ▲직업관련 문제(53.6%) 순 이었다.

 이 같은 양상은 연령대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19~34세 청년기에는 연애관계 스트레스가 27.5%, 학업 스트레스가 13.8%로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다. 성인기 이전 부정적 사건 경험 비율도 51.3%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중년기(35~49세) 땐 직업 관련(59.4%)이나 주택관련 부채 등 경제적 문제(69.8%)가 정서적으로 괴롭혔다.

 장년기(50~64세)엔 직장 스트레스(59.7%)와 실업 상태로 인한 문제 및 경제적 문제 스트레스(64.9%)가 높았다. 이들 연령대 특징으론 정신건강 치료·상담을 받은 비율(59.7%)과 과거 자살시도 경험(48.1%)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는 점이다.

 65세 이상 노년기 사망자들은 신체건강과 관련한 스트레스 비중이 80.6%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혼자 지내거나 친구가 1~3명밖에 없는 등 취약한 사회적 관계도 많이 발견됐다.

 자살은 남겨진 가족들의 삶에도 영향을 끼쳤다.

 자살유가족 중 352명의 동의를 얻어 조사·분석한 결과 유가족의 88.4%가 '사별한 후 일상생활의 변화가 있었다'고 답했다. 정신건강과 관련해 80.1%가 우울감을 느꼈고 27.0%인 95명은 심각한 우울증에 해당했으며 수면문제(36.4%), 음주문제(33.8%)를 겪고 있었다.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자살은 꺼내기 힘든 말이었다.

 심리부검 면담에 참여한 유가족의 63.6%는 고인이 자살로 숨진 일을 사실대로 알리지 못한 적이 있다고 했다. 자살에 대한 부정적 편견 때문이거나 이 같은 사실을 들을 상대방의 충격을 걱정해서, 유족을 비난할까봐, 고인의 자살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다른 가족이 자살을 따라 할까봐 등이 이유였다.

 복지부는 심리부검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1월 수립한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을 다시 점검하기로 했다. 우선 가족이나 친구, 이웃 등이 '경고신호'를 신속하게 파악해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자살예방 게이트 키퍼' 교육 프로그램을 보강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전국 254개 경찰관서를 통해 자살사망 사건 수사 시 유가족에게 유가족 지원, 복지서비스 안내 등이 담긴 홍보물을 제공해 유가족 지원 사항을 알리기로 했다.

 중앙심리부검센터 전홍진 센터장은 “가족·친구 등 주변 사람들이 이전과 다른 언어적, 정서적, 행동적 변화를 보인다면 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1577-0199) 및 정신의료기관 등 자살예방 전문기관에게 연결하여야 한다"며 "주변의 관심을 통해 살릴 수 있는 생명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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