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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 강간한 의대생 지금도 수업 받고 있다…'언제쯤 퇴출?'

등록 2020.04.23 05:00:00수정 2020.04.27 10: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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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폭행 등 1심 판결 불복해 항소심 진행 중

"이런 사람 의사되면 안돼" 청와대 청원 시작

대학 측 "조만간 징계위 열어 징계 수위 정할 것"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전주=뉴시스] 윤난슬 기자 = "그만하자"라는 여자친구의 말에 목을 조르고 때린 것도 모자라 성폭행까지 일삼은 의대생.

여기에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다치게 한 이 의대생이 의사국가고시에 합격해 의사가 된다면 어떨까.

해당 의대생은 의사가 갖춰야할 기본 덕목인 윤리 의식이 결여되는 행동을 했지만,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여전히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실습에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그가 아무렇지 않게 학교를 다니고 있는 것에 대해 그의 '집안 배경'이 영향력을 준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 의대생의 할아버지는 사학재단 이사장이고 아버지는 의사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학 측은 "조만간 징계위원회를 열고 징계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이 의대생은 현재 4학년으로 졸업을 앞두고 있어 징계 조치가 빠른 시일 내에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친 폭행 후 강간…1심 재판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전북의 모 의과대학 본과 4학년인 A(24)씨는 지난 1월 15일 강간과 상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상),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2018년 9월 3일 오전 2시30분께 여자친구인 B(20대)씨의 원룸에서 B씨를 추행하다가 "그만하지 않으면 신고하겠다"라는 말에 격분해 B씨의 뺨을 여러 차례 때리고 목을 졸랐다. 이어 폭행으로 반항하지 못하는 B씨를 성폭행했다.

그는 같은 날 오전 7시께 "앞으로 연락도 그만하고 찾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B씨의 말에 화가 난다는 이유로 재차 B씨의 뺨을 여러 차례 때리고 목을 조르는 등 폭행해 2주 상처를 입혔다.

이와 함께 A씨는 지난해 5월 11일 오전 9시께 술에 취한 상태로 BMW 승용차를 운전하다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을 들이받아 운전자와 동승자에게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처를 낸 혐의로도 기소됐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치인 0.068%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변호인 측은 "피해자와 성관계를 맺기 전에 이뤄진 폭행은 성관계와는 전혀 무관한 경위로 발생한 행위였고, 이런 폭행이 강간죄의 수단으로서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피해자가 성관계를 원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어떠한 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없었고, 제반 사정에 비춰보면 피고인은 피해자가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알 수밖에 없었다"라며 강간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과 법원에서 적법하게 조사한 증거들에 따라 피고인이 피해자를 때려 상해를 입히고 성폭행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전주지법 제1형사부는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장애인복지시설에 각 3년간 취업제한을 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해 반항을 억압한 후 강간한 사안으로 범행 경위와 수단, 방법, 결과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무겁다"라며 "피고인은 강간 범행 후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자의 얼굴 부위를 때리고 목을 졸라 상해를 입혔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도 매우 크다"고 판시했다.

◇누리꾼들 공분 "이런 범죄자는 의사 되면 안돼" 국민청원 제기

이번 사건은 뉴시스가 처음 보도하면서 알려진 이후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지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간·폭행·음주운전 의대생은 의사가 되면 안 된다'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재판부는 합의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 성폭력 범죄로 처벌받은 적이 없는 점, 피고인 가족들이 선처를 간곡하게 탄원하는 점 등을 종합해 집행유예를 내렸다"면서 "이런 가벼운 처벌 덕분에 성폭행을 저지른 사람이 앞으로 의사가 되어 환자를 본다고 생각하면 한 사람의 시민으로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성범죄에 대해 가벼운 처벌이 이어지면서 판결이 성범죄자를 키워낸다는 말이 나오는 요즘"이라며 "피해자가 합의했다니 법의 일은 거기서 끝난 것이고 이제 윤리가 등판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이어 "의사 면허라는 독점적 권리를 주는 것은 공동체 사회"라며 "의학적 지식만 갖췄다고 그런 어마어마한 특권을 줄 수는 없다. 자신보다 환자와 공동체의 안녕을 우선시하는 태도를 갖춰야만 그 특권을 부여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쓴이는 "우리나라에서 의사 면허는 심지어 살인한 경우에도 영구박탈이 거의 불가능하다"라며 "이런 범죄자는 아예 의사가 되지 않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학교에서는 출교해주시길 바라고 혹시 졸업하더라도 복지부에서는 의사국가고시 응시를 못 하게 하거나 면허부여를 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대학 측 "조만간 징계하겠다"…최고 징계는 '제적'

1심 선고가 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A씨에 대해 아무런 징계 조치가 없었던 것을 두고 미온적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A씨가 재학 중인 대학교는 교직원이 아닌 학생 개인 신상에 대한 내용은 따로 통보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는 입장이다.

대학 측은 A씨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징계 절차에 돌입할 방침이다.
 
대학 관계자는 "교직원의 경우 수사 개시 통보가 학교로 들어오지만, 학생 개인 신상에 대한 내용은 학교에 따로 통보되지 않는다"며 "또 피해자가 학교에 피해 사실을 알리거나 인권센터 등에 제보한 것도 없었기 때문에 관련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학 측에서도 엄정하게 대처해 나갈 예정"이라며 "A씨에게 사실 여부를 먼저 확인한 뒤 신속히 의과대학 교수회를 열고 징계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조만간 학칙에 따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논의할 계획"이라며 "최고 단계 징계는 제적"이라고 말했다.
 
징계는 근신과 유기정학, 무기정학, 제적 등 4개 단계로 구분되며 이중 제적은 퇴학을 의미한다. 근신과 유기정학, 무기정학은 단과대학 차원에서 정하지만, 제적은 대학 총장이 최종 결정한다.

전북대 학칙에 따르면 ▲성행이 불량해 개전의 가망이 없다고 인정되는 자 ▲수업 및 기타 학내 질서를 심히 문란하게 한 자 ▲교내외에서 타인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인정된 자 ▲대학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행위를 한자 ▲기타 학칙을 위반하거나 학생의 본분을 위반한 자를 제적 요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A씨가 졸업을 앞둔 4학년생이어서 징계 일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 A씨가 대법원까지 재판을 끌고 갈 경우 징계를 받지 않고 졸업할 가능성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현재 A씨와 검찰 측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2011년 고려대는 여학생 1명을 성추행한 의대생 3명에 대해 퇴학을 결정한 바 있다. 당시 경찰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퇴학이 결정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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