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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의대생, 앞날은 창창…"면허따면 병원개업 가능"

등록 2020.04.22 22: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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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지법, 강간·폭행·음주운전 의대생 '집유'

처벌 약해 논란인데, 의사 면허 취득도 가능

전문가 "의료관련 법률 위반자 아니기 때문"

결격사유 규정한 의료법 8조 논란 계속 돼

민주당 남인순 '성범죄 저질러도 의사 계속'

"성범죄 결격사유 규정…진료 위축" 주장도

'성범죄' 의대생, 앞날은 창창…"면허따면 병원개업 가능"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졸업을 앞둔 의대생이 강간·폭행·음주운전 등 혐의에도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사회적 공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 의대생이 의사 면허를 취득하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는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 의대생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의 3년간 취업 제한 명령을 선고 받아 병원에 취업할 순 없지만, 그 사이 의사 자격을 취득하면 제한 명령이 종료된 시점부터 정식으로 의사 활동을 할 수 있다.
 
22일 법원에 따르면 전주지법 형사합의1부(당시 부장판사 고승환)는 강간과 상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상),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북의 모 의과대학 본과 4학년 A(24)씨에 대해 지난 1월15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40시간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과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장애인 복지시설 등에 각 3년간 취업제한 명령도 내렸다.
 
 이에 대해, 의사 출신 이준석 변호사는 이날 뉴시스와 통화에서 "A씨는 (지금도) 의사시험을 통과하면 자격을 가질 수 있다"면서 "취업제한 기간이 끝나는 3년 후에는 병원 인턴 등으로 취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A씨는 의사국가고시(의사국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법 제8조가 규정한 의료인의 결격사유에는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 ▲금치산자·한정치산자 ▲의료 관련 법률 위반자 등을 열거하고 있을 뿐 성범죄는 포함하지 않고 있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법무사 같은 다른 전문직이 금고 이상 처벌을 받으면 면허가 취소되는 것과는 구별된다.
 
이 변호사는 "의료법 제8조 4항에는 의료 관련 법률 위반자를 의료인 결격 사유로 들고 있다"면서 "A씨는 해당 법률을 위반한 게 아니므로 의사 시험을 치를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A씨는 2018년 9월3일 오전 2시30분께 여자친구인 B씨의 원룸에서 B씨를 추행하다가 "그만하지 않으면 신고하겠다"라는 말에 B씨의 뺨을 여러 차례 때리고 목을 조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이어 폭행으로 반항하지 못하는 B씨의 옷을 벗긴 뒤 성폭행을 한 것으로 파악돼 강간·폭행 혐의도 적용됐다.
 
A씨는 같은 날 오전 7시께 "앞으로 연락도 그만하고 찾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B씨 말에 다시 뺨을 여러 차례 때리고 목을 조른 혐의도 있다. 또 지난해 5월11일에는 면허정지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68%의 상태로 BMW 승용차를 운전하다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을 들이받기도 해 음주운전 혐의도 적용됐다.
 
하지만 A씨가 받은 이 모든 혐의는 의료법 제8조가 규정한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렇듯 성범죄 등을 결격 사유 등으로 명시하지 않은 의료법은 과거에도 수차례 문제 제기가 있었다.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강간과 불법영상물 촬영 등 성범죄로 검거된 의사가 611명에 달했지만 자격정지 처분은 1%도 채 안 됐고 그나마 1개월 정지가 전부였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강간·강제추행'으로 검거된 의사는 539명이었고,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으로 검거된 의사는 57명이었다. 이어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14명, '성적목적 공공장소 침입' 1명 등이었다.
 
이 변호사는 "현재로서는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는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최대 10년간 취업 제한을 시키는 게 가장 현실적인 처벌 방안"이라면서 "사실 면허취소 등 입법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게 필요한데, 거기까지 법률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강간 벙행은 피해자를 폭행해 반항을 억압한 후 강간한 사안으로 범행 경위, 수단, 방법, 결과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무겁다"면서도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했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면서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음주운전에 대해서도 피해자와 모두 합의했다"면서 "벌금형 초과해 처벌받은 적이 없고 피해자의 상해 정도도 중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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