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둔 벨라루스, 러시아 개입 긴장…루카셴코 "긴장 고조 안 돼"
러 용병 170여명, 벨라루스 투입 의혹
러 "루카셴코가 벌인 연극"
[민스크=AP/뉴시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민스크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그는 이날 러시아의 벨라루스 대선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벨라루스의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시도를 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2020.8.5.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소비에트연방 국가였던 벨라루스가 오는 9일 대선을 앞두고 러시아의 개입 의혹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1994년부터 26년째 집권 중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66) 벨라루스 대통령은 러시아를 비난하면서도 양국의 긴밀한 동맹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열고 "러시아는 지난주 벨라루스에서 체포된 자국 용병과 관련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용병들이 벨라루스에 잠입했다는 증거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벨라루스 보안당국은 7월 말 러시아 민간용병업체 '바그네르' 소속 요원 33명을 수도 민스크 외곽과 남부 지역 등에서 체포했다.
벨라루스 정부는 이들이 벨라루스의 대선을 앞두고 공동체에 위협을 가할 목적으로 투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 용병들은 현재 테러 모의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그밖에도 170여명의 러시아 용병들이 벨라루스로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당국은 벨라루스의 항의에 "터키 이스탄불로 가려던 용병들이 벨라루스를 경유했을 뿐"이라며 선거 개입 의혹을 해명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러시아는 벨라루스나 러시아에서 누가 정권을 잡든 늘 우리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이었으며 앞으로도 이는 변함 없을 것이다"면서도 "벨라루스의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시도를 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벨라루스의 불안은 국경을 넘어 러시아까지 집어삼킬 수 있다며 "이는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리는 '형제' 관계에서 '파트너' 관계로 전락했다"고 실망감을 나타냈다. 이어 "러시아는 우리 외에는 정말 가까운 동맹국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를 잃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리고 서방국가는 우리에게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위협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비난에 대해 선거를 앞두고 "연극적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5번의 임기 동안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값싼 러시아의 에너지와 막대한 규모의 보조금 및 차관에 의존해왔다. 동시에 벨라루스의 정권을 장악하려는 러시아의 시도에 저항하며 수 차례 논쟁을 벌여왔다. 최근에는 유럽 국가들과 외교를 강화하며 러시아에 대한 의존을 줄여가는 모습이다.
[민스크=AP/뉴시스]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 벨라루스 대통령 후보가 2일(현지시간) 브레스트에서 열린 자신의 지지 모임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그는 반체제 유명 유튜버인 남편이 사회질서 교란 혐의로 지난 5월 말 체포되자 대선에 출마했고 지금은 26년간 장기 집권하는 알렉산드르 라카셴코 현 대통령의 강력한 대항마로 부상했다. 벨라루스 대통령 선거는 오는 9일 치러진다. 2020.08.03.
한편 대선을 앞두고 벨라루스에서는 루카셴코 대통령에 도전한 여성 야권 후보 지지자들의 대규모 집회가 열리고 있다.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37)는 평범한 영어교사 출신으로 유명 반체제 유튜버인 남편이 사회질서 교란 혐의로 지난 5월 말 체포되자 대선에 출마했다. 현재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강력한 대항마로 부상했다. 지난 2일 티하놉스카야의 지지 집회에 모이는 인원은 수만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금까지 집회에서 체포된 인원만 1000명이 넘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루카셴코는 대국민담화에서 "당국이 허가하지 않은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엄중 경고하며 "반응은 즉각적이고 제재는 가혹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