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스가-中왕이 회담, 센카쿠 문제에도 '협조무드' 왜?
일본은 중국의 경제협력 필요
중국은 미중갈등 속 일본과의 관계 개선 필요
시진핑 국빈방일은 의제 오르지 않아
인사하는 스가 일본 총리와 왕이 중국 외교부장 <NHK 캡쳐>
[서울=뉴시스] 김혜경 기자 =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지난 25일 회담은 안보 문제에서 긴장감이 엿보였지만 전체적으로 협조적인 분위기였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스가 총리는 회담 모두에서 "왕이 국무위원의 방일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중국과 일본의 주요 인사 왕래 재개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중시하는 자세를 나타냈다. 또 "양국의 안정된 관계는 중일 양국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왕이 외교부장은 "여러 분야에서 함께 협력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정상 궤도로 돌아온 중일관계를 소중히 하고 싶다"라고도 했다.
다만 두 사람은 중일 간 영유권 분쟁지인 센카쿠(尖閣)제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둘러싼 문제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는 못했다.
스가 총리는 회담에서 센카쿠 주변 해역에서의 중국 공선의 도발 행위 자제를 촉구했다. 왕 외교부장도 센카쿠 제도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 외무성 간부는 센카쿠 문제에도 불구하고 회담은 "전체적으로 편안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요미우리는 양측이 협조무드를 연출한 배경에 대해 일본은 경제면에서 중국의 협력이 필요하고, 중국은 미중갈등 국면에서 미국의 동맹인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신문은 스가 총리의 대(對) 중국 기본자세는 안보 면에서는 견제하면서도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스가 총리는 왕 외교부장을 만나기에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스캇 모리슨 호주 총리 등과 회담하고 대중국 견제를 위한 결속을 다졌다.
중국은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 이른바 쿼드 4개국이 대중국 포위망을 강화하고 있는데 반발하면서도,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이 조 바이든 정권으로 바뀌더라도 미중 갈등의 기본 구조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고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또 중국은 다자주의를 외면하는 트럼프 행정부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일 양국 및 아세안 10개국, 뉴질랜드, 호주 등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서명하는 등 영향력 확대 및 대중국 포위망 완화에 나서고 있다.
신문은 왕 외교부장이 이번 방일로 협조무드를 연출한 것은 올해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연기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방일을 위한 환경 정비 목적이라고 했다. 중국이 시 주석의 국빈방일을 추진하려는 것은 조 바이든 차기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회담에서는 시 주석의 국빈방일 문제는 의제에 오르지 않았다. 중국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싶겠지만 일본으로서는 미국의 정권 교체 후 미중 관계의 변화를 지켜보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편 두 사람은 이번 회담에서 내년 여름 도쿄 올림픽·패럴림픽과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세계적인 코로나19 재확산에도 양국이 올림픽 개최에 협력하기로 한 것은 내년 도쿄올림픽이 무산되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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