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發 사면론에 文대통령 "때 아냐"…18일만에 종지부
신년 인터뷰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 제기
여권 내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 '국민 통합' 승부수 던져
지지층 이탈 악재로 작용…靑 사전 교감 여부도 주목
文대통령 "정치인이 말할 권리 없다"…李 "대통령 뜻 존중"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시청을 하기 위해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1.18. [email protected]
이 대표는 지난 1일 신축년(辛丑年) 새해를 맞아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일제히 국민 통합 차원에서 두 전직 대통령 사면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대표는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두 분의 전직 대통령이 부자유스러운 상태에 놓여 계시는데 적절한 시기가 되면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께 건의드릴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새해 첫 공식 일정인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 참배 후에도 전직 대통령 사면 건의 의사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적절한 시기에 대통령께 건의드릴 생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적절한 시기'에 대해선 "법률적 상태나 시기 등 여러가지를 감안해야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온·오프 혼합 방식으로 열린 '2021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01.18. [email protected]
강성 친문 지지층을 중심으로 이 대표 사퇴 요구까지 빗발쳤다. 당원 게시판에는 "누구 마음대로 사면을 요청합니까", "사면 건의할 거면 탈당하라" 등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정치권은 사면론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여권 내에서도 자중지란이 일었다. 안민석·우상호·정청래·박주민 의원 등 당 내 친문 및 중진 의원들은 "당사자의 사과와 반성 없는 사면은 안 된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한 반면 김한정 민주당 의원과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은 국민통합 차원에서 지지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여론을 주목했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의 조속한 사면 결정을 기대한다"며 호응한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전 국민적 공감대가 중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신동근 의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이낙연 대표 사무실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2021.01.03. [email protected]
민주당 지도부는 "두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는 당사자의 반성과 국민적 공감대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간담회가 끝난 뒤 "이낙연 대표의 전직 대통령 사면 건의에 대해 이 대표의 발언은 국민통합을 위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됐다"라며 "이 문제는 국민적 공감대와 당사자의 반성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앞으로 국민과 당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이 대표도 "정치 또한 반목과 대결의 어떤 진영정치를 뛰어넘어 국민 통합을 이루는 정치로 발전해가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 저의 충정을 말씀드린 것"이라며 "일단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려보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당 안팎의 반발을 의식해 '당사자 반성'과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여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워 진화에 나섰으나, 여진은 계속됐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상고심에서 징역 20년 원심을 확정한 14일 서울 서초역 인근 도로에서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 등 관계자들이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1.14. [email protected]
당 안팎의 거센 역풍에 이 대표는 자신의 지지기반인 호남에서조차 지지층이 이탈하며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하락세를 보였다.
이 대표가 사면론에 대해 청와대와 사전 교감을 나눴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렸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청와대와의 사전 교감은 없었다"고 밝혔으나, 발언 하나에도 신중을 기하는 이 대표의 성격상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을 언급하는 데 의견 조율을 거치지 않고 독자적인 발언을 할 수 있겠냐는 분석도 나왔다.
청와대가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은 가운데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정치권 이목이 집중됐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온·오프 혼합 방식으로 열린 '2021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01.18. [email protected]
이어 "법원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서 대단히 엄하고 무거운 형벌을 선고했다"며 "그런데 그 선고가 끝나자 마자 돌아서서 사면을 말하는 건 비록 사면이 대통령의 권한이긴 하지만 대통령을 비롯해서 정치인들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언젠가 적절한 시기가 되면 아마 더 깊은 고민을 해야될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에 대해서도 대전제는 국민에게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사면론 논쟁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시청을 하기 위해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1.18. [email protected]
최 수석대변인도 공식 논평을 통해 "국민 공감대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대통령의 말씀을 공감하고 존중한다"며 "대통령의 말씀은 당 지도부의 입장과도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도 "당연히 그렇게 말씀하실 것으로 생각했다"(신동근 최고위원), "최고위에서 정리한 것과 똑같은 것"(김종민 최고위원), "딱 좋은 말씀, 하실 수 있는 말씀을 하셨다"(양향자 최고위원) 등 호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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