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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쓸통]'울분 사회'의 자화상?…주류 지출액, 10년새 80%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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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4-11 05:00:00  |  수정 2021-04-11 06:14:14
통계청 가계 동향 조사의 주류 지출액
작년만 13.7% 증가, 인테리어보다 커
2011년 대비 '지출액 증가>물가 상승'
전문가 "낮은 행복 지수, 술로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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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서울 시내의 한 대형 마트 주류 코너에 주류가 진열돼 있다. yes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1만5673원.

지난해 전국 1인 이상 가구가 대형 마트 등지에서 소주·맥주 등 주류를 구매하는 데 쓴 금액입니다. 10년 전인 2011년(8700원)과 비교하면 증가율은 79.7%에 이릅니다. 이 기간 주류 물가(대형 마트 등지에서 팔리는 소매가 기준) 상승률은 17.9%에 불과합니다. 주류 물가 상승 폭보다 술값 지출액 증가분이 더 큰 것입니다.

주류 지출액은 지난 한 해 동안에만 1만3779원(2019년)에서 1만5673원으로 13.7%나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와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방역 조치로 밖에서 술을 마시기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집으로 지인을 불러 술을 마시는 '홈술'족이 늘어났다는 사실이 통계 지표를 통해 드러난 셈입니다.

주류 지출액은 코로나19로 '집콕'한 탓에 급증했다던 인테리어 관련 지출액보다도 더 많이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가구 및 조명 지출액은 전년 대비 12.5%, 가사 소모품은 11.5%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가전 및 가정용 기기 증가율도 10.5%, 가전 관련 서비스도 9.3%에 불과합니다. 주택 유지 및 수선 증가폭(16.1%)만 주류보다 컸습니다.

주류 지출액의 연도별 추이를 살펴보겠습니다. 중간에 표본이 크게 바뀌어 다른 양상이 나타났던 2017~2018년 2년간을 제외하고 주류 지출액 그래프는 꾸준히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2013년에 전년 대비 8.5%(8965→9725원) 증가한 데 이어 2014년(1만166원)에는 1만원선을 돌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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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지출액을 소주로 환산(대형 마트 소매가 1병당 1300원 안팎)하면 전국 가구가 작년 한 해 동안에만 각 12병씩을 샀다고 계산할 수 있습니다. 1개월에 1병꼴이라고 생각하면 "그리 많지 않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식당·주점에서 마신 몫이 빠져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전문가는 국민 행복 지수가 낮은 국가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진단합니다. 구정우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뉴시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전국적으로 나타나는 부동산값 폭등 현상 등에서 국민 울분이 쌓이고 있고, 이를 술로 달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회 불신 현상 확산과 '묻지 마' 범죄 증가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한국경제학회가 지난해 2월 한국 경제 포럼을 통해 공개한 '행복 지수를 활용한 한국인의 행복 연구'(박명호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를 보면 사회적·물질적 기반에 관한 한국의 행복 지수는 1990·2017년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1개국 중 23위입니다. 행복 지수가 30여 년째 OECD 하위권에 머문 것입니다.

반면 주류와 함께 묶이는 담배 지출액 통계는 다소 다른 모양새입니다. 우선 지난해 지출액이 2만1858원으로 2019년(2만2023원) 대비 0.7% 감소했습니다. 10년 전인 2011년(1만7018원)과 비교하면 28.4% 증가했지만, 이 기간 담배 물가 상승률은 80.8%나 됩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5년 담뱃값이 대폭 인상(2500→4500원)된 여파입니다.

담배 물가 상승 폭 대비 지출액 증가 폭이 더 작으니 다수의 흡연자가 그 양을 줄였거나, 금연에 나섰다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담배 지출액이 감소한 것은 사회적으로 반길 만한 일이지만, 여전히 낮은 국민 행복 수준을 고려하면 이는 '자발적 금연'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담배 지출액 감소를 긍정적으로만 여기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str8fw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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