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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차 막은 택시, 살인 '혐의없음'…경찰 "인과관계 없어"(종합)

등록 2021.04.23 18:5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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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지난해 7월 살인 등 9개 혐의 택시기사 고소

대한의협 "구급차 지연→건강상태 악화 근거 부족"

경찰 "택시기사 행위로 단순 사망에 이른 것 아냐"

고의 접촉사고를 내고 응급환자가 탄 구급차를 막아선 혐의를 받는 택시기사 최모(가운데)씨가 지난해 7월24일 특수폭행, 업무방해 등 혐의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2020.07.24

고의 접촉사고를 내고 응급환자가 탄 구급차를 막아선 혐의를 받는 택시기사 최모(가운데)씨가 지난해 7월24일 특수폭행, 업무방해 등 혐의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2020.07.24

[서울=뉴시스] 이윤희 홍지은 기자 = 지난해 서울 강동구에서 응급환자가 탄 구급차를 상대로 고의 접촉사고를 내고 가로막은 혐의를 받은 택시기사에게 살인 혐의는 적용하지 않기로 경찰이 23일 최종 결론냈다.

이 사건은 당시 암 투병 중이던 응급환자가 택시기사의 지연 행위 후 병원에서 결국 사망한 사연이 알려져 대중적 공분이 일어나기도 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강동경찰서는 당시 택시기사 최모씨의 살인·살인미수 등 혐의 고소 사건을 '혐의없음'으로 불송치하기로 했다. 경찰은 이날 유가족을 불러 이 같은 내용을 구두로 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한 환자의 유가족은 지난해 7월 최씨를 살인·살인미수, 과실치사·치상, 특수폭행 치사·치상, 일반교통방해 치사·치상, 응급의료법 위반 등 9개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경찰은 같은해 9월 대한의사협회(의협)에 피해자 의무기록 사본 등 감정을 의뢰했고, 이송 중이던 환자의 죽음과 최씨의 고의사고 간 인과관계를 면밀히 살피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해왔다.

의협은 같은해 12월 "구급차가 12분 정도 지연된 것이 피해자의 건강상태 악화로 인정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소견을 담은 감정서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응급환자는 폐암 4기로 호흡곤란 증세를 보며 이송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최씨 행위의 살해 고의성 입증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가 구급차를 막아선 행동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결과(의 원인)는 아니었다"며 "최씨 행위와 인과관계가 있는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단순히 사망이 발생했다고 해서 살인이나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하긴 어렵다"고 유가족에 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가족 측은 경찰의 불송치 이유서를 검토한 후 이의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다만 유가족이 최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진행중인 만큼 민사소송에 더 집중할 것으로 전해졌다.

유가족 측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피해자 아들은 낙담하고 있다"며 "최씨로부터 어떤 사과도 받지 못했고, 어떤 권리를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답답하다"고 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7월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연이 올라오면서 알려졌다. 당시 '응급환자가 있는 구급차를 막아 세운 택시기사를 처벌해달라'는 게시물에 한달 새 73만여명이 동의했고,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최씨는 지난해 6월8일 오후 3시12분께 서울 강동구 한 도로에서 1차로로 끼어드는 사설 구급차의 왼쪽 뒤편을 고의로 들이받고 구급차가 가지 못하도록 막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고의 접촉사고를 내고 응급환자가 탄 구급차를 막아선 혐의를 받는 택시기사 최모(가운데)씨가 지난해 7월24일 특수폭행, 업무방해 등 혐의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2020.07.24

고의 접촉사고를 내고 응급환자가 탄 구급차를 막아선 혐의를 받는 택시기사 최모(가운데)씨가 지난해 7월24일 특수폭행, 업무방해 등 혐의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2020.07.24

최씨는 당시 환자 박모(사망 당시 79세)씨가 타고 있던 구급차를 사고 처리 등을 이유로 막았고, 이로 인해 이동이 10분 이상 지연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양해를 구하는 구급차 운전기사에게 "죽으면 내가 책임질게"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 박씨는 결국 병원에서 5시간 만에 사망했고, 유족은 박씨 사망과 이송 지연과의 관련성을 주장해왔다.

최씨는 앞서 지난 3월 2심에서 사기·보험사기방지특별법·업무방해·공갈미수·특수폭행 등 혐의로 1년10개월을 선고 받았고, 최씨 측과 검찰 모두 대법원 상고를 하지 않으면서 확정됐다.

검찰 역시 상고를 하지 않은 것은, 대법원 상고는 '양형부당'으로는 할 수 없는데 최씨가 받은 혐의들이 1·2심에서 전부 유죄가 선고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징역 7년을 구형한 바 있다.

최씨는 이번 사건 외에도 2015년부터 5년간 고의로 사고를 내거나 피해를 가장한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는 전세버스, 회사택시, 사설 구급차 등에 운전 업무에 종사하면서 교통사고 충격이 가벼운 수준임에도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은 것처럼 상대방을 속여 4회에 걸쳐 4개의 보험회사 등으로부터 합의금 및 치료금 명목으로 합계 1719만420원을 챙긴 혐의도 있었다.

한편 경찰은 불송치 결정에 따른 사건기록 등을 오는 27일 검찰에 송부할 예정이다.

지난 1월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경찰은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이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고, 반대일 경우 자체적으로 종결한다.

불송치 결정에 불복하면 담당 경찰의 소속 관서장 상대로 이의신청을 하면 된다. 불송치 결정 이의가 있으면 경찰은 사건을 검찰로 송치해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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