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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수술실 CCTV 갈등, 탈원전 '데자뷰'…합리적 대안 찾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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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6-23 14: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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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탈원전 정책이 시작된지 4년이 흘렀지만 갈등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문제도 탈원전 정책 못지 않은 '뜨거운 감자'다. 지난 2015년 1월 처음으로 발의된 후 6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 탈원전과 수술실 CCTV 설치는 따로 떼어놓고 보면 별개의 사안이지만, 이해 당사자 간 첨예한 대립으로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두 가지 사안 모두 논의가 거듭될수록 사회적 갈등만 심화되고 있는 것은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갈등의 본질을 짚어보고 현실적인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보다 '내 말은 맞고 네 말은 틀리다'식의 찬반 논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환자의 인권과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환자단체의 주장이나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 이해관계와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룬 사회에서 갈등이 촉발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건전한 비판과 논쟁은 대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하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다수가 만족하는 대안들이 도출될 수 있고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상대방 주장에 대한 반박과 재반박이 지나치면 오히려 갈등만 키우고 피로도만 높일 수 있다. 찬반 논쟁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더러 무의미하다. 지난 2016년 9월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 수술실에서 의료사고로 숨진 故 권대희씨 사건을 계기로 수술실 CCTV 논쟁이 본격화된 지 햇수로 6년째다. 이제 소모적 논쟁이 아닌 생산적 논의를 고민해 볼 때도 됐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 것이다. 대안은 어느 한 사람의 혜안에 기댈 수 없다. 다수의 합의를 통해 도출된다. 구성원 간 합의 과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이다. 아이러니하지만 이해 관계자들이 충돌하는 갈등 지점은 미래의 가치를 창출하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정부와 이해 당사자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미래상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를 예측해 시나리오로 만들어 보는 것도 방법이다. 논의의 중심축을 '과거와 현재'에서 '현재와 미래'로 옮기는 것이다.

처한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되, 미래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논의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 할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상황과 결과 등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고 각각 어떤 노력을 해야할지 중지를 모으는 것이다.

물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닌 명분과 구실을 찾기 위한 '수박 겉핥기식' 대안 모색은 사회적 합의 취지만 퇴색시킬 뿐이다. 실제로 정부는 원전 갈등을 줄이기 위해 국민의 의견을 듣고 해결하는 공론화 방식을 도입했다.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낸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사회적 갈등은 여전하다. 공론화가 문제 해결의 과정이 아닌 명분 축적용에 그쳤기 때문이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논쟁이 '제2의 탈원전 정책'이 되지 말란 법도 없다. 합리적인 대안을 찾으려면 무엇보다 환자단체와 의료계 간 신뢰회복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수술실 CCTV 논쟁의 밑바닥에는 우리 사회의 의료계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 자리잡고 있어서다. 의료행위의 투명성 제고와 의료계 내부의 불합리한 제도 개선이 함께 추진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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