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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넘어북한]北 통신선 재개 합의, 꼼수에 그칠지 모르는 이유

등록 2021.07.31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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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합동군사연습 하지 않도록 유도하려는 술책
실제로 북한 주민들에는 합의 사실 공개 안해
경제 많이 어려워도 우리에게 지원 요청 안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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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남북 통신 연락선이 복원된 27일 군 장병이 서해지구 군 통신선 시험통신을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2021.07.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안녕하십니까, 뉴시스 북한 에디터 강영진입니다. 이번 주 '창 넘어 북한'의 소재는 남북 통신선 재가동입니다.

우리 정부가 통신선을 다시 가동하기 위해 노력해온 사실은 새삼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일입니다. 중요한 건 북한이 재가동에 동의했다는 점이지요.
 
이와 관련해 한국과 미국의 수많은 전문가들이 다양한 분석과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가장 앞서가는 전망은 문 대통령이 얼마 남지 않은 임기가 끝나기 전에 남북정상회담을 다시 추진할 것이라는 겁니다.

2007년 10월 임기가 몇 달 남지 않은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관계가 옛날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대못을 박겠다'며 평양을 방문한 사실이 떠오릅니다.

문 대통령이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가장 절실하게 남북관계의 진전을 추구한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번에도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할 것이라는 추측은 누구라도 쉽게 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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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27일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27일 오전 10시를 기해 그간 단절됐던 남북 간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했다’며 관련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1.07.27. photo@newsis.com

그렇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지금으로선 남북관계가 활성화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겁니다. 그보다는 남북관계가 활성화됨으로써 북한 주민들이 기대감을 갖게 되는 걸 크게 경계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듯하네요.

실제로 북한은 외국에 소식을 전하는 것을 전담하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통신선 재가동 사실을 짤막하게 보도했을 뿐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TV 등 북한 주민들에게 소식을 전하는 매체들은 전혀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올 들어 '반사회주의 척결법'을 내세워 남한의 대중문화가 북한 내에 퍼지는 것을 철저히 단속하고 있습니다. 또 경제제재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극심한 경제난을 '자력갱생'으로 극복하겠다고 선언한 마당입니다.

그런데 남북관계가 다시 복원됨으로써 북한 주민들 사이에 남한의 경제 지원 기대감이 커질 위험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겠지요. 이렇게 보면 북한 당국은 주민들과 달리 이번 통신선 재개 합의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건 아닐 법합니다.

그렇지만 조선중앙통신은 "북남수뇌들께서는 북남통신선련락통로를 복원함으로써 호상신뢰를 회복하고 화해를 도모하는 큰 걸음을 내짚을 데 대하여 합의하시였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남북관계에 '큰 걸음'이 이뤄질 것을 기대하고 통신선 재개에 합의했다는 겁니다.

이 점에 대해선 조선중앙통신 보도의 문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경험상 순진한 일이 되기 십상이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네요.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제 설명에 독자들로선 '그렇다면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다는 거냐'라고 짜증이 날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로선 속시원한 답을 드릴 능력이 없습니다. 다만 다른 여러 전문가들의 전망에 더해 제 생각을 한마디 덧붙일 수 있을 뿐입니다.

저는 이번 통신선 재가동 합의가 다음 달로 예정된 남북합동군사연습을 저지하는데 가장 큰 목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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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당 중앙위원회 8기 2차 정치국 확대회의를 지난 29일 주재했다고 30일 방영했다. 김 총비서는 회의에서 간부 혁명을 언급하면서 비당적 행위 등을 엄중 질책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1.06.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김정은 총비서는 한달 전 이례적으로 식량난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명령을 내렸습니다. 군대가 가진 비축식량을 북한 주민들에게 풀라는 명령이었지요.

그런데 2주일쯤 뒤 자신의 특별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면서 리병철 정치국 상무위원 등을 해임하는 등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리병철 등이 특별명령을 거역한 것이 아니라 군대에도 식량이 부족해 특별명령 이행이 불가능했다는 것이 뒤에 나온 소식들입니다.

우리 정보당국이 이런 사실을 직접적으로 전하진 않았습니다만 다양한 북한 소식통들로부터 그런 정황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북한군은 한미합동군사연습이 진행되는 동안 전투동원태세를 유지하면서 바짝 긴장하는 것이 전례였습니다. 전투동원태세를 유지하려면 군을 잘 먹여야 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적어도 굶지는 않게 해야겠지요.

그런데 군대 비축식량을 풀라는 특별명령을 이행할 수 없을 정도로 군대도 식량이 부족하다면 아무리 전투동원태세 명령을 내려봐야 헛수고가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이번엔 한미합동군사연습을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북한이 전투동원태세에 돌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축소하도록 유도할 필요를 있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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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 24~27일 평양 4.25 문화회관에서 제1차 군 지휘관·정치간부 강습회를 지도했다고 30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1.07.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런데 이 글을 쓰는 도중에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4일 동안 연대급 이상 모든 부대의 지휘관과 정치위원들을 불러 모아놓고 북한군 사상 최초의 강습회를 진행했다는 사실을 북한이 공개했습니다.

이런 회의가 열리는 동안 김정은은 조중우의탑에 참배하고 노병대회 참가자들을 격려하는 등 평소와 전혀 다름없는 행보를 보이는 등으로 강습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감추는 모습이었습니다.

혹시라도 북한군 주요부대 지휘관 전원이 부대를 떠나 강습회에 참석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리기 위해 통신선 재개에 합의한 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북한이 식량난이 심하고 경제가 어렵다고 해도 우리에게 도와달라고 하진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북한은 우리가 유엔의 경제제재를 위반해 가면서까지 북한을 파격적으로 지원하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깨달았다고 생각합니다. 문 대통령으로서도 아무리 북한을 돕고 싶어도 국제사회가 법으로 금지하는 걸 위배해가면서 할 순 없는 노릇입니다.

북한은 우리의 이런 입장을 무너트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펴왔습니다. 재작년 김정은이 금강산지구에 직접 가서 남한이 설치한 모든 시설을 '싹 다 들어내라'고 지시한 일, 작년에 대북 삐라를 핑계 삼아 개성에 있는 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한 일 등등이 모두 그 일환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개성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할 즈음엔 우리 정부가 유엔제재를 위반해가면서 북한을 지원할 수 없다는 걸 확신했겠지요.
북한이 이제 와서 우리에 대한 생각을 바꾸진 않았을 겁니다. 그럴 만한 계기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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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 24~27일 평양 4.25 문화회관에서 제1차 군 지휘관·정치간부 강습회를 지도했다고 30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1.07.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일부에선 식량난이 심해져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닐까라고 추정하기도 합니다만 과연 그럴까 싶습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처럼 여기저기서 굶어 죽는 일도 아직 없으니까 말입니다.

물론 민생을 외면했던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인민대중제일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김정은이라면 식량난으로 굶어 죽는 사람이 생기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작다고 생각합니다만 한편으로는 만에 하나라도 북한이 우리에게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하길 바라는 마음도 없지 않습니다.

지난 24일 노동신문은 "위대한 자력갱생 력사에 길이 빛날 전승세대의 전설적 위훈"이라는 제목의 조선중앙통신 '상보'를 노동신문 2개면에 걸쳐 실었습니다.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체결일을 전쟁에서 이긴 날이라면서 전승절로 기념하는 북한이 한국전쟁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전하는 내용입니다.

이 글은 한국전쟁 당시 군인들의 활약상을 전하지 않고 후방의 인민들이 '영웅적인' 경제 생산을 통해 전쟁 승리를 뒷받침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포탄과 총알 등 전투물자는 물론 각종 군수품과 식량생산, 철도수송, 전선원호운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인민들이 전쟁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27일자 노동신문은 "전승세대의 영웅적 투쟁정신으로 우리식 사회주의의 진군활로를 힘차게 열어나가자"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습니다.

'상보'의 내용을 토대로 전쟁 때 인민들처럼 현재의 인민들이 영웅적인 투쟁으로 경제난을 이겨내자고 선동하는 내용입니다. 이어 다음날 노동신문은 김정은 총비서가 노병대회에서 연설하면서 "사상 초유의 세계적인 보건위기와 장기적인 봉쇄로 인한 곤란과 애로는 전쟁상황 못지 않은 시련의 고비"라면서 '전승세대의 영웅적 투쟁을 본받아 극복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내용을 실었습니다.
 
이처럼 북한은 지금이 한국전쟁 당시 못지 않게 어렵지만 자력갱생을 통해 이겨낼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씀 드리고 나니까 통신선 재가동과 관련해 나온 모든 전망들 가운데 제 생각이 가장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듯합니다. 일종의 꼼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셈이니까요.

여러 분석들 중에 '북한에 무한한 인내심과 호의를 보여온 문재인 정부가 끝나기 전에 북한이 얻어낼 수 있는 최대치를 얻어내려고 시도할 것'이라는 내용도 있습니다만 과연 그럴까 싶네요.

평소에 미래에 벌어질 일을 예측하는 건 부질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직업상 북한의 행보를 예상해보지 않을 수 없어 두서없이 말씀드렸습니다.

창넘어 북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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