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 국보 왜 유찰됐나…"문화재 거래 신고 신상 털릴텐데..."
26일 오후 케이옥션 올해 첫 경매서 진행
28억 ‘금동삼존불감'·32억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
응찰자 없어 시작가 못 넘어
간송미술관 소장품 2년만에 또 매각
"상속에 0원인데 재정난?"...의심 눈초리
[서울=뉴시스]26일 케이옥션 국보 경매 장면. 국내 경매사상 최초로 국보가 출품됐지만 유찰됐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간송의 굴욕' 2연타다. 사상 처음으로 경매에 나온 국보 2점이 유찰됐다. 26일 오후 6시 케이옥션 경매에서 열린 국보 경매는 싱겁게 끝이났다. 삼국시대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과 고려시대 ‘금동삼존불감’이 시작가 각각 32억, 28억원에 올랐지만, 경매사의 세번의 호가만 메아리쳤다. 아무도 응찰하지 않았다.
'간송의 굴욕'은 2020년 5월 시작됐다. 간송미술관 82년만에 보물을 경매에 내놓으면서다. 그때도 케이옥션에 보물 2점을 출품해 논란이 일었다. 시작가 각가 15억원에 나온 보물 '금동여래입상'과 '금동보살입상'은 아무로 사려는 사람이 없었다. 국민적 관심이 부담됐다는 후문이다. '보물 경매'는 유찰됐지만, 다행히 국립중앙박물관 품으로 들어갔다. 당시 간송미술관의 재정난과 보물 경매로 세간의 화제가 되면서 문화계가 문화재 미술관의 상징인 간송미술관을 살려야 한다는 여론이 강했다. 유찰된 보물 2점은 당시 국민적 여론에 떠밀린 분위기로 국립중앙박물관이 30억 원 선에 사들였다.
그렇다면 국보는 왜 유찰됐을까?
간송 전형필(1906~1962)이 수집한 국보 ‘금동삼존불감'(구 73호·金銅三尊佛龕) 추정가는 28억~40억 원,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구 72호 癸未銘金銅三尊佛立像)’ 추정가는 32억~45억원 이었다.
낙찰이 되면 문화재 최고가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세간의 높은 관심과 달리 결국 유찰됐다.
미술시장 전문가들은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정준모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장은 "개인이나 민간 법인이 높은 가격과 보관의 어려움을 감수하고 국보를 사들인다는 것에 대한 큰 부담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단 낙찰을 받게되면 쓸릴 이목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크지 않을까요" 적어도 일제 강점기 간송이 지킨 유물이 나도는 것이 안타까워 선의로 낙찰을 받았다 하더라도 돈은 어디서 니왔는지?, 돈의 출처는 정당한지, 뭐하는 사람이라더라, 그 집 아들은 딸은 누구라더라. 그런 부담을 지고 싶지 않겠지요?"
정 센터장은 "결국 우리의 이중적 태도 즉 문화재는 지켜야 하고 반출되어서는 안된다는 민족주의적인 감성이 지배하는 상황속에서 누가 그런 사치와 호사스런 취미를 가졌나 하는 시선과, 그래서 동시에 비난을 받아야 하는 그런 상황이 가장 부담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국보 제73호 금동삼존불감 金銅三尊佛龕 금동, 18(h)cm, 11-12세기.추정가 28억-40억 원.
김영석 미술시가감정협회 이사장도 같은 의견을 전했다. 김 이사장은 "국보니까, 만약 낙찰받았다면 소장자가 권리에 비해 의무만 많은 상황인데, 누가 나서겠냐"고 반문했다.
또 "가격이 높았다"고 분석했다. "경매를 앞두고 미술시장이 조용했던 것도 국보이긴 하지만 예년과 달리 고미술이 인기가 없고, 특히 국보를 낙찰받아 쉽게 되팔수도 없는 점도 응찰에 부담감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국보 경매는 문화재유물을 경매할 수 있느냐는 새로운 시선도 환기시켰다. 국가지정문화재는 해외 판매는 제한되지만 국내에서는 문화재청에 신고하면 매매할 수 있다. 문화재 보호법에 따라 국보나 보물을 취득한 뒤 문화재청에 신고해야 하고 해외로 반출·판매는 금지된다.
문화재청에 '소유자 변경 신고'를 해야하는 상황이어서 돈 많은 미술애호가라고 하더라고 주저했을 것이라는 분위기다.
간송미술관, 재정난이라고 하지만 문화재 '상속세는 0원'
간송미술관이 국보를 경매에 내놓았지만, 이전과 달리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2년만에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를 이유로 간송이 구조조정을 위한 소장품의 매각이라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지만, 따지고 보니 경매 수익이 미술관으로 귀속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두 국보는 간송미술관 재단 소유가 아닌, 전인건 관장 개인 소장으로 밝혀지면서다. 국보와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는 상속세은 0원이어서 재정난을 매각 목적으로 내세우는게 말이 안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고 물려받은 지정 문화재를 제3자에게 판매하는 것이 합당하냐‘ 라는 의심이다.
미술시장에서는 혹시 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사들이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있지만, 두 국보 유물이 합쳐 80억선이어서 두 점을 또 구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위기다. 박물관 1년 유물 구입비는 40억선이다.
이날 경매가 끝난 뒤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간송 측의 요청이 오면 구매 협의를 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구매 여부는 공식적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정준모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장은 "간송미술관이 정말 팔 의지가 있었다면 프라이빗 세일로 팔았으면 차라리 임자가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미술계 전문가들은 세상 떠들썩하게 국보를 경매에 내놓았는데, 누가 앞장서 사들이겠냐는 분위기다. 특히 "불교계에서 조차 이번 불상 국보 경매에 관망세로 보였다는게 놀랍기는 하다"면서 "'상속세 0원'에 국보 프리미엄도 있으니 사볼만도 하겠지만, 거래 신고로 신상이 탈탈 털릴텐데 쉽지 않은 일이었다"는게 한 목소리다.
그러면서 "국보는 가격을 매긴다는 자체가 말이 안되는 무가지보(無價之寶)"라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재로 손색이 없지만 개인이 국보를 사들인다는 것은 큰 부담감과 함께 향후 가격 기준점이 될 수 있어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국보 72호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 추정가 32억~45억 원.
시작가를 못 넘고 유찰됐지만 보물·국보 경매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유명 미술관에서 문화재급 소장 유물을 사설 경매에 반복해서 내놓은 이 사례는 개인소장가들에게도 언제든지 사적인 목적으로 판매를 할 수 있는 명분이 세워졌기 때문이다.
미술계는 공공미술관에 개인이나 기업이 의미 있는 미술품을 기증할 명분과 기반을 빠른 시기에 정착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간송 전형필 선생처럼, 한 개인이 국가나 민족을 대신해서 문화재를 수집하고 보존해온 ‘공적 가치와 역할’을 정부가 어떻게 사회적 관점에서 재평가하고 보상해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미술품은 개인의 소유물을 넘어 대대로 보존 가치를 지닌 공공자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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