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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좌절된 심상정의 진보정치…전면쇄신 요구 직면

등록 2022.03.10 03:18:28수정 2022.03.10 07: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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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양당 승자독식 정치 종식"…4번째 출사표

김동연·안철수 사퇴에도 '제3 지대' 외치며 완주

진보정치 한계…인물 쇄신·생활형 진보 혁신 필요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영등포구 정의당 당사에 마련된 개표 상황실에서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3.1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영등포구 정의당 당사에 마련된 개표 상황실에서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3.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창환 기자 =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승리가 유력시되는 가운데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네 번째 대권 도전도 막을 내리게 됐다.

"이번 대선은 거대 양당의 승자독식 정치를 종식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며 출사표를 던진 그는 10일 오전 3시10분 현재 개표율이 93.37%를 기록 중인 가운데 2.36%(74만5576표)의 득표율로 3위에 그쳤다. 사실상 3자구도로 치러진 국면에서 지난 19대 대선 당시 결과(6.17%)에 훨씬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단일화에 따른 김동연·안철수 후보의 중도 사퇴로 유일하게 '제3지대'를 외치며 완주에 성공했지만 의미 있는 득표율은 거두지 못한 모양새다.

심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정의당 개표상황실에서 "저조한 성적표가 솔직히 아쉽지만 저와 정의당에 대한 국민의 평가인 만큼 겸허히 받들겠다"고 대선 결과에 대한 승복을 선언했다.

그는 "이미 각오를 하고 시작한 선거였다"며 "지지율이나 유불리에 연연하지 않고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 그리고 정의당의 역할에 대해 소신과 책임을 갖고 말씀드렸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번 대선 성적표를 통해 정의당도 새로운 진보정치를 위한 대대적인 혁신 요구에 직면하게 됐다. 이대로는 당의 존립 의미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인물 쇄신과 더불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생활형 진보정치 구현도 중요하다는 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지율 부진 속에서 선거운동을 중단하기도 했던 심 후보는 칩거를 마치며 "다음 세대의 진보가 심상정과 함께한 진보정치 20년을 딛고, 당당하게 미래로 나갈 수 있도록 마지막 소임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진 바 있다.

여기에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도 일괄 사퇴하면서 분위기 반전을 모색했으나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심 후보는 지지율 5%를 밑돌면서 고전을 면하지 못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1%대 지지율이 나오기도 했다.

심 후보는 선거 막판까지 '다당제 책임연정 정치', '제3 정치'를 피력하며, 소신 투표를 통한 두 자릿수 득표율을 호소했다.

민주당·국민의힘 사이에서 다원적 민주주의·소외된 비주류 대변 등 정치철학과 진보정당의 의제를 거듭 표방했다는 데 대해선 심 후보의 완주에도 의미는 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영등포구 정의당 당사에 마련된 개표 상황실에서 여영국 대표와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3.1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영등포구 정의당 당사에 마련된 개표 상황실에서 여영국 대표와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3.10. [email protected]

심 후보도 승복 선언에서 "불평등과 기후위기 그리고 정치개혁과 다원적 민주주의를 의제로 이끌었고 성평등을 우리 사회의 보편적 가치로 또렷이 세워냈다"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그 가치를 바탕으로 정의당은 다시 뛰겠다"고 다짐했다.

양당 후보 간 초박빙 대결 구도 등이 득표율 저조의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심 후보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소수정당의 한계는 벗어나지 못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이번 대선은 오는 6월1일 예정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를 예상할 수 있는 분수령인 만큼 정의당의 지방선거에도 비상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 연구소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진영 간 대결로 선거가 치러지고, 진영 대립이 격화되다 보면 아무래도 제3 후보의 득표율은 내려갈 수밖에 없다"면서도 "(당의 득표율) 마지노선이 무너지면 심상정·지도부 책임론이 거세게 일고, 지방선거를 겨냥해 새로운 비대위 체제가 들어설 수도 있다"고 전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진보정당으로서의 기반을 다시 복구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심상정 후보의 득표율과 직결된다고 봐야 한다"며 "(득표율이 부진하면) 진보정당은 위축·흔들리게 되면서, 심 후보 개인으로 보면 정치생명에 위협받는 지경까지 이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진보정치의 목소리를 끝까지 내준 데 대한 긍정적 반응도 있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후속 세대들을 만들어내고, 정치의 소비자들을 찾아내는 데도 실패한 거 같다"면서도 "한국에서 (진보정당의) 그런 목소리가 있어야 된다. 양당에 대한 대안적인 목소리를 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그 자리를 지켜준 것에 대해 한국정치가 감사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정의당은 다음주부터 지방선거 체제로 전환, 공직후보 선출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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