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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대중음악, 얼싸안고 더 힙해졌네

등록 2022.04.27 15:21:54수정 2022.04.27 15:5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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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 종묘제례악·남창가곡 전자음악으로 재해석

킹덤·원어스 등 4세대 아이돌, 국악 기반 서사

[서울=뉴시스]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 '윤상 큐레이티드(Curated) 06 해파리 <본 바이 고저스니스(Born by Gorgeousness)>'. 2022.04.27. (사진 = 현대카드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 '윤상 큐레이티드(Curated) 06 해파리 <본 바이 고저스니스(Born by Gorgeousness)>'. 2022.04.27. (사진 = 현대카드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지난 23일 오후 이태원. 코로나19 관련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첫 주말인 만큼 수많은 인파가 운집했다. 그 중에서도 음악 좀 듣는다는 멋쟁이들이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 몰렸다.

현대카드와 프로듀서 겸 싱어송라이터 윤상이 주목할 만한 뮤지션을 소개하는 '큐레이티드(Curated)' 시리즈의 하나로, 얼트 일렉트로닉(ALT Electronic) 듀오 '해파리(HAEPAARY)'가 단독 공연 '본 바이 고저스니스(Born by Gorgeousness)'를 연 자리.

전통음악이 기반인 민희(정가)·혜원(타악)으로 구성된 해파리는 요즘 국악계는 물론 대중음악계에서도 크게 주목하는 팀이다. 종묘(宗廟·조선 왕실의 유교사당) 제사음악이었던 종묘제례악의 선율과 가사를 재해석해 엠비언트와 테크노를 기반으로 한 사운드를 들려준 첫 EP '본 바이 고저스니스'로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이 음반으로 '제19회 한국대중음악상'(KMA)에서 최우수 일렉트로닉 음반을, 전통 남창가곡의 문법을 해체하며 흥겨운 댄스음악과 3D 모델링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 싱글 '경포대로 가서(go to gpd and then)'로 최우수 일렉트로닉 노래를 수상했다.

이날 '본 바이 고저스니스' 수록곡과 '경포대로 가서' 그리고 신곡 '시작된 밤' 등을 선보였는데, 세련된 사운드는 심장박동수를 높였고 소수자를 지지하는 노랫말은 시류에 떠내려가는 이들을 위로했다.

해파리는 "유교 음악을 전복시키고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보다 보호 받지 못하는 소수를 생각하며 음악을 만드는" 자기만의 창작문법을 구축해나가면서, 이렇게 대중음악 판을 균열내는 중이다. 이들이 하반기에 발매할 정규 1집에 크게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처럼 전통음악이 대중음악 안으로 힘껏 전진 중이다. 두 분야가 서로를 얼싸안고 더 멋스런 음악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재작년 판소리 '수궁가'를 재해석한 이날치 '범 내려온다'가 판을 깔아준 이후 최근 스펙트럼이 더 넓어지고 있다.

[서울=뉴시스] 하윤주. 2022.04.27. (사진 = 프로덕션 고금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하윤주. 2022.04.27. (사진 = 프로덕션 고금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정가 보컬리스트 하윤주는 최근 대중음악 가수로 나선다고 밝혔다. 지난 25일 발매한 새 디지털 싱글 '통증이 와요'가 시작이다. 작곡가 레마(Rema)가 작곡했다. 감성적인 보컬이 돋보이는 발라드다.

소속사 프로덕션 고금은 "그간 하윤주는 전통 성악인 정가를 자신만의 색채로 소화했다. 이번 신곡을 통해 첫 발라드에 도전하는 만큼 장르의 틀을 깨고 대중음악 가수로서 새로운 변신을 거듭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경기소리꾼 이희문과 놈놈, 밴드 '허송세월이 함께하는 프로젝트 밴드 '오방神과(OBSG)'는 최근 장르를 규정하기 힘든 싱글 '장(場)'을 발표했다.

이희문의 전통민요를 중심으로 아프리칸 리듬, 펑크, 록, 사이키델릭 등 여러 장르가 무게감 있는 현대적 사운드로 결합됐다. 타이틀곡 '얼씨구두른다'는 강원도 장타령을 아프리칸 비트와 접목했다. 또 다른 수록곡 '아라리요'는 동부민요인 정선아라리(정선아리랑)가 가진 보컬의 미분음 표현을 디스코의 빠른 리듬으로 표현한 난이도 높은 곡이다.
[서울=뉴시스] 이희문 민요 싱글 '장' 커버. 2022.04.27. (사진 = 이원아트팩토리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희문 민요 싱글 '장' 커버. 2022.04.27. (사진 = 이원아트팩토리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반대로 K팝 아이돌들이 국악을 품에 안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

최근 눈에 띄는 그룹은 '킹덤(KINGDOM)'. 지난달 발매한 미니 4집 '히스토리 오브 킹덤 : 파트 4. 단(History Of Kingdom : Part Ⅳ. DANN)'의 타이틀곡 '승천'은 국악 에픽 댄스 팝 장르를 표방한다. 해금, 대금, 가야금, 피리 등 전통악기 고유의 특성과 민속놀이를 연상시키는 제기차기, 줄타기, 탈춤 등 퍼포먼스를 '한국의 멋'으로 승화했다.

이 곡은 미국 빌보드 '월드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 6위를 차지했다. 또 미국 아마존 뮤직 5개 차트 1위, 미국 아이튠즈 싱글 차트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해당 앨범의 또 다른 수록곡 '단심가'는 전래민요 '새야 새야 파랑새야'의 가사를 일부 차용한 국악 크로스오버 팝 발라드다. 이 앨범의 인트로는 종묘제례악 악기들을 이용해 만들기도 했다.

작년 11월 그룹 '원어스(ONEUS)'가 발매한 여섯 번째 미니앨범 '블러드 문(BLOOD MOON)'의 타이틀곡 '월하미인(月下美人 : LUNA)' 역시 국악 기반의 곡. '밤에 피는 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신스팝 베이스에 피리 등의 조합으로 짙은 동양적인 색채를 자랑한다. 노랫말은 사설시조 형태의 국문 가사다.

그룹 'NCT'의 유닛 'NCT U'가 최근 발매한 '커넥션(coNEXTion)'(Age of Light)은 신스 사운드 위로 가야금, 장구, 태평소, 징 등 전통적인 국악기가 어우러진 얼터너티브 힙합 장르다.

[서울=뉴시스] 킹덤. 2022.04.13. (GF 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킹덤. 2022.04.13. (GF 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그룹 '에이티즈'는 지난해 6월 엠넷 '킹덤 : 레전더리 워' 파이널 경연에서 선보였던 곡 '멋'을 같은 해 말 이태민의 가야금병창 '흥보가' 중 '제비노정기'를 더한 인트로 등 한국적인 멋을 강조한 '멋' 흥 버전(Ver.)을 통해 재조명되기도 했다.

이미 글로벌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슈가가 지난 2020년 발매한 두 번째 믹스테이프 'D-2'의 타이틀곡 '대취타'가 전통 군악 대취타(大吹打)를 샘플링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등 K팝 신에서는 국악이 낯선 장르가 아니다.

방탄소년단이 2018년 발매한 앨범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LOVE YOURSELF 結 Answer)' 타이틀곡 '아이돌'은 사우스 아프리칸 댄스 스타일의 곡으로, 아프리칸 비트 위에 국악 장단과 '얼쑤' 등의 추임새가 겹쳐지기도 했다.

전통음악계에 대중음악을 적극 끌어안는 이유는 더 많은 대중을 품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전통 분야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 해파리 같은 경우는 전통의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도 대중적인 문법을 세련되게 더했다. 

대중음악계는 오래 전부터 국악 요소를 꾸준히 접목해왔다. 싱어송라이터 정태춘은 1982년 내놓은 3집의 절반을 국악으로 채웠고, 그룹 '서태지와아이들'은 1993년 2집 타이틀곡 '하여가'에서 랩·메탈과 함께 국악을 접목했다.

최근 흐름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K팝 아이돌 프로덕션까지 나서 국악의 소리뿐만 아니라 그 바탕의 이야기까지 이해하려고 힘쓰는 데 있다.

왕실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킹덤이 정악(正樂·궁중음악과 상류층 음악을 아우르는 음악)적 요소를 도입하는 등 단지 사운드뿐만 아니라 음악 배경까지 아우르며 팀의 탄탄한 서사를 쌓아올리는데 국악을 차용하고 나섰다.  

국악계와 협업을 고민 중이라는 중견 K팝 기획사 관계자는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주목 받으면서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이런 부분들을 인식해 전통음악의 사운드와 배경을 적극 차용하는 움직임이 대중음악 신에서 계속 나올 것"이라고 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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