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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는 '타인'의 연애로 내 연애를 한다

등록 2022.05.27 05: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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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연애 예능 포스터. 2022.05.23.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유다연 인턴 기자 = 청년인 당신, 연애를 하고 싶으십니까?

2020년 전세계를 덮친 코로나19 위기 이후, 우리는 많은 연애 예능을 볼 수 있다. 2020년 '우리 이혼했어요'부터 지난해 방송된 '나는 솔로(SOLO)' '돌싱글즈' '환승연애' '솔로지옥' 등이 그 예다.

하지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1년 인구포럼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새 이성을 만나지 못했다는 청년의 비율은 78.1%다. 연애 프로그램의 인기와 청년의 연애 비율이 반비례하는 셈이다.

청년들의 연애 비율이 낮은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손실에서 찾을 수 있다.

올해 2월 청년 기초생활수급자는 24만4864명으로 역대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 청년들이 연애를 '못 하는' 이유에 경제가 포함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도 '3·5·N포 세대' '문송합니다(문과라 죄송합니다)' 등을 통해 청년 경제의 취약함이 지적됐다. 당시 그래서 인기를 끈 방송 형태가 '먹방'이다.

'먹방'은 자신의 먹는 모습을 인터넷에 공개하며 시청자와 소통을 이끌어낸다. 익산에 사는 20대의 남성은 "(먹방을 자주 보지는 않으나) 돈이 없어서 대리만족을 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결국 청년들의 빈곤이 심화되면서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식욕'도 채울 수 없어진 상황을 대변하는 도구로 '먹방'이 등장했다.

또한 '하울(haul)'도 먹방과 비슷한 이유로 각광 받았다. '하울'은 '끌다'라는 영어에서 나왔다. 쇼핑 카트 등을 끌고 다니며 쇼핑하는 모습을 보여준 후 자신이 무엇을 샀는지 '언박싱'(unboxing, 자신이 산 품목을 공개하는 행위)하며 방송을 마무리한다.

'언박싱'은 촬영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이다. 반면 이 영상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소비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청년들은 이 영상을 지켜봄으로써, 소비에서마저 실패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이로 인해 먹방과 하울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늘어나면서 이 자체를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 또한 증가하고 있다. 이 직업은 광고·영상으로 수익을 내는 동시에 시청자 후원으로도 수익을 거둬들인다. 시청자들은 큰 돈을 쓰는 대신 적은 돈을 내는 후원으로 소비의 대리 만족을 하게 된다.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걸 외주화(外注化)하는 셈이다.

특히 감정의 일을 외부에 맡기는 것을 '감정의 외주화'라고 부른다. '이별 통보 대행 사업' 등이 대표적인 예다. 감정의 실패마저도 두려워하는 청년세대의 단적인 예시다. 집안일부터 세탁까지 다양한 외주를 맡기는 청년세대에게 익숙한 일처리 방식이기도 하다.

배우 윤시윤은 지난해 '글로벌 썸&쌈 국제부부2'에 출연해 출연자들의 연애를 보며 대리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나이가 들며 점점 '썸'을 통한 리스크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며 오랫동안 연애하지 않았음을 밝혔다.

'썸'에서 실패할 수 있다는 위험부담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결국 연애 관찰예능을 시청하며 대리만족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윤시윤뿐만 아니라 청년층의 상당수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제 청년뿐만 아니라 중장년층 사이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나타난다. 미혼 20~30대 남녀 위주로 만들어지던 '짝짓기' 프로그램이 이제는 40대 '골드 미스, 미스터'부터 이혼한 남녀 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것이 단적인 예다.

경제적 손실 외에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사회적 단절도 연애를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과거 OTT 티빙 '환승연애'를 즐겨봤다는 인천에 거주 중인 20대 여성은 "너무 잘나고 그런 사람들이 아닌 나와 비슷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 더 공감이 됐다"면서 "특히 '환승연애'를 보며 내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대신 만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연애를 하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닌데 코로나19로 인해 만남이 자연스레 줄었다"며 아쉬워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청년 세대는 인터넷을 통해 비대면 접촉하는 것이 활성화 되다 보니 대면 접촉에 대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어색하다. 또한 이성적 만남이 있기 위해서는 경제적 안정성이 필요한데 그러지 못하다 보니 이성에 대한 자신감이 사라진다"며 "또한 최근 생존 경쟁이 치열한데 그로 인해 사람을 사귀거나 이성을 만나는데 쓸 에너지가 부족한 경우가 있다. 이러한 불균등의 이유로 실제 사람간의 관계는 약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 평론가는 "예능이나 인터넷 콘텐츠 종류에 들이는 시간을 줄이고 현실에서 살아가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청년들이 연애를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혹은 강연, 컨설팅 프로그램처럼 청년의 삶에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willow66@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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