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좌파 첫 집권 남미 3번째 대국 콜롬비아의 앞날은…

등록 2022.06.21 10:48:45수정 2022.06.21 11:32:4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반군 출신, 정치인 페트로, 젊은 유권자 지지 받아

복지 확대·부자 증세·석유 의존 경제 개혁 약속

세대간 갈등 극심해진 사회 통합이 큰 과제

베네수엘라와 관계 개선 공약 등 미국과 갈등 조짐도

[보고타= AP/뉴시스] 콜롬비아 대선의 구스타보 페트로 후보와 러닝 메이 트 프란시스 마르케스의 선거벽보. 국민이 싫어하는 좌파 게릴라 출신의 페트로가 당선된 것은 흑인과 빈민, 소수 약자를 위한 환경운동가 마르케스의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보고타= AP/뉴시스] 콜롬비아 대선의  구스타보 페트로 후보와 러닝 메이 트 프란시스 마르케스의 선거벽보. 국민이 싫어하는 좌파 게릴라 출신의 페트로가 당선된 것은 흑인과 빈민, 소수 약자를 위한 환경운동가 마르케스의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남미 지역에서 세번째로 큰 나라인 콜롬비아에서 사상 최초로 좌파 대통령이 당선함에 따라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보수 정권이 수십년 동안 집권하는 동안 가난과 불평등이 확산한 것에 진력이 난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로 좌파 대통령이 당선하면서 전면적인 개혁이 예상되고 이에 따른 진통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남미 국가중 가장 친미적이던 콜롬비아지만 당선인이 미국의 대 콜롬비아 정책을 비판하고 미국의 제재를 받는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과 관계도 개선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양국관계가 긴장될 가능성이 있다.  

반군 출신으로 오래도록 의회 의원을 지낸 구스타보 페트로는 보수파가 집권한 수십년 동안 가난과 불평등에 불만을 가지게 된 유권자들을 규합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복지와 부자증세, 화석연료에 대한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제의 개혁 등을 공약했다.

페트로의 승리는 오랜 가난과 폭력에 시달린 콜롬비아 국민들이 대거 미국 국경으로 몰려들고 아마존강 상류 열대 우림 지역의 대대적인 훼손되는 한편, 민주주의 제도의 후퇴 등 극도의 혼란 속에서 가능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시간) 좌파 대통령이 집권함에 따라 이 나라의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50% 이상의 지지로 당선한 페트로는 47%를 득표한 건설 재벌 출신 보수 후보 로돌포 에르난데스에게 승리했다. 에르난데스 후보는 이날 투표가 마감된 직후 "결과에 승복한다"고 밝혔다. 3900만명의 유권자 중 투표한 사람은 58%였다. 

페트로 당선인은 "오늘 우리가 만든 역사는 콜롬비아와 남미, 전세계에 새로운 역사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페트로 당선인은 콜롬비아 사상 최초로 흑인 여성 프란시아 마르케스를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지명해 선거에 임했다. 마르케스 부통령 당선인은 가난을 극복하고 환경운동을 하면서 사회정의 실현에 매진해왔다.

콜롬비아 정치분석가 페르난도 포사다는 "전 국민이 변화를 갈구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코스타리카에서 세계은행(WB) 출신 정치 문외한인 로드리고 차베스가 대통령에 당선했고 지난해에는 칠레와 온두라스에서 좌파지도자가 당선했다. 이처럼 남미 대륙 전체에 좌파 바람이 확산하고 있다.

콜롬비아는 젊은 층의 교육수준이 높지만 인플레이션이 연 10%에 달하며 젊은 층 실업률이 20%에 달하고 빈곤률이 40%에 달한다. 이들 젊은 층들이 보수 정권에 반발하면서 대거 페트로 후보를 지지했다.

페트로의 당선은 콜롬비아 역사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콜롬비아 정부는 수십년 동안 콜롬비아혁명군(FARC)라는 좌파 반군단체와 전투를 벌여왔다. 이 반군의 잔혹성 때문에 좌파가 국민의 지지를 받는 것이 힘들었다. 그러나 2016년 FARC가 정부와 휴전협정을 체결하고 무기를 내려놓음으로써 정계에 진출했다.

페트로 당선인도 M-19라는 반군 단체 출신이다. 이 단체는 1990년 해산했고 정당으로 변신해 콜롬비아 헌법 제정에 참여했다. 인권침해와 부패를 강력히 비난하면서 강력한 야당 지도자가 됐다.

수도 콜롬보의 부촌에 거주하는 방송국 국장 프란시스코 오르티스(67)가 페트로에 투표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변화를 기다려왔다. 세상이 좋아질 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변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지는 이미 경험했다"고 말했다.

콜롬비아는 남미 국가들 중 미국과 가장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나라다. 페트로 당선인은 미국이 마약 코카인 원료인 코카 재배를 억제하는데만 집중하고 지역 개발 등 다른 노력을 펴지 않음으로써 마약전쟁에서 실패했다고 비판해 왔다.

그는 또 미국과의 교역 관계를 재협상할 것이며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과 관계를 복원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이런 노선에 따라 미국과의 관계가 긴장될 전망이다.

페트로 당선인은 그러나 연초 인터뷰에서 바이든 미 대통령과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마존 우림의 빠른 훼손을 막는 등 기후 변화 방지 노력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페트로 당선인은 콜롬비아 경제가 석유 수출과 불법 코카인 수출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면서 그 결과 부익부 빈익빈이 초래됐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새로운 석유 시추 중단을 요구하면서 다른 산업 분야 개발을 공언해왔다. 그밖에 기본 임금을 보장하는 일자리를 약속하고 공공의료보험 도입과 고등교육 확대, 부자 증세도 약속했다.

그러나 그의 경제구상에 대해 보수진영에서는 "경제적 자살"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 반대 진영에 투표한 유권자 중에는 반군 출신인 페트로에 대해 공포를 가지고 콜롬비아를 떠나려는 사람도 있다.

오는 8월 페트로 당선인이 취임하면 세대간 극심한 분열을 보이는 콜롬비아 사회를 통합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번 대선에서 자식들은 페트로를 지지한 반면 부모는 반대 후보를 지지한 사례가 매우 많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