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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끝자락, 조성진의 쇼팽이 흠뻑 적셨다[강진아의 이 공연Pick]

등록 2022.09.01 15:24:21수정 2022.09.01 16: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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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지난 8월3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조성진의 야외 공연. (사진=크레디아 제공) 2022.09.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지난 8월3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조성진의 야외 공연. (사진=크레디아 제공) 2022.09.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8월 여름의 끝자락, 조성진의 손끝에서 피워낸 수려한 클래식 선율이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가을의 문을 열었다.

지난 3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노천극장. 1년 만에 국내 무대로 돌아온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만나러 한달음에 달려온 관객들의 표정은 설렘으로 가득 찼다. 3분 만에 야외 공연장의 7000석이 매진된 만큼 공연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인파가 몰리고 협소한 입구로 인해 입장이 지연되면서 예정보다 17분 가량 공연이 늦게 시작되기도 했다.

어둑한 밤하늘은 천장이 되고 야외무대를 둘러싼 나무들과 낮게 깔리는 풀벌레 소리는 벗이 됐다. 조성진은 클라리네티스트 김한과 풀랑크의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거슈윈의 '프렐류드 1번'을 연달아 들려주며 야외와 어울리는 활기찬 서막을 열었다.
[서울=뉴시스]지난 8월3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조성진의 야외 공연. (사진=크레디아 제공) 2022.09.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지난 8월3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조성진의 야외 공연. (사진=크레디아 제공) 2022.09.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통통 튀는 경쾌한 분위기로 시작된 풀랑크의 곡은 2악장의 아련한 로망스를 거쳐 다시 밝게 돌아왔다. 거슈윈의 곡은 재즈풍의 음악으로 생동감을 불어넣었고 두 연주자가 즐기며 호흡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밤이 깊어질수록, 음악도 깊어졌다.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 우승한 조성진은 자신의 주특기인 쇼팽의 음악으로 황홀한 여름밤을 선사했다. 한 공연에서 조성진이 연주하는 쇼팽 협주곡 1번과 2번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조성진과 세 번째 호흡을 맞추는 앙상블 크레메라타 발티카가 함께 무대에 올랐다.
[서울=뉴시스]지난 8월3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야외공연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클라리네티스트 김한. (사진=크레디아 제공) 2022.09.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지난 8월3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야외공연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클라리네티스트 김한. (사진=크레디아 제공) 2022.09.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쇼팽 협주곡 2번을 국내 무대에 처음 선보인 조성진은 우아한 선율로 쇼팽의 낭만적인 아름다움을 그려냈다. 오른손을 살포시 들었다가 건반에 내려앉으며 연주가 시작됐다. 가벼운 손놀림과 묵직한 타격감을 오가며 서정적인 2악장을 지나 생기있는 3악장에 다다랐다. 인터미션 인터뷰 영상에서 그는 이 곡의 2악장을 전체 피아노 협주곡 중 가장 좋아한다며 야외공연과 잘 어울린다고 소개했다.

쇼팽 콩쿠르 당시 결선곡이었던 쇼팽 협주곡 1번은 서정미와 건반을 넘나드는 기교로 감탄을 불렀다. 시작부터 귀에 꽂히는 1악장은 가슴을 적시는 아련하고 감성적인 선율로 객석을 사로잡았다. 천천히 거닐듯 부드럽게 이끌던 2악장에선 여유롭게 살짝 미소도 지었다. 연주 도중 오른쪽 뺨을 타고 내려온 그의 땀 한 방울은 관객들의 마음까지 적셨다. 빠르고 경쾌한 3악장으로 마무리를 짓는 순간 7000석의 현장 관객은 물론 생중계로 지켜보던 5000명의 온라인 관객까지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서울=뉴시스]지난 8월3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조성진의 야외 공연. (사진=크레디아 제공) 2022.09.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지난 8월3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조성진의 야외 공연. (사진=크레디아 제공) 2022.09.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앙코르로 드뷔시의 '달빛' 첫음절이 들리자마자 객석에선 탄성이 터져 나왔다. 달은 어느새 사라졌지만, 은은한 달빛이 공연장 한가운데에 드리워졌다.

공연이 끝난 후 발길을 돌리는 관객들은 "평생 못 잊을 밤", "행복한 밤"이라며 이날의 추억을 나눴다.

조성진은 오는 10월에 국내 관객들을 다시 만난다. 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이끄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LG아트센터 서울, 롯데콘서트홀, 예술의전당 등에서 공연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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