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튀르키예에서의 10박 11일, 그들의 빠른 회복을 빌며 [뉴시스Pic]

등록 2023.02.22 16:32:16수정 2023.02.22 16:41:52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이스켄데룬=뉴시스] 권창회 기자 = 12일 오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주 이스켄데룬 시내 이재민 구호처에서 이재민들이 구호물품을 받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이재민 위로 조기가 게양된 튀르키예 국기가 보인다. 2023.02.12. kch0523@newsis.com

[이스켄데룬=뉴시스] 권창회 기자 = 12일 오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주 이스켄데룬 시내 이재민 구호처에서 이재민들이 구호물품을 받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이재민 위로 조기가 게양된 튀르키예 국기가 보인다. 2023.02.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지난 6일 튀르키예 남동부지역에 7.8 규모의 지진이 강타했다. 1차 지진에 이어 규모 7.6의 2차 여진도 연이어 일어나 그 일대는 쑥대밭이 되었다는 뉴스 속보가 쉴새없이 들어왔다. 그런 큰 규모의 지진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7일 비행기표를 바로 끊고 다음날 튀르키예행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지진으로 교통이 마비되면서 현장으로 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스탄불을 거쳐 환승하기 위해 꼬박 6시간 기다려 도착한 아다나 공항. 도시를 떠나려는 이재민이 몰리면서 공항은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지진 피해 현장은 폐허 그 자체였다. 아다나, 이스켄데룬, 가지안테프, 카라만마라슈, 오스마니예 등 어느 도시를 가도 곳곳에서 피해 현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고속도로는 곳곳에 균열이 심하게 생겨 아스팔트로 임시로 메운걸 자주 볼수 있었고, 주유소는 떠나려는 이재민들로 인해 기름이 동나거나 차량들로 줄 선 풍경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었다.

아파트 한 동이 통째로 주저 앉았고, 건물들은 누가 주먹으로 친 것처럼 으스러져 있었다. 제대로 서 있는 건물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널려 있는 생수병, 가구, 가전, 가족 사진 등으로 이곳이 원래 주거지였다는 것을 겨우 가늠할 수 있었다.

거리에서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는 이재민들로 넘쳐났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임시 시설도 인산인해였다. 차박을 하거나 노숙을 하는 이재민도 많았다.

한국 해외긴급구호대(KDRT)가 구조활동을 했던 안타키아 현장은 눈을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처참했다. 지진으로 무너져 내린 건물들이 도로를 뒤덮었다. 잔해와 먼지, 쓰레기가 뒤섞이면서 발걸음을 떼는 것도 어려웠다. 한 켠에는 담요를 덮은 시신들도 종종 볼 수 있었다.

현장에서 구호대를 찾으려면 위도와 경도가 적힌 좌표를 봐야 했다. 통신 자체가 두절되면서 스마트폰 지도로 구호대를 찾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멀리서 육안으로 익숙한 특전사 유니폼이나 소방관 유니폼을 보고 나서야 겨우 찾을 수 있었다.

구호대와 만나도 연이은 구조 요청에 이리 저리 흩어지는 상황이 반복됐다. 이재민들은 "소리가 들린다", "저 아래 가족이 묻혀 있다"며 우리 구호대를 애타게 찾았다. 오인 신고가 대부분이지만 구조대는 실낱같은 가능성을 염두해 일일이 확인에 나섰다.

우리 구호대는 8명의 생존자를 구조하고, 19구의 시신을 수습했다. 골든 타임이 넘어선 이후에도 생존자를 구조해내면서 인근 주민들에게 큰 감동을 줬다. 한 주민은 구호대 텐트에 "고마워 형"이라고 감사의 인사를 전해 화제가 됐다.

현지 생활은 쉽지 않았다. 도시 내 통신 선이 다 망가져 한국으로 연락이 제대로 닿지 않았다. 기사를 쓰고도 송고를 하지 못해 통신이 되는 곳까지 이동해야 했다.

지진 때문에 호텔은 영업을 중단했고 식당은 문을 닫았다. 매 끼니 챙겨 먹는 것은 상상할 수 조차 없었다. 하루 종일 굶는 날도 있었고, 초코바로 끼니를 떼우며 하루 한 끼 식사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호텔을 구하지 못하는 날은 차박을 했다. 그나마 기름을 구하기 어려워 시동을 끄고 잠에 들었다. 추위에 떨면서 자고 일어나 현장으로 달려갔다.

피해 현장에 다니면서 온 몸에 먼지를 뒤집어 썼지만 제대로 씻지도 못했다. 어느 날은 물티슈로 얼굴을 닦았는데, 시커먼 먼지가 그대로 묻어나왔고 머리는 분진으로 뒤덮여 바삭바삭해졌다. 옷을 갈아 입지 못해 몸에서는 냄새가 났다. 한국에서 누리던 일상은 여기에서는 사치였다.

여진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아 미세한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호텔에서 자다가 새벽에 큰 소리가 들려 일어나 로비로 급하게 내려와 상황을 살핀 날도 있었다.

열악한 현지 상황에도 힘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튀르키예 사람들의 배려 덕분이다. 어느 도시를 가도 튀르키예 사람들은 우리를 환대했다.

특히 한국에서 온 취재진이라는 사실을 신기해했다. 형제의 나라라고 친밀감을 표시하는 사람도 있었다. '코레(한국)' 한 마디에 대화가 쉽게 진행됐다.

먼저 말을 걸면서 친근감을 표시하는 사람이 많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눈이 마주치면 엄지를 치켜 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같이 사진을 찍자는 요청도 끊이지 않았다. 아이들은 해맑게 웃으며 우리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그들은 우리가 밥은 먹고 다니는 지, 잠은 어디서 자는 지를 궁금해했다. 늘 우리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조용히 물과 식사를 들고 찾아와 손사래를 치며 괜찮다고 해야 했다.

10박 11일 취재를 마치고 한국에 복귀하고 나서도 튀르키예 지진 관련 뉴스를 꼼꼼히 살펴보곤 한다. 강진이 일어난 지 2주일만에 또 규모 6.3의 강한 여진이 와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튀르키예 사람들이 우리에게 보내준 환대와 친절을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그들이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안타키아=뉴시스] 권창회 기자 = 10일 오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 주 안타키아 일대 건물들이 지진으로 인해 무너져 있다. 2023.02.10. kch0523@newsis.com

[안타키아=뉴시스] 권창회 기자 = 10일 오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 주 안타키아 일대 건물들이 지진으로 인해 무너져 있다. 2023.02.10. [email protected]


[아다나=뉴시스] 권창회 기자 = 9일 오후(현지시간) 튀르키예 아다나 시내의 지진 구조작업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2023.02.10. kch0523@newsis.com

[아다나=뉴시스] 권창회 기자 = 9일 오후(현지시간) 튀르키예 아다나 시내의 지진 구조작업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2023.02.10. [email protected]


[하타이=뉴시스] 권창회 기자 = 14일 오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주 내 올리브 농장이 지진으로 땅이 갈라져 단층이 보이고 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하타이 올리브 농장의 균열은 길이 약 300km, 깊이 30m, 폭 200m로 추정된다. 2023.02.14. kch0523@newsis.com

[하타이=뉴시스] 권창회 기자 = 14일 오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주 내 올리브 농장이 지진으로 땅이 갈라져 단층이 보이고 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하타이 올리브 농장의 균열은 길이 약 300km, 깊이 30m, 폭 200m로 추정된다. 2023.02.14. [email protected]


[카라만마라슈=뉴시스] 권창회 기자 = 12일 오후(현지시간)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슈주 일대 지진피해 현장에서 구조 및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카라만마라슈주는 이번 튀르키예 지진 2차 진앙지이다. 2023.02.13. kch0523@newsis.com

[카라만마라슈=뉴시스] 권창회 기자 = 12일 오후(현지시간)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슈주 일대 지진피해 현장에서 구조 및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카라만마라슈주는 이번 튀르키예 지진 2차 진앙지이다. 2023.02.13. [email protected]


[카라만마라슈=뉴시스] 권창회 기자 = 12일 오후(현지시간)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슈주 시내 지진피해 현장에서 한 부부가 슬픔에 빠져 있다. 2023.02.13. kch0523@newsis.com

[카라만마라슈=뉴시스] 권창회 기자 = 12일 오후(현지시간)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슈주 시내 지진피해 현장에서 한 부부가 슬픔에 빠져 있다. 2023.02.13. [email protected]


[카라만마라슈=뉴시스] 권창회 기자 = 12일 오후(현지시간)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슈주 시내 지진피해 현장에서 튀르키예 구조대가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2023.02.13. kch0523@newsis.com

[카라만마라슈=뉴시스] 권창회 기자 = 12일 오후(현지시간)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슈주 시내 지진피해 현장에서 튀르키예 구조대가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2023.02.13. [email protected]


[하타이=뉴시스] 권창회 기자 = 튀르키예 지진으로 집을 잃어 트럭에서 생활하는 이재민 가족들이 13일 오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들은 지진으로부터 안전한곳으로 이동중이라고 말했다. 2023.02.13. kch0523@newsis.com

[하타이=뉴시스] 권창회 기자 = 튀르키예 지진으로 집을 잃어 트럭에서 생활하는 이재민 가족들이 13일 오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들은 지진으로부터 안전한곳으로 이동중이라고 말했다. 2023.02.13. [email protected]


[하타이=뉴시스] 권창회 기자 = 13일 오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이재민들이 파손된 차량에 임시조치를 한채 이동하고 있다. 2023.02.13. kch0523@newsis.com

[하타이=뉴시스] 권창회 기자 = 13일 오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이재민들이 파손된 차량에 임시조치를 한채 이동하고 있다. 2023.02.13. [email protected]


[카라만마라슈=뉴시스] 권창회 기자 = 12일 오후(현지시간)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슈주 시내 지진피해 현장에서 튀르키예인들이 상황을 살피고 있다. 2023.02.13. kch0523@newsis.com

[카라만마라슈=뉴시스] 권창회 기자 = 12일 오후(현지시간)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슈주 시내 지진피해 현장에서 튀르키예인들이 상황을 살피고 있다. 2023.02.13. [email protected]


[안타키아=뉴시스] 권창회 기자 = 10일 오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 주 안타키아 시내에서 튀르키예인들이 구호물품을 챙기고 있다. 2023.02.10. kch0523@newsis.com

[안타키아=뉴시스] 권창회 기자 = 10일 오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 주 안타키아 시내에서 튀르키예인들이 구호물품을 챙기고 있다. 2023.02.10. [email protected]


[누르다이=뉴시스] 권창회 기자 = 16일 오전(현지시간) 튀르키예 가지안테프주 누르다이 시내 마련된 이재민 임시 숙소에서 이재민 가족들이 구호물품을 받아 살펴보고 있다. 2023.02.16. kch0523@newsis.com

[누르다이=뉴시스] 권창회 기자 = 16일 오전(현지시간) 튀르키예 가지안테프주 누르다이 시내 마련된 이재민 임시 숙소에서 이재민 가족들이 구호물품을 받아 살펴보고 있다. 2023.02.16. [email protected]


[오스마니예=뉴시스] 권창회 기자 = 16일 오후(현지시간) 튀르키예 오스마니예주 시내 놀이공원 주차장에 마련된 이재민 임시 숙소에서 이재민 부녀가 취재진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3.02.16. kch0523@newsis.com

[오스마니예=뉴시스] 권창회 기자 = 16일 오후(현지시간) 튀르키예 오스마니예주 시내 놀이공원 주차장에 마련된 이재민 임시 숙소에서 이재민 부녀가 취재진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3.02.16.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