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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C 수배자 신세인 푸틴, '보란듯이' 우크라 마리우폴 방문 (종합)

등록 2023.03.19 19:30:26수정 2023.03.19 21:4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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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러시아 TV 풀사진으로 19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점령지 도네츠크주 마리우폴을 방문해 주민들과 말하고 있다

[AP/뉴시스] 러시아 TV 풀사진으로 19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점령지 도네츠크주 마리우폴을 방문해 주민들과 말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러시아의 블로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8일 밤에 우크라이나 점령지 마리우폴을 전격 방문했다고 크렘린과 러시아 언론이 19일(일)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18일에도 예고 없이 우크라 병합지 크름반도를 방문했다. 이보다 훨씬 전격적인 마리우폴 방문에 대해서는 방송 사진의 도시가 과연 마리우폴인지 또 날짜가 과연 18일 밤인지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나 외신들은 장소를 직접 증명할 수 없다는 단서와 함께 크렘린을 인용해 푸틴의 마리우폴 방문을 커다랗게 보도하고 있다.

푸틴의 마리우폴 방문은 그가 만 이틀도 아닌 36시간 전인 17일 오후6시(모스크바 시간) 국제형사재판소(ICC)로부터 체포장을 발부받은 '수배자(범)' 신세기 된 것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러시아는 로마 협약에 의해 2001년 출범한 ICC의 가입 회원국이 아니므로 ICC는 러시아에 사법관할권이 부재하고 설령 회원국이라고 해도 러시아가 푸틴을 체포할 리는 없다. 로마 협약은 유엔 안보리가 주도했으나 미국, 러시아, 중국은 모두 비준을 통한 최종 가입을 거부했다.

그래도 ICC는 회원국인 123개국에 체포장 발부의 수배자 푸틴이 영토 안에 들어오는 대로 체포해서 재판소에 회부할 것을 통고한 것이다. 우크라 침공 후 국제적 고립에 처한 푸틴이 마음놓고 나갈 수 있는 국가 수가 대폭 줄어들었다.

푸틴에 앞서 현직 국가 정상으로 ICC 체포장이 발부된 예는 2명이 있다. 수단의 오마르 바시르 대통령이 2003년 자국 다르푸르 30만 명 학살방조 혐의로 2010년에 체포장이 발부되었는데 방심하고 ICC 회원국인 남아공 국제회의에 2014년 참석했다가 체포될 뻔 했다. 남아공 법원이 체포를 승인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바시르는 밤중에 몰래 빠져나와 간신히 체포를 면했다.

바시르는 2019년 군부가 민중 항쟁에 동조하면서 30년 독재정권이 무너져 감옥에 갔다. ICC는 즉시 바시르의 이첩을 요구했으나 총선이 실시되기 전인 아직까지 바시르는 수단 감옥에 있다.

케냐의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은 첫 대선 낙선 후 1000명이 사망한 불복 운동을 사주한 혐의로 ICC 체포장이 발부되었고 그 상태서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취임 얼마 후 자진해 헤이그의 ICC 법정에 나갔다. 재판부는 현직 대통령 신분을 감안해 재판을 연기했다.

푸틴 대통령은 수단 바시르 대통령의 전례를 참고해서 외국 방문에 몇 배나 조심할 것이 틀림없다. 푸틴은 지난해 우크라 침공 후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및 키르기스스탄 외에는 외국에 나가지 않았다.

가장 가까운 동맹이라고 할 수 있는 벨라루스의 알렉산데르 루카셴코 대통령하고는 5번 정도 만났으나 모두 모스크바, 소치,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러시아 안에서 회동했다.

우크라 침공 만 13개월이 가까와지고 도네츠크주 등 4개 주를 병합했던 푸틴 대통령은 점령한 7만 ㎢ 우크라 땅 어느 곳이든 이제 직접 밟아볼 만하기도 하다. 그러나 그 첫 땅으로 마리우폴을 고른 것은 우크라 국민들의 점령지 완전 퇴각 요구에 대한 철저한 무시 제스처라고 할 수 있다. 또 ICC 체포장에도 어디는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다는 과시가 읽혀진다.  

도네츠크주 서남단의 마리우폴은 러시아군의 무차별하고 비인간적인 민간인 거주시설 집중공격이 펼쳐져 러시아 침공의 잔학성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났던 곳이다.

전쟁전 인구 45만 명이 침공 한 달이 못되는 사이에 20만 명이 빠져나갔으나 침공 25일째인 3월20일부터 본격 시작된 거주지 포격으로 최종 함락 5월25일까지 두 달 동안 25만 명 중 "2만 명이 사망했다"고 탈출한 우크라 시정부는 말해왔다.

시정부의 사망자 주장을 다 맞다고 할 수 없다. 유엔이 객관적 증거를 바탕으로 추산한 우크라 전쟁의 민간인 사망자 수는 8100명이며 여기에는 구호활동 때부터 유엔이 진입할 수 없었던 마리우폴 집계는 들어있지 않다.

건물의 90%가 파괴 및 손괴되었는데 크렘린에 따르면 푸틴은 그간 재건이 활발히 이뤄져 시민 수가 30만 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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