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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우크라 창의적 전술로 흑해 주도권 장악했다"

등록 2023.09.21 10:08:29수정 2023.09.21 11: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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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특수부대·정보부대 합동 소형 드론 등 활용

러 흑해함대 해상 지배력 상쇄하고 본토도 공격

흑해곡물협정 중단 뒤에도 곡물 수출 항로 확보

[세바스토폴=AP/뉴시스] 우크라이나군이 창의적 전술로 흑해에서 주도권을 장악해나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3일(현지시간) 크름반도 세바스토폴의 해군 조선소가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아 연기와 불꽃이 피어오르는 모습. 2023.9.21.

[세바스토폴=AP/뉴시스] 우크라이나군이 창의적 전술로 흑해에서 주도권을 장악해나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3일(현지시간) 크름반도 세바스토폴의 해군 조선소가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아 연기와 불꽃이 피어오르는 모습. 2023.9.21.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흑해의 우크라이나 곡물수출항 오데사에서 곡물을 실은 민간 화물선이 출항하면서 우크라이나가 창의적 전술로 흑해의 주도권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자체 생산한 드론과 미사일로 비대칭전을 전개하면서 러시아 해군의 함대에 정박한 함정을 공격하는 등 러시아군의 해군 우위를 상쇄하고 있다. 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로 전쟁을 확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해군 사령관 올렉시 네이즈파파 중장은 “현재와 미래의 안보를 위해 적 해안에서 우리 해안을 지키는 일을 시작했다. 차근차근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적으로 러시아 흑해함대의 12분의 1에 불과한 우크라이나 해군은 러시아의 침공 이래 거의 역할을 못해 왔다. 우크라이나 해군이 보유한 함정은 프리기트함 1척뿐이다. 시야에 들어오는 지점까지 다가온 러시아 함정의 공격으로 최대 곡물 수출항 오데사항이 가동을 멈추었고 남부 해안에 러시아군이 상륙하는 것을 방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러시아 함정들은 더 이상 흑해 북서쪽 해역을 돌아다니지 못한다. 우크라이나 지대함 미사일과 대거 설치돼 있는 기뢰들 때문이다. 또 러시아 흑해 함대가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큰 피해를 입었으며 흑해 어느 곳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게 됐다.

흑해함대 기지도 직접 공격해 잠수함·상륙함 파괴

우크라이나는 최근 공해상의 러시아 함정은 물론 세바스토폴과 노보로시스크 기지의 함정도 공격하고 있다. 지난 19일 우크라이나 순항 미사일이 세바스토폴 외곽의 러시아 흑해함대 사령부를 타격했다. 지난주에는 세바스토폴 조선소의 드라이독을 공격해 킬로급 잠수함을 파괴했다. 러시아 흑해함대가 보유한 6척 가운데 하나였다. 또 러시아가 오데사항 상륙에 사용할 계획이던 로푸차급 대형상륙함도 파괴했다. 이 공격으로 흑해함대는 앞으로 여러 달 동안 흑해 작전에 지장을 받게 됐다. 해군 외에도 우크라이나의 특수부대(HUR)와 정보국(SBU)도 흑해 전투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대형 전투함을 보유하지 못한 우크라이나는 장거리 드론으로 새로운 방식의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네이즈파파 사령관은 “드론이 적군을 긴장시키고 있다. 해상에서는 물론 기지 항구도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게 만든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러시아가 흑해곡물수출협정을 중단한 뒤로 흑해에서의 전쟁 양상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드론 함정으로 크름반도와 러시아 본토 사이 케르치 해협의 러시아 유조선 시크호를 공격하고 흑해 상의 모든 러시아 항구를 “전쟁 위험 지역”으로 선언했다. 특히 러시아의 최대 석유 수출항구인 노보로시스크까지 위험해졌다.

네이즈파파 사령관은 해상전을 규제하는 국제법 1994년 산 레모 협정에 따라 러시아군을 돕거나 러시아 군항 및 항공기 엄호를 받는 상선은 “적법한 공격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흑해 주도권 장악으로 곡물 수출길 다시 활성화

우크라이나 해군은 또 지난달 오데사항으로부터 곡물을 수출하는 상선을 위한 항로를 개척했다고 발표했다. 최근까지 이 항로를 통해 6척의 상선이 곡물을 운반했다.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항구를 공격하면서 이 항로 개설이 가능해졌다고 말한다.

지난달 노보로시스크항에 있던 또 1척의 로푸차급 상륙함을 드론으로 공격한데 이어 최근 우크라이나군 특수부대가 소형 무기로 다양한 공격전을 펴고 있다. 크름반도 서쪽의 시추선에 러시아가 설치한 주요 정찰 장비를 제거했고 크름반도 서쪽에 침투해 러시아 방공망을 파괴했다.

미 해군전쟁대학의 마이클 피터슨 러시아해양연구소장은 “러시아가 흑해에서 더 이상 주도권을 갖지 못한 것이 분명해졌다. 전적으로 우크라이나 해군과 특수부대의 자체 노력의 결과이며 중요한 상황 변화다. 우크라이나가 주도권을 장악해나가고 있으며 일련의 소규모 전술적 승리가 누적되면서 전략적 승리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흑해의 러시아 해군은 취약할 수밖에 없다. 흑해와 지중해를 잇는 보스포러스 해협을 통해 추가로 함정을 투입하는 것이 불가능해 피해를 입은 함정을 보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튀르키예가 1936년 몽트뢰 협약에 따라 모든 군함의 해협통과를 막고 있다.

러군 공군력 우위지만 F-16 도입되면 그마저도 무력화

러시아는 흑해에서 공군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우크라이나에 F-16 전투기가 공급되면 무력화된다. 네이즈파파 사령관은 “F-16이 오데사항을 정찰하기만 해도 흑해 북서 지역에서 러시아 전투기가 사라질 것이라고 장담한다”고 했다.

네이즈파파 사령관의 사무실에는 지난해 4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흑해 함대의 기함인 모스크바호를 파괴한 넵튠 미사일의 덮개가 비치돼 있다. 모스크바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침몰한 최대의 군함이다.

넵튠 미사일은 우크라이나가 자체 개발한 것으로 전쟁 전까지 시험 발사를 한 적이 없는 미사일이다. 네이즈파파 사령관은 “실전으로 시험발사를 한 셈”이라고 했다. 당초 프리기트함인 애드미럴 에센을 겨냥했으나 함정에서 발사한 방해전파로 실패했었다. 네이즈파파 사령관은 “그 사건 뒤에도 러시아는 우리가 우리 해역을 지킬 미사일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해” 모스크바호를 미사일 사정권 안으로 들여보내 침몰당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오데사항 곡물수출 항로를 개설한데 이어 다뉴브 삼각주 지역 루마니아 건너편 항구도 개발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가 이즈마일, 레니, 킬리야 등 3개 항구를 이란제 샤헤드 드론으로 공격했고 일부 드론이 루마니아에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다뉴브항 항구들은 계속 최대로 가동되고 있다. 흑해에서 우위를 확보한 덕에 항구들을 방어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다뉴브 항구를 통한 곡물 수출이 250만t에 달했다. 곡물수출협정이 유지될 당시 오데사항을 통한 수출량은 월 420만t이었다.

다뉴브 삼각주 항구들에서 출항한 선박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루마니아, 불가리아, 튀르키예 영해를 통과해 흑해를 벗어난다. 수심이 얕기 때문에 최대 1만t급 선박만이 이 항로를 이용할 수 있다. 오데사항을 이용한 수출보다 수출비용이 많이 늘어나는 이유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오데사항을 재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네이즈파파 사령관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오데사항을 오가는 선박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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