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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고양시의원들, 사사건건 시장 탓…민생은 뒷전[초점]

등록 2023.09.23 09: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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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출범부터 '삐걱'…1년3개월 간 파행 및 안건부결 지속

매번 집행부 발언·행위 등 문제삼는 민주당 의원들

"오직 시민 만 본다는 다짐 사라졌나?" 비판 여론

고양시의회

고양시의회

[고양=뉴시스] 송주현 기자 = "시민을 볼모로 정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 개탄스럽다."

"선거때 우리 시민들, 우리 시민들 외치더니 의원들 머리에 시민이 있는지 의문이다."

경기 고양시의회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한숨 섞인 목소리다. 고양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단체 행동이 1년3개월째 이어져 의회 파행과 안건 부결이 반복되는 사이 중요한 민생사업마저 멈춰 서게 될 판이다. 

9월 시급한 시민 생활 민원 사업 예산 등이 담긴 2차 추경예산 1946억원은 의사진행을 하지 않고 집단 퇴장한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사라졌다.

23일 고양시 등에 따르면, 고양시의회의는 제276회 임시회에서 지난 6월 미처리된 조례 등을 포함해 총 102건의 안건과 올해 2차 추경예산 1946억원을 다룰 예정이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집단 퇴장으로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이번 임시회에서 다뤄졌어야 하는 추경예산이 사라지면서 결국 피해는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떠넘겨진 상황이다.

추경예산에는 각종 지원금, 물가와 인건비 상승분 등 고정적 비용, 주차장·도로·가로등 보수, 제설 등 시급한 민원 사업이 담겨 있다. 특히 영아(만0~1세)를 둔 가정에게 매달 지급하는 부모 급여 74억원 미편성으로 자칫하면 10월 말부터 일부 수당이 미지급될 위기다.

지역 262개교 11만8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무상급식 지원비 110억원 역시 처리되지 못해 유치원과 각급 학교 무상급식도 비상이다.

준공 15년 이상 공동주택 노후 승강기 600대 교체를 위한 지원금 9억원도 처리되지 않았다. 노후 아파트의 승강기 교체가 지연되면 안전기준 미충족 판단을 받게 되고 운행이 중단될 수 있다. 한 걸음 한 걸음 간신히 걷는 힘없는 노인들이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 우려된다. 

집행부 관계자는 "신규사업이야 추진하지 않는다 쳐도 매달 고정적으로 시민에게 지급되는 인건비, 복지수당이 문제"라며 "특히 긴급 보수를 못해 안전상 문제가 생길 경우 그 피해나 책임은 누가 떠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경기 고양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21일 본회의장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소모적인 정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경기 고양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21일 본회의장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소모적인 정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유출된 집행부 간부회의 내용에 딴죽 거는 민주당

이번 파행은 지난 8월 집행부 실·국·소장 30여명이 참여하는 내부 간부회의 발언 등 관련 내용을 민주당 의원이 문제를 삼으면서 시작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임시회 본회의에서 당시 발언 등을 놓고 '의회에 대한 도전적 발언', '폭거' 등으로 규정하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공무원 내부 회의 내용이 무단 유출된 것에 반발하면서 '의회의 존재 이유는 오직 고양시민의 삶'이라며 민주당 의원들이 정쟁을 멈추고 제자리로 조속히 돌아올 것을 촉구했다.

이번 임시회에 이동환 시장은 출석했으나 민주당 측은 사과 요구가 일축당하자 거세게 항의했고 실랑이를 벌이다 돌연 집단 퇴장했다.

의결 정족수(의원 2분의 1)을 채우지 못한 임시회는 이후 2주 간 파행을 거듭하다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법정기한인 지난 21일 자동 폐회됐다.

협치 잃은 고양시의회, 시민은 뒷전…집행부 발언·행위에만 집중

고양시의회 파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년3개월 간 더불어민주당이 집행부의 발언·행위 등을 빌미 삼아 거의 모든 회기마다 안건을 부결시키거나 집단 퇴장하며 시민들의 불편을 가중시켜 왔다.

지난해 7월 출범한 제9대 고양시의회는 공교롭게도 국힘, 민주당 각 17석 동수로 구성돼 원 구성부터 난항을 겪었다.

이동환 시장은 취임 당시 "여야 간 동수는 경쟁이 아닌 협치하라는 시민의 뜻"이라며 "필요하다면 협치 기구를 구성해 여당과 야당이 협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측은 개원 후에도 "집행부 인사발령에 왜 의원들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느냐" 등 집행부의 고유 권한에 개입하다가 이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지난해 두 번째 임시회(제265회)에서 처리해야 할 안건을 모두 부결 또는 보류시켰다.

지난해 11월 2023년도 본예산 심의를 앞둔 시점에서 파행은 또 다시 이어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고양시 비서실장의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의회 파행의 책임을 시장에게 떠넘겼다.

예산안은 연말까지도 처리되지 않아 전년 예산에 준하는 준예산 체제로 운영되면서 자족·교통 등 민선8기 핵심사업 추진이 지연되거나 난항을 겪었다.

[고양=뉴시스] 송주현 기자 = 이동환 고양시장이 2023년 예산안 심의가 고양시의회에서 이뤄지지 않아 준예산 사태를 맞은 상황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2.12.30 atia@newsis.com

[고양=뉴시스] 송주현 기자 = 이동환 고양시장이 2023년 예산안 심의가 고양시의회에서 이뤄지지 않아 준예산 사태를 맞은 상황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2.12.30 atia@newsis.com

시장 등 주요부서의 업무추진비가 대폭 삭감되며 보복·표적 삭감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올해 3월 상정한 첫 추경예산안 역시 진통 끝에 본회의에서 의결되지 못한 채 자동 폐회됐고 다음 달 간신히 통과됐지만 한옥마을, 원당재창조 등 굵직한 사업예산 60억원이 삭감된 ‘반쪽 예산’이 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 추경예산의 배정이 늦어지자 "시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며 기획조정실장 등 해당 부서 간부들을 경찰에 고발하기까지 했다.

또 시장은 '의회의 요구가 있을 경우'에만 의회에 출석해야 하지만, 지난 6월 돌연 본회의에 시장이 공무 출장으로 불출석했다는 점을 문제 삼아 모든 안건(24건)을 미처리했다.

고양시 조직개편안 또한 지난해 10월부터 집행부가 꾸준히 사전설명을 거치며 공을 들였지만 4차례 미심사 및 부결 끝에 비로소 통과됐다.

조직개편은 이 시장이 지방선거 당시 시민과 약속한 사업을 실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선결사항으로, 개편 지연과 함께 핵심사업 추진도 지연됐다.

시민들 눈총 받는 시의회로 전락…제자리 찾을까

일련의 사태를 두고 시민들 사이에서도 "의원들이 터무니없는 핑계를 내세워 공무원들에게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시의회 임시회를 지켜본 김모(58)씨는 "예산이나 조례 심의와 집행부의 발언이 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시민을 볼모로 내세워 시장을 상대로 단단히 군기를 잡아보겠다는 발상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 시의회 파행을 목도한 신모(60)씨 역시 "시민을 위해 일하라고 뽑은 일꾼들이 시민을 볼모로 정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 개탄스럽다"며 "시민이 의회에게 준 소중한 권한을 시민의 이익을 위해 펼쳐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고양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최규진 대표 의원은 "사실 우리가 요구하는 건 다른게 없다. 시장이 본회의에 좀 성실하게 출석을 하고 이런 일련의 상황에 대해서 자기가 잘못했다고 하면 꾸지람도 한 번씩 들었으면 하는 것"이라며 "딱 이것 뿐이다. 접점만 있으면 금방 풀릴 것 같기도 한데 시장은 전혀 급한 게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예산은 의회의 의결 상황이지만 예산 집행이나 정책 집행은 전부 집행부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우리보다 더 다급해야 하는 게 시장의 입장"이라며 시의회 파행 등 상황에 대해 "죄송하다. 잘 풀어보겠다"고 답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ti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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