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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 먹다 남은 컵라면이"…명절에도 현장 찾는 '특수청소부'

등록 2023.10.01 07:25:26수정 2023.10.01 08:2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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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현장…냉장고엔 먹다 남은 컵라면

"조금만 더 견디면 살 수 있는데"…토로

[서울=뉴시스]유튜브 채널 '청소오빠'는 지난해 9월28일 '적어도 배고픈 사람이 없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실제 고독사 특수청소 현장입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사진=청소오빠 채널 캡처) 2023.09.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유튜브 채널 '청소오빠'는 지난해 9월28일 '적어도 배고픈 사람이 없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실제 고독사 특수청소 현장입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사진=청소오빠 채널 캡처) 2023.09.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창환 기자 = 이른바 '특수청소부' '유품정리사'라고 불리는 이들은 설날·추석과 같은 명절에 작업 현장을 찾기도 한다. 고독사·극단적 선택 등으로 세상을 떠난 고인의 마지막 흔적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누군가에게는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온 가족이 한데 모여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 장면이 떠오를 명절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죽음을 맞이하는 날이 될 수도 있다.

유튜브 채널 '청소오빠'를 운영 중인 최영진(40)씨는 지난 18일 뉴시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 추석, 설날 때도 고독사 현장에서 일을 했다"며 "그런 날 특수하게 몰리는 건 아니다. (다만) 이상하게 명절마다 저는 일이 생겨 (현장에)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도 사람이기 때문에 조금, 조금은 무뎌지기도 하지만, 추석에 찾았던 현장은 조금 더 마음이 그렇더라(쓰리더라)"라며 "(집안에) 정말 먹을거리 없었다. 냉장고에는 먹다 남은 컵라면이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실제로 최씨가 올린 영상을 보면 고인의 냉장고 안에는 먹다 남은 컵라면이 놓여 있다. 숟가락도 함께 담겨 있었다. 집안에서는 인스턴트 식품은 물론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음식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직업상 고인의 마지막 거처를 찾는 게 일인 그에게도 당시 현장은 유독 가슴이 쓰리게 다가왔다. 당시 영상에서 '오늘 난 절대적 빈곤을 눈으로 목격했다'는 말을 꺼내기도 했다.

최씨는 "추석에 일을 마치고 집에 가면 명절 음식이 얼마나 많겠나"라며 "요즘 다이어트 한다고 (일부러) 안 먹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 어르신은 그렇게 배도 고프고 변변한 치료도 못 받고 집에서 쓸쓸히 돌아가시지 않았을까. 특히 그 현장은 마음이 많이 안 좋더라"라고 언급했다.
 
과거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는 최씨. 지금은 형편이 어렵거나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대화 한 번 하자'며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그는 "저는 원래 눈물도 별로 없고 그냥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라 감수성이 예민한 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저도 과거에 너무 힘든 시간을 겪어보기도 했고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분들로부터 전화를 많이 받으며, 현장을 찾다 보니까 너무 안타깝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러면서 "조금만 더 견디면 어떻게든 살 수 있는데"라며 "그래서 제가 더 영상을 만들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21년 9월 처음 영상을 올린 이후 최씨에게 오는 메일·전화의 수도 늘었다. 고민 상담 등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한 이들도 적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끝으로 최씨는 "구독자분들이 '상업적인 채널이 아니라서 좀 따뜻한 것 같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정말 감사하다"며 "저도 이 채널을 상업적으로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남겼다.

한편 그가 올린 30개 영상은 모두 광고가 포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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