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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장벽을 넘다ⓛ]공연장 자동문으로 바꾸고 '모두예술극장'도 개관[뉴시스 창사 22년]

등록 2023.09.30 06:00:00수정 2023.10.06 10: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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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에는 '장벽'이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장애인들이 공연장, 도서관, 박물관 등 문화예술공간들을 이용하는데 벽은 여전합니다. 뉴시스가 창사 22주년을 맞아 4회에 걸쳐 '문화, 장벽을 넘다' 기사를 연재합니다. 표준공연장 등 문화예술 분야를 비롯해 궁능 등 국가유산, 도서관, 여행지 등의 무장애(배리어프리) 환경 조성을 위한 현재를 점검해 봅니다.<편집자 주>

[서울=뉴시스]국립극장 기획공연 음악극 '합★체' 공연 사진. 주인공인 쌍둥이 형제 '오합', '오체'(가운데)와 같은 옷을 입고 그림자처럼 함께 움직이는 수어 통역 배우(양 끝)가 연기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2023.09.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국립극장 기획공연 음악극 '합★체' 공연 사진. 주인공인 쌍둥이 형제 '오합', '오체'(가운데)와 같은 옷을 입고 그림자처럼 함께 움직이는 수어 통역 배우(양 끝)가 연기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2023.09.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지난 17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음악극 '합★체'의 마지막 공연이 올랐다. 주인공은 저신장 장애인 아버지와 비장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작은 키가 고민인 쌍둥이 형제 '오합'과 '오체'.

주인공은 두 명이지만, 무대엔 네 명이 한 몸처럼 움직인다. 쌍둥이 형제 곁엔 그림자처럼 함께 움직이며 생생한 표정과 손짓으로 연기하는 수어 통역 배우가 있다. 공연 시작 전엔 극의 해설자이자 음성 해설을 하는 배우가 뒤편부터 앞쪽까지 무대 장치를 하나하나 설명해 준다. 객석에선 휠체어를 탄 관객부터 시각 장애인, 저신장 관객 등 많은 장애인이 자리했다.

한글 자막과 한국 수어 통역, 음성 해설을 동반해 관람 접근성을 높인 무장애(배리어프리) 공연이다. 국립극장은 '장벽 없는 극장 만들기' 일환으로 지난 시즌부터 무장애 공연 제작에 적극 나서며, 한 시즌에 4편 정도 올리고 있다. 농인(청각 장애인) 배우가 출연한 연극 '우리 읍내', 뇌병변 장애인 배우와 함께한 연극 '틴에이지 딕', 무장애 클래식 공연 '함께, 봄' 등을 선보였다.
[서울=뉴시스]지난 2022년 11월 선보인 국립극장 '틴에이지 딕' 공연 사진. 공연에는 뇌병변 장애인 배우인 하지성과 조우리가 출연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2023.09.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지난 2022년 11월 선보인 국립극장 '틴에이지 딕' 공연 사진. 공연에는 뇌병변 장애인 배우인 하지성과 조우리가 출연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2023.09.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국립극장, 지하분장실에 장애인용 화장실 새로 설치

무장애 공연으로 장애예술인과 장애인 관객들이 극장을 더 찾게 되면서 시설도 보완했다. 지난해 국립극장은 대극장인 해오름 지하분장실에 장애인용 화장실을 새로 설치하고, 뜰아래 연습장 입구 문을 휠체어 등의 출입이 쉽도록 자동문으로 바꿨다. 자막 위치 등을 고려한 장애인 우선 좌석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도 지난달부터 공연 시작 전 비상대피 안내를 음성 외에도 수어 통역과 자막 영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내년엔 휠체어석을 확대할 예정이다.

뇌병변 장애인으로 '틴에이지 딕'에 출연해 올해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연기상을 받은 배우 하지성은 "무장애 공연 전반에 대한 지원 확대를 바란다. 국공립 극장에서 장애 배우의 당사자성을 띈 작품만큼은 장애인 역할을 최대한 장애인이 맡고, 그 외에도 원작을 변형하는 방식으로 장애 예술인의 참여를 늘릴 수 있다"며 "국내 모든 공연장의 관객과 장애예술인의 접근성 의무화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이 비상 대피 안내를 수어 통역과 자막이 있는 영상으로 제공한다.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2023.08.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이 비상 대피 안내를 수어 통역과 자막이 있는 영상으로 제공한다.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2023.08.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국내 첫 장애예술인 표준공연장 '모두예술극장' 10월 개관

오는 10월에는 국내 첫 장애예술인 표준공연장인 '모두예술극장'이 문을 열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창작 및 관람 환경을 장애인에게 최적화된 환경으로 조성하고자 서울 서대문구 구세군빌딩 1~3층을 리모델링해 이를 마련했다. 250석 규모의 블랙박스 공연장을 비롯해 연습실 3개, 스튜디오 1개, 분장실 4곳 등으로 구성돼 있다. 추후 장애인 편의를 위한 접근성 매니저 등 인력 서비스도 새롭게 운영할 예정이다.

모든 공간은 휠체어 등 장애인의 이동이 원활할 수 있도록 단차 없이 설계됐다. 시각·청각 장애인을 위한 안내 표지 및 시설은 물론 공연별 자막·음성·수어 해설도 모두 지원된다. 공연장은 3개월 가량 시범 가동할 예정이며,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위탁 운영한다.

특히 기존 공연장들이 장애인 관객 위주로 개선돼 왔다면, '모두예술극장'은 장애예술 창작자를 위한 공간이 마련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오세형 장애인문화예술원 공연장추진단TF 단장은 "그동안 열악한 여건 속에 위축될 수밖에 없었던 장애예술인들이 역량을 마음껏 펼치고 동등하게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분장실부터 무대까지의 이동이나 샤워실 등 편의시설, 무대 기술 스태프가 쓰는 조정실까지 장애예술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해설이 지난 13일부터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전시중인 장욱진 회고전에 활용되고 있다. 2023.09.27.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해설이 지난 13일부터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전시중인 장욱진 회고전에 활용되고 있다. 2023.09.27. [email protected]


문체부, 장애인예술인 전시 전문공간도 마련…우선구매 제도도

문체부는 내년에 장애예술인의 전시 활동을 위한 전문공간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내년 예산에 30억원을 편성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장애예술인 생산 창작물 우선구매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 3월28일부터 시행 중이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847개 기관이 창작물 구매 총액의 3% 이상을 장애예술인의 공예·공연·미술품 등으로 구매해야 하는 제도다. 장애예술인들이 창작활동을 지속하고 직업을 유지하는 데 실질적인 지원을 하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했다. 우선구매 제도 온라인 시장 조성을 위해 내년까지 유통 특화 플랫폼도 구축할 계획이다.

지난해 국민들에게 개방한 청와대 등에서 장애예술인 전시 및 공연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장애예술인 특별 미술전과 지난 4월 시각장애인 오케스트라 공연에 이어 이달 초엔 국내 최대 장애인 문화예술축제 '에이플러스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문체부는 장애예술인들이 안정적인 문화예술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지원 사업도 이어간다. 내년 정부 예산엔 장애예술 활성화를 위한 '함께누리 지원' 예산이 22억원(8.5%) 증액된 285억원으로 편성됐다. 지원 공모사업은 올해 67억여원에서 7억여원 증가한 73억7000만원으로 배치했다.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하트시각장애인 체임버오케스트라의 특별공연 '함께 누리는 마음의 선율'을 관람한 뒤 박수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3.04.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하트시각장애인 체임버오케스트라의 특별공연 '함께 누리는 마음의 선율'을 관람한 뒤 박수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3.04.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정부, '약자 프렌들리' 정책 지원 강화…접근성 확대 추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2021년 실시한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예술인 중  62.2%가 예술을 전업으로 하지만 연간 평균소득은 809만원, 창작활동 수입은 218만원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92.4%가 '문화예술활동 기회가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고, 문화예술활동 활성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창작지원 및 수혜자 확대'(70.5%)를 꼽았다.

'약자 프렌들리' 정책을 강조하고 있는 현 정부 기조에 따라 문체부는 지난해 발표한 '제1차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 기본계획(2022~2026)'을 바탕으로 지원을 강화해간다는 방침이다. 기본계획에는 장애예술인 창작 지원 강화, 일자리 등 자립 기반 조성, 문화예술 활동 접근성 확대 등의 과제를 담았다.

문체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장애예술인들이 더욱 나은 환경에서 상상력과 예술성을 발휘하고, 국민들이 더욱 가깝게 장애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짜임새 있게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세종꿈나무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회회관 연습실에서 정기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세종꿈나무 오케스트라는 문화예술을 접하기 어려운 환경의 장애·비장애 아동·청소년들이 음악을 배우고 함께 어울리며,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는 13년째 이어지고 있는 세종문화회관 예술교육이다. 2023.09.27.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세종꿈나무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회회관 연습실에서 정기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세종꿈나무 오케스트라는 문화예술을 접하기 어려운 환경의 장애·비장애 아동·청소년들이 음악을 배우고 함께 어울리며,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는 13년째 이어지고 있는 세종문화회관 예술교육이다. 2023.09.27.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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