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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연금개혁 엿보기]③프랑스, 수급개시 연령 늦추자 격렬한 저항 직면

등록 2023.10.03 09:30:00수정 2023.10.03 09: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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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62세→64세 연기…수개월 시위 지속

마크롱 대통령, 의회 표결 없이 입법 강행

국내도 수급개시 연령 '도화선' 될 가능성

[파리=AP/뉴시스] 시위자들이 지난 1월31일(현지시간) 파리에서 프랑스의 퇴직 연령을 연장하는 연금 개혁안 반대 현수막을 들고 있다. 2023.10.03.

[파리=AP/뉴시스] 시위자들이 지난 1월31일(현지시간) 파리에서 프랑스의 퇴직 연령을 연장하는 연금 개혁안 반대 현수막을 들고 있다. 2023.10.03.

[세종=뉴시스]이연희 기자 = 가장 최근 연금개혁을 단행한 나라로는 프랑스가 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1월 정년 및 연금 수급개시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늦추겠다는 연금개혁안을 발표한 후 수 개월 동안 격렬한 저항에 부딪쳤다.

우리나라도 재정계산위원회의 국민연금 모수개혁 시나리오에 수급개시 연령을 현재 65세에서 최장 68세로 늦추는 방안이 포함된 만큼 향후 비슷한 반발을 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3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연금개혁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는 이달 말 확정 발표할 연금개혁안의 국민적 수용도가 얼마나 될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장 가까운 사례로 프랑스는 연금개혁을 두고 이미 여러 해 진통을 겪어왔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하기 전인 2020년부터 연금개혁을 추진해왔으나 반발이 커지자 2022년 대선 이후로 미룬 바 있다. 재선에 성공한 후 지난 1월에야 정부의 연금개혁안을 발표했다. 

연금개혁안은 정년 및 수급개시 연령을 현재 62세에서 64세로 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프랑스 정부는 당초 65세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다 반대가 강해 64세로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정부는 2030년까지 연간 연금 적자가 135억 유로(약 18조7965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만큼 재정 고갈을 막기 위해 이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격렬하게 반대시위를 이어왔다. 야권과 주요 노조는 부유층이나 고용주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등의 방식으로 연금 기금을 조달할 다른 방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마크롱 대통령은 하원에서 과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자 지난 3월16일 표결 없이 정부가 강행 입법할 수 있도록 한 프랑스 헌법 49조3항을 발동했으며 지난 4월15일 법에 공식 서명했다.

우리나라도 지난달 재정계산위원회가 모수개혁안 공청회에서 제시한 18개 시나리오 중 수급개시 연령을 늦추는 방안이 포함됐다. 공청회에서 공개된 초안에는 연금보험료율 12%·15%·18% 상향, 수급 개시 연령 66세·67세·68세로 연기, 국민연금기금 운용 수익률 0.5%포인트(p), 1%p 제고 등의 변수를 조합한 18개 시나리오가 제시됐다.
[파리=AP/뉴시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3월16일 파리 외무부에서 열린 국가외교원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22일 방영된 국영 TV와의 인터뷰에서 의회 표결 없이 강행한 연금개혁 법안이 '연말까지는'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2023.10.03.

[파리=AP/뉴시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3월16일 파리 외무부에서 열린 국가외교원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22일 방영된 국영 TV와의 인터뷰에서 의회 표결 없이 강행한 연금개혁 법안이 '연말까지는'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2023.10.03.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 소득대체율 40%(2028년까지), 수급 개시 연령은 65세(1969년생부터)로 정해져 있으며,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국민연금 기금은 2055년 소진될 전망이다.

초안이 공개되자 은퇴를 앞둔 50~60대 초반 중장년은 물론 청년 층에서도 반대 기류가 흐르는 상황이다. 특히 정년 연장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자칫 잘못하면 은퇴 후 최장 8년의 '소득 크레바스'(소득 공백)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정부가 이달 말 실제 수급개시 연령을 연기하는 방안을 확정 발표할 경우 프랑스처럼 후폭풍도 예상된다. 

모수개혁안 공청회 전부터 재정계산위원회에서는 국민연금 기금 재정 안정을 우선시 하는 위원들과 소득보장 강화를 강조하는 위원 간 대립도 첨예한 상황이다. 소득보장 강화 측 위원들은 재정계산위원직을 사퇴하고 별도의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다.

이처럼 정부의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 국회 제출 기한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태에서, 국회의원 총선거를 약 반년 앞두고 연금개혁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어느 정도 도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복지부는 2030 자문단 등 청년층과 현재 국민연금 수급자인 고령층을 비롯해 주부, 특수고용노동자 등 다양한 계층과의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청취해왔다.

한 복지부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다른 공적연금과의 구조개혁 방향, 정년 연장 등 연금제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연금개혁은 국민적 수용도가 관건이다. 현재로서는 국회에 제출하는 연금개혁안에 어느 정도 구체화해서 담을지도 미정"이라고 고민을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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