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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치, 준칙의 규칙 깬 원칙…사이키델릭한 '담요'

등록 2023.12.03 10:2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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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공연

내년 상반기 발매 예정인 정규 2집 프리뷰

[서울=뉴시스] 이날치. (사진 = LG아트센터 서울 제공) 2023.11.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날치. (사진 = LG아트센터 서울 제공) 2023.11.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준칙의 규칙을 깬 원칙.

얼터너티브 팝 밴드 '이날치'가 지난 1~2일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의 블랙박스 공연장인 U+ 스테이지에서 펼친 콘서트 '담요'로 새삼 증명한 사실이다.

이날치는 우리 대중음악계나 국악계에서 통용돼 온, 준거할 기준인 규칙·법칙의 편견을 깨왔다. 판소리 별주부전에서 영감을 얻은 정규 1집 '수궁가'의 타이틀곡 '범 내려온다'의 리듬 감각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영역의 것이었다.

대중음악 리듬의 기본이 되는 베이스(그것도 두 대)와 드럼을 틀로 삼고 보컬(더구나 판소리 기반의 소리꾼) 세명을 앞세운 구조는 우리 대중음악이 그간 가보지 못한 경지였다. 그렇게 새로운 원칙이 됐다.

특히 그건 대중음악계에서 이날치가 '게임체인저'로 통하는 기반이다. 고희경 홍익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장은 최근 자신이 펴낸 '뮤지컬의 탄생 -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뮤지컬 150년의 역사'에서 미국 힙합 뮤지컬 '해밀턴'이 뮤지컬계 '게임 체인저'가 된 이유를 설명했는데, 이날치가 주목 받은 맥락과 비슷한 지점이 있다.

알렉산더 해밀턴을 중심으로 미국 건국 배경을 노래한 '해밀턴'의 넘버는 전형적인 뮤지컬 쇼툰부터 R&B, 솔, 록, 랩 등 다양하다. 특히 랩을 비롯한 힙합 문화가 이 극의 내러티브를 이끄는 핵심 장치라고 고희경 원장은 본다. "힙합의 정신이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마음"이라는 것이다.

이날치의 음악 역시 그렇다. 분명 중독적인 후크(Hook)의 대중음악 작법 위에 놓여 있지만, 내러티브를 이끄는 핵심 장치는 우리 소리다.

이번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여덟 곡을 먼저 들려준 정규 2집 '담요'(내년 상반기 발매 예정으로 총 11곡이 실릴 예정)의 텍스트는 판소리를 기반으로 삼은 작품은 아니지만, 우리 소리가 내장된 보컬들의 들끓는 한과 우리 특유의 박자 감각이 서사를 만들어낸다.

담요를 뒤집어썼지. 그러면 또 거기 바깥이 있었다. 이건 '담요'의 이야기 구성과 작사를 맡은 극작가 김연재의 글이다. '담요'는 '이름이 없는 마을' '발밑을 조심해' '진흙의 신' 등 일부 공개된 트랙리스트를 살펴볼 때 전쟁과 학살, 잡신과 요괴 등의 이야기가 뒤섞일 것으로 보인다. '위치와 운동'(2020), '상형문자무늬 모자를 쓴 머리들'(2021) 등을 통해 이미지를 그려내는데 탁월함을 증명한 김 작가가 이 이야기에 상상력을 얹게 된다.

이미 이날치가 공연에서 선보인 '히히하하'를 비롯한 곡들의 사이키델릭함이 이런 이번 앨범의 이야기와 맞물리며 더 진동하게 되는 셈이다. 실제 이번 이날치의 공연은 슈게이징을 연상케 하는 포스트 록 음악에 가까웠다. 음악의 정교함을 블랙박스 극장 안 조명과 무대에 담아낸 여신동 디자이너의 미니멀함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광채가 관객들의 마음, 생각을 더 요동치게 했다.

또 '담요'라는 소재가 무자비한 세상을 버티는 방패막이로서 공감대를 형성한다. 김 작가의 글 내용처럼, 담요 속엔 바깥이 있고 광주리가 있고 누룩이 있는데 그것들은 뒤섞여 뱅뱅 돈다. 근데 그건 온전한 나의 세계이기도 하다.

이날치의 구성원 세계는 점차 변해가고 있다. 음악감독 겸 베이스 장영규, 보컬 안이호와 함께 이날치를 지켜온 원년 멤버 권송희가 이번 LG아트센터 서울 무대를 끝으로 팀을 떠났다. 박찬욱 감독의 단편 작품 '청출어람', '일장춘몽'에 출연하며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냈던 전효정(보컬)을 중심으로 여성 보컬은 재편된다. 전자음악 기반의 베이시스트 겸 프로듀서인 노디(Noddy Woo), 밴드 네스티요나·온달·아시안체어샷의 드러머로 활동해 온 이용진이 이번에 새 멤버로 무대에 올랐는데 리듬에 유연성을 더했다. 객원 멤버로 활약한 최수인의 보컬도 능수능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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