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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프로야구 음주운전…왜 반복될까[기자수첩]

등록 2023.12.29 11: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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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프로야구 음주운전…왜 반복될까[기자수첩]


[서울=뉴시스]박윤서 기자 = 올해 한국 야구는 화제의 중심에 서며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대회 4연패의 위업을 달성했고, 프로야구 LG 트윈스는 KBO리그 통합우승을 달성하며 29년 만에 숙원을 풀었다.

선수들도 한국 야구의 위상을 드높였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이 아시아 출신 내야수 최초로 수비력만으로 수상자를 선정하는 상인 골드글러브를 거머쥐었다. KBO리그를 평정한 이정후는 올겨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 기간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약 1484억원)의 대형 계약을 맺으며 놀라움을 자아냈다.

그러나 최근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일들도 잇따랐다. 롯데 자이언츠 소속이었던 내야수 배영빈과 두산 베어스 뛰었던 포수 박유연이 연달아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배영빈은 지난 10월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됐다. 대리운전 기사를 부른 뒤 골목에 주차된 차를 빼 큰 길에 정차한 상황에서 경찰 단속에 걸린 것이다. 배영빈은 음주운전을 하고도 이 사실을 구단에 알리지 않았다가 들통 나 거센 비난을 받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년 실격과 사회봉사활동 80시간의 징계를 내렸고, 롯데는 퇴단 조치했다.

박유연 또한 음주운전에 적발된 사실을 숨겼다가 뒤늦게 발각되면서 팬들에 충격을 안겼다. 박유연은 지난 9월 술자리를 한 다음 날 오전에 운전을 하다가 음주 단속에 적발돼 면허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 소식을 제보를 통해 접한 두산은 내규에 의해 방출 조치했다. 박유연은 KBO로부터 8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KBO는 지난해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고자 제재 규정을 강화했다. 음주운전 적발로 면허정지는 70경기 출장정지, 면허취소는 1년 실격 처분을 내리고 음주운전 2회는 5년 실격, 3회 이상은 프로야구에서 퇴출되는 영구 실격 처분을 받는다. 이에 해당하는 경우 규약 조항에 의해 제재가 부과된다.

앞서 강정호, 김기환, 한화 이글스 하주석 등이 음주운전으로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음주운전 후 내리막길을 탄 강정호는 키움 복귀를 타진했으나 KBO가 구단과 선수 간의 계약을 승인하지 않았고, 소속팀을 잃은 김기환은 그라운드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하주석은 7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마치고 팀에 복귀했으나 떨어진 실전 감각 탓에 올해 타율 0.114에 그쳤다. 여전히 그들을 향한 팬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허구연 KBO 총재는 지난해 취임식에서 "술을 마시면 핸들을 잡지 않아야 한다. 어릴 때부터 교육이 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음주운전 발생 사례와 이에 따른 징계 그리고 KBO가 사태 재발을 예방하기 위한 제재를 강화했음에도 야구계에 음주운전 근절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은 채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KBO와 구단이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음주운전 관련 교육에 따른 학습 효과에 물음표가 붙는다. 음주 후 운전대를 잡는 것만으로도 KBO의 음주운전 제재 규정과 교육 과정을 무시하는 처사로 여겨진다. 결국 배영빈과 박유연은 안일하게 이를 간과하는 듯한 행태를 보이며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한층 높여야 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배영빈과 박유연은 잠재력을 갖춘 유망주였다. 서울고와 홍익대를 졸업한 배영빈은 올해 롯데와 육성 선수 계약을 맺은 후 정식 선수로 전환됐고 정규시즌 18경기에서 타율 0.313을 기록했다.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6라운드 60순위에 두산에 지명된 박유연은 공격형 포수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1군 통산 2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0 OPS(출루율+장타율) 0.595의 성적을 냈다.

하지만 한순간의 그릇된 판단으로 배영빈과 박유연의 밝은 미래가 사라졌다. 팬들의 원성이 높아진 시점에서 이들이 징계를 끝내고 다른 구단의 부름을 받을 가능성조차 희박해졌다. 스스로 선수 생활 중단 위기를 자초하는 음주운전 행태를 이제는 끊어내야 할 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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