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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케이, 4만선 돌파 가능" 낙관론 확산…기업실적·엔저 등이 강세 뒷받침

등록 2024.02.22 16:28:51수정 2024.02.22 16:3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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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배구조 개혁, 新소액투자비과세 등도 긍정적 영향

방일객 회복 맞물려 내수 활력…中투자금도 日로 이동

증권사들, 닛케이지수 연내 4만1000~4만5000선 가능 전망

[도쿄=AP/뉴시스]1989년 12월29일 도쿄 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들. 2024.02.22.

[도쿄=AP/뉴시스]1989년 12월29일 도쿄 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들. 2024.02.22.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22일 도쿄 주식시장에서 일본 증시의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지수(닛케이 평균주가)는 3만9000선을 돌파하며 거품(버블)경제 시절 기록한 역대 최고치를 34년 2개월만에 경신했다.

이날 닛케이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836.52포인트(2.19%) 상승한 3만9098.68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부터 서서히 '버블경제' 극복 조짐…올해 초부터 급등세

일본 증시가 폭락에서 반등으로 복원력을 나타낸 건 지난해 말부터였다. 지난해 주가는 연초에 2만5000대로 시작해, 조금씩 상승, 그리고 5월19일에는 3만808.35로 거래를 마쳐, 버블(거품)경제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다. 약 33년만의 고가였다. 그 후로도 주가는 버블 이후 최고치를 경신해, 7월 3일에는 종가 기준 3만3753.33전까지 올랐다.

얼마 전 산케이신문은 "주가가 급등한 배경에는 코로나 사태 이후 경제활동 정상화로 기업 실적이 호조를 보인 점과 일본주식은 저평가 매력이 있어 미국의 저명 투자가 워런 버핏도 주목하는 등 해외 투자가를 중심으로 해 매수 주문이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미국에서 금리인상이 장기화되는 한편, 일본은행이 대규모 금융완화책을 계속 유지함으로써 미일 금리차가 확대돼 엔저(円低)가 진행된 것도 일본주식의 인기를 끌어올린 측면이 있다. 엔화 시세는 연초에는 1달러당 130엔 전후에서 움직이고 있었지만, 봄 무렵부터 엔저 경향에 들어가, 가을에는 달러당 151엔을 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주가는 이후 가을까지 한풀 꺾여 3만1000선 밑으로 떨어지는 날도 있었지만 11월이 되면서 미 금리 인상에 대한 경계감의 후퇴 등으로 다시 상승세를 탔다.

이러한 상승세는 2024년에도 이어졌다. 새해 첫 개장일인 1월4일 3만3288.29로 소폭 하락한 닛케이지수는 9일 3만3763.18로 지난해 최고치를 뛰어넘었다.  특히 1월9~10일에는 각각 전 거래일 대비 385.76포인트, 678.54포인트씩 오르면서 이틀 동안 1000포인트가 넘는 급등세를 보였다. 연초 3만3200대로 시작한 닛케이 지수는  한 달 반여 만에 5000포인트 이상 올랐다.

닛케이 지수의 2023년 말 대비 상승률은 17%로 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4%·21일 기준) 등 미국과 유럽의 주요 지수를 크게 상회한다. 도쿄증권거래소의 최상위 시장격인 프라임시장의 시가총액은 올해 들어 약 90조엔 증가했다.

견조한 기업 실적, 엔저 등 환율도 日증시 강세 뒷받침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주가 상승의 기세가 오른 계기로 일본 기업의 견조한 실적 증가를 꼽았다. 이달 중순 발표가 마무리된 2023년 4~12월기 연결결산에서 시장 예상을 웃도는 이익을 낸 기업이 많았고,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책 강화를 발표한 기업에도 매수세가 늘었다.

이번 주가 상승의 기점이 된 것은 지난해 봄 세계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의 일본 방문이었다. 버핏은 일본 투자를 늘리겠다고 말하면서 무역 상사 등의 주식이 급등했다. 이것이 오랫동안 '재팬 패싱'을 계속해 온 해외 투자가들에게 일본 주식 투자의 재고를 촉구하는 마중물이 됐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짚었다. 해외 투자자는 지난해 일본 주식을 3조1000억엔을 순매수했고, 올해 순매수액도 이미 2조엔을 넘었다.
 
일본 기업의 지배구조 개혁도 일본 주식투자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3월 도쿄증권거래소에 의해 PBR(주가 순자산 배율)이 1배 미만인 기업들에 대한 개선 요청 등으로 자본 효율 개선이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도쿄=AP/뉴시스]한 사람이 22일 일본 도쿄의 한 증권회사에서 닛케이225지수를 표시하는 주식 시황판 앞을 걷고 있다. 2024.02.22.

[도쿄=AP/뉴시스]한 사람이 22일 일본 도쿄의 한 증권회사에서 닛케이225지수를 표시하는 주식 시황판 앞을 걷고 있다. 2024.02.22.

연초부터 신(新)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가 시작되면서 개인 자금이 주식 시장에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점도 일본 증시의 강세 요인으로 분석된다. 신소액투자비과세제도에서는 투자 상한 범위가 확대될 뿐만 아니라 비과세 기간도 영구화해, 젊은층 등 폭넓은 세대의 자금이 예상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 등으로 향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주가를 끌어올린 큰 요인이 엔화약세와 달러강세, 인바운드(방일객) 증가 등에 힘입은 견조한 기업 실적"이라며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기업의 2024년 3월기 최종 이익 합계는 3개 분기 연속으로 역대 최고를 갱신할 전망이다. 또 1월에 시작된 신(新)소액투자비과세 제도(NISA)로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닛케이 지수는 일본의 경제성장에 따라 상승하다가, 거품 경제를 거쳐 1989년 12월에 당시 최고가를 기록했고, 거품경제 붕괴에 따라 하락세로 돌아선 뒤, 2008년 리먼 쇼크 이후인 2009년 3월에는 거품경제 이후 최저가인 7054.98을 기록했다. 그 후, 아베 신조 정권의 경제 정책 '아베노믹스' 등에 힘입어 점차 상승했다.

이날 사상 최고치 경신에 대해 노무라 증권의 카미야 카즈오 투자정보 전략가는 요미우리에 "통과점에 불과하다"며 "반도체 관련, 수출 관련주라는 한정된 기업들이 (증시를)밀어올리고 있지만 다른 기업들도 상승을 강화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요미우리는 "일본 주식이 지속적으로 평가받으려면 임금 상승으로 소비가 확대되고, 물가가 상승해 기업 실적을 끌어올리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닛케이, 어디까지 오를까…연내 4만선 돌파 낙관론 확산

연초부터 강력한 성장을 보인 닛케이지수가 22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시장은 기대감을 더 높이고 있다. 일본 증권사들도 연말 닛케이 지수의 고점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씨티그룹증권은 2024년 말까지 4만5000선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이와증권과 노무라증권은 연말까지의 고점으로 4만3000선을 예상했고, SMBC닛코증권은 닛케이지수가 ·4만2000선에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연말 4만1000선에 도달할 것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닛케이지수의 상승세는 중국에 대한 매력이 사라져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으로 몰려들면서 시작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일본이 장기침체에서 벗어났다는 낙관론이 나오고, 일본의 AI 등 관련 산업이 앞으로 주목받을 것이란 기대감 등이 그 배경이다.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전략가 조나단 가너는 일본 기업들의 임금과 이윤 상황이 개선되고 있으며, 기업들이 자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내수에서는 경제활동 재개와 방일 외국인 고객의 수요를 흡수하는 기업에서 견조함이 두드러지고, 상장기업의 수중 자금은 100조엔 규모로 증가해 임금 인상 여력은 충분하고,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을 향한 기대도 주가 상승의 순풍"이라며 "지정학적으로 중국을 피해 일본으로 돈이 향하는 흐름도 있다. 시가총액으로는 도쿄시장이 상하이시장을 제치고 3년 반 만에 아시아 선두로 돌아왔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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