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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서 동의 없이 '원주민 신체' 연구한 의료진 기소

등록 2024.02.27 11:26:43수정 2024.02.27 14:5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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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연구 참여자에 동의 없이 '추가 검사' 진행

당사자 모르게 논문에 사용…학회에 정보 공개

[밴쿠버=AP/뉴시스] 캐나다에서 원주민 의료 연구 참여자를 대상으로 동의 없이 추가 검사를 진행한 방사선 전문의 2명이 사생활 침해, 불법 감금, 과실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고 26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사진은 2021년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한 옛 원주민 기숙학교 터에서 유해로 발견된 215명의 원주민 어린이를 위한 추모식에 참여한 원주민 전통 복장의 시민. 2024.02.27.

[밴쿠버=AP/뉴시스] 캐나다에서 원주민 의료 연구 참여자를 대상으로 동의 없이 추가 검사를 진행한 방사선 전문의 2명이 사생활 침해, 불법 감금, 과실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고 26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사진은 2021년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한 옛 원주민 기숙학교 터에서 유해로 발견된 215명의 원주민 어린이를 위한 추모식에 참여한 원주민 전통 복장의 시민. 2024.02.27.

[서울=뉴시스] 최윤영 인턴 기자 = 캐나다 원주민 단체가 동의 없이 원주민 신체를 연구한 의료진을 고소했다.

가디언은 26일(현지시간) 캐나다 원주민 퍼스트네이션(First Nation) 단체가 동의 없이 신체 검사를 진행한 의료진을 사생활 침해, 불법 감금, 과실, 신의성실 의무 위반, 계약 위반, 구타 및 폭행(동의 없이 수행된 의료 시술)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이번 소송이 원주민에게 의료 실험을 자행한 아픈 역사와 현재까지 캐나다 의료 시스템 내에서 계속되고 있는 차별을 드러낸다고 풀이했다.

원고 대표 안드레아 폴은 2017년 다른 회원 60명과 함께 현지 의료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들은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에 있는 한 병원에서 MRI 검사를 받았다.

그러나 검사 후 의료진은 참가자들의 동의 절차 없이 추가 검사를 진행했다. 폐쇄공포증을 가진 안드레아는 영문을 모른 채 다시 MRI 기계에 들어가야 했다. 안드레아는 소수민족 '미크맥'(Micmac) 출신이다.

1년 뒤 안드레아는 의료진이 개인적인 목적으로 추가 검사를 진행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를 포함한 연구 참여자들은 검사를 진행한 방사선 전문의 2명을 고소했다.

전문의 피고 로버트 밀러, 샤론 클라크는 '대서양 캐나다 원주민 인구의 간 질환에 대한 MRI 소견'이라는 연구에 해당 데이터를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로버트 밀러 전 캐나다 방사선 협회 회장이자 현 댈하우지대학 의과대학 부교수는 당초 원주민 데이터 외부 공개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이후 방사선 학회에게 데이터를 공유했다고 시인했다.

학회와 달리 연구를 주관한 협회(CAHHM)와 연구 참여자들은 해당 연구 결과를 전달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캐나다가 과거 의료 시스템 내에서 원주민 차별을 가했으며, 이러한 구조적 인종차별 양상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국은 1940년대 1300명의 원주민 어린이를 대상으로 고의로 음식 배급량을 줄이는 등의 영양실조 영향 연구를 진행했다. 원주민 여성의 동의 없이 불임 수술을 시행하는 등 다양한 피해 사례가 보고됐다.
 
원고 대표 안드레아 폴 노바스코샤 원주민 의회 책임자는 "원주민 대상의 잔인한 의료 연구 역사를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신체 정보조차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 무력하고 참담한 심정을 느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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