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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회경, 나만 알고 싶은 혹은 나만 알기엔 아까운

등록 2024.03.22 10:4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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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형 싱어송라이터'의 탄생

'이효리의 레드카펫' 출연 등 주목

"오래오래 기억되고 오래오래 노래하고 싶어요"

[서울=뉴시스] 허회경. (사진 = 문화인 제공) 2024.03.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허회경. (사진 = 문화인 제공) 2024.03.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작년 2월 홍대 앞 벨로주. 여전히 겨울이었지만 그곳 앞은 열기로 달아올랐다. 홍대 앞 음악 축제 '라이브 클럽 데이' 8주년 기념 공연이 열렸는데, 벨로주 라인업에 싱어송라이터 허회경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시대에 음원·라이브 영상을 통해 알음알음 인지도를 쌓아가던 허회경의 사실상 첫 오프라인 공연을 보기 위해 팬들이 몰렸다. 하지만 공연장 수용인원 제한 탓에 긴 줄이 늘어섰다. 결국 상당수 팬들은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으로 만족을 해야 했다.

그해 8월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연 첫 단독 공연 '나와 내 이웃에게' 티켓이 단숨에 매진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같은 해 12월 노들섬 라이브 하우스에서 펼친 연말 콘서트 '독백을 어딘가에 옮기는'에도 역시 팬들이 몰렸다. 그렇게 '공연형 싱어송라이터'의 탄생을 음악 팬들은 목도했다.

이처럼 뮤지션은 발굴된다. '김철수 씨 이야기', '그렇게 살아가는 것', '베이비(Baby), 나를', '사랑 속엔 언제나', '나와 내 이웃에게' 등 이미 상당수 음악팬들의 플레이리스트를 장식한 노래를 부른 허회경은 함부로 들뜬 감정을 발설하지 않는다.

삶의 편린을 집어 삼키고, 투명한 호흡으로 공감각적인 노래를 지어내 삶의 떨어진 흔적들을 낚아챈다. 이런 허회경의 감수성을 포착한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KBS 2TV '더 시즌즈 - 이효리의 레드카펫'으로 지상파 방송에 데뷔하는 등 인디에서 점차 메이저로 나아가는 중이기도 하다.

나만 알고 싶은 혹은 나만 알기엔 아까웠던 뮤지션이 알려지는 것에 달뜬 이들이 봄의 벚꽃처럼 하나둘씩 피어나는 중이다. 최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레이블 문화인에서 만난 허회경은 정작 초연했다.

-2021년 싱글 '아무것도 상관없어'로 데뷔하셨고 막 3주년을 넘기셨습니다.

"일단 실감이 안 나요. 3년이 짧은 시간 같기도 하고, 긴 시간 같기도 해요."

-그렇게 느껴지는 이유가 뭘까요?

"짧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냥 늘 그렇듯이 시간이 너무 훅훅 지나가버려서예요. 전 아직 아기 같은데… 하하. 그런데 3년을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그래도 '이것저것 하려고 노력했다' 생각이 들어서 그 과정을 떠올리면 좀 길게 느껴지기도 하죠."

-작년엔 첫 콘서트, 두 번째 콘서트를 성료했습니다. 순식간에 매진되는 등 호응이 컸어요.

"첫 공연 때는 모르는 것도 너무 많고 낯설기도 했는데 설렘이 공존했어요. 좀 벅차기도 하고요. 꿈에 그리던 단독 공연을 하게 되는 거니까 신기하기도 했죠. 두 번째 때는 조금 더 안정감이 찾아왔어요. 세세한 것에 눈길이 가고 제 의견이 좀 더 생겼죠. 흥분이 가라앉고 이성적으로 됐죠."

-어떤 의견이 더 생긴 건가요?
[서울=뉴시스] '더 시즌즈 - 이효리의 레드카펫'에 출연한 허회경. (사진 = KBS 2TV 캡처) 2024.03.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더 시즌즈 - 이효리의 레드카펫'에 출연한 허회경. (사진 = KBS 2TV 캡처) 2024.03.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두 번째 공연 전에 밴드와 함께 여러 가지 버전의 세트리스트를 짰어요. 환복과 환복할 때 사용할 영상에 대해서도 더 구체적으로 얘기했죠.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면서 첫 번째 공연 때보다 더 디테일하게 들어갔던 것 같아요."

-공연 때마다 팬들이 몰리면 기분이 어떠세요? 특히 라이브를 접하고 회경 씨가 더 좋아졌다는 팬들이 많습니다. 특히 회경 씨 라이브는 호흡 자체가 다르게 느껴지니까요.

"너무 감사하죠. 그 감사함을 어떻게 말로 표현을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호흡 부분도 제가 신경 쓰는 지점이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겨요. '라이브를 보러 가고 싶게 만드는 가수'가 되는 건 쉽지 않잖아요. 공연장 크기도 점차 넓혀가고 싶고 좀 더 트인 곳에서 노래하고 싶은 생각은 있어요."

-혜경 씨는 노래의 내용 전달에 탁월해요. 이를 위한 본인만의 비법이 있나요?

"감정 전달을 우선시해요. 내용에 집중해서 노래를 하려고 하죠."

-'이효리의 레드카펫' 출연이 화제가 됐어요. 그런데 일부 팬들은 걱정을 하더라고요.

"아 왜요?"

-그런 심리 있잖아요. 유명해지면 좋지만 '나만 알고 싶은 가수'라 아깝다는 생각이요. 하하.

"음… 저도 알 것 같아요. 특히 정말 초창기부터 좋아해주신 분들이 그런 말씀을 되게 많이 해 주시는 것 같아요. 제 곡에 '좋아요'가 20개 밖에 없을 때부터 좋아해주시던 분들이요.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향수도 그렇고, 맛집도 그런 심리가 있잖아요. 하하."

-레드카펫 출연은 좀 어떠셨어요? '레드카펫' 첫 출연 소감으로 "엄마, 아빠 보고 있어?"라고 말한 부분이 '엉뚱한 매력'으로 회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우선 지상파 프로그램 첫 방송이라 너무 떨렸어요. 부모님은 너무 좋아하셨어요. 가족 단톡방에 소식 올리고, 삼촌한테 전화 오고 저희끼리 화제였죠. 엄마, 아빠는 시골이었으면 현수막 걸었을 거라고 하시기도 하셨고요. 옛날 같았으면 '마을잔치' 했을 거래요. 지상파 방송 자체가 처음이다 보니까 '제 어떤 모습을 원하실까'라는 생각도 고민도 많이 했어요. 결국 그냥 제 모습대로 한 것 같아요. 가감 없이, 뭘 더하거나 덜지도 않고요. 노래 역시 그렇게 하려고 했습니다. 이효리 님이 너무 따뜻하게 바라봐 주셔서 감사했어요. 현장 관객분들도 저를 모르시는 분들이 많았을 텐데 반응을 잘해주셔서 감사했죠. 그래서 더 긴장이 풀린 것도 있어요. 신기했던 게 연락을 주고 받지 않았던 중학교 동창인데 녹화날 방청을 온 거예요. 관객분들은 누가 나오는지 모르고 오시는 거잖아요. 제가 딱 나와서 너무 신기했다고 연락이 왔더라고요. 또 전 본방으로 지켜 봤는데 그 친구가 딱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어요. '맞다. 이 친구 얼굴 이랬었지'라며 옛 기억도 많이 났어요. 신기하더라고요."
[서울=뉴시스] 허회경. (사진 = 문화인 제공) 2024.03.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허회경. (사진 = 문화인 제공) 2024.03.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사람은 역시 항상 잘해야 하네요. 하하. 효리 씨는 따로 말씀해주신 게 있나요?

"'앞으로 더 좋은 음악이랑 좋은 가사 써줬으면 좋겠다. 항상 응원한다'라는 따뜻한 말씀을 해주셨어요."

-투로모우바이투게더(TXT·투바투)의 범규 씨가 허회경 씨 노래를 추천하기도 했는데 '레드카펫'에서 투바투의 '안티-로맨틱(Anti-Romantic)'을 부르셨습니다. 투바투와 K팝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고, 관련 영상에 외국어 댓글도 상당히 붙었더라고요.
 
"반응에 너무 감사했어요. 걱정했거든요. 제 노래가 아니고 또 처음 남자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불러본 거라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많았거든요. 많은 분들이 너무 좋아해 주셔서 정말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화인의 리메이크 프로젝트의 하나로 이소라 씨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재해석하셨는데 이 역시 반응이 컸어요. 이소라 씨 노래는 워낙 아우라가 짙어 다른 가수들이 부르기 힘들잖아요.

"제가 중고등학생일 때 진짜 많이 들었던 곡이에요. '이 곡을 부르게 되면 정말 영광이겠다. 너무 불러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단 감정선 조절에 대한 고민이 되게 많았어요. 그래서 부르면서 '옛 기억'을 많이 소환했어요. 실제 제 상황을 많이 떠올리려고 했죠. 무엇보다 감정의 중간을 잘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컸어요. 너무 애절해서 막 죽을 것 같은 느낌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담백하지도 않고… 그 사이를 어떻게든 찾아야 했죠. 그 와중에 제 색깔이 괴리감 없이 잘 묻어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많았어요."

-근데 회경 씨는 노래 감정을 오롯하게 전달해요. 감수성을 키우기 위한 비결이 있나요?

"솔직히 저 역시 맨날 감성적으로 살 수는 없죠. 점차 현실적인 부분이 많아지더라고요.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을 갖고 그 시간에 인풋을 많이 넣으려고 하죠. 영화를 본다든지, 책을 읽는다든지 해서요. 현실적인 생각만 하지 않고 다른 세계에 빠져들려고 해요."

-무엇보다 회경 씨는 감정선을 잘 지켜요. 무대 위 가수가 울어버리면 정작 관객들은 울지 못하잖아요.

"저는 우는 거 별로 안 좋아해요. 그러니까 사람들 앞에서 울고 싶지 않은 거예요. 제가 울면 관객들의 몰입을 오히려 깰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고요. 또 사람들 앞에서 우는 건 너무 개인적인 감정인 거 같고요."

-꾸준하고 부지런하게 작업도 많이 하는 편입니다. 무엇보다 성실하다고 느껴져요.

"성취를 하기 위해서는 자기 관리가 잘 돼 있어야 하니까요. 루틴을 지키려고 해요. 프리랜서다 보니까 뭐든 저 스스로 해야 하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게을러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사실 쉽지는 않아요. 어느 때는 차라리 누군가가 저에게 시켰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니까요. 근데 계속 앨범을 내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까 이런 고민을 하는 것 같거든요. '뭘 안 해야지'라는 생각을 했으면 스트레스 안 받겠죠."
[서울=뉴시스] 허회경. (사진 = 문화인 제공) 2024.03.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허회경. (사진 = 문화인 제공) 2024.03.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뮤지션으로서 3년 전 회경 씨가 한 고민,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은 분명 다를 거 같습니다.

"솔직하게 말씀 드리면 제 공연에 관객분들이 더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보다, 더 좋은 곡 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라는 욕심이 커요. 좋은 작품이 잘 안 나올까 봐 겁도 나고요."

-회경 씨가 생각하는 '좋은 작품'의 기준은 무엇입니까? 

"제가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곡이요. '이 곡 내가 썼어'라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곡들이 있거든요."

-홍대 앞엔 주기적으로 좋은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이 계속 나왔어요. 하지만 오래 오래 활동하시는 분들은 드물죠. 3, 4년차에 가장 고민이 많이 생기는 것으로 아는데 혹시 동료 여성 뮤지션분들과 관련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나요?

"제 주변엔 저랑 비슷한 또래의 아티스트가 없어요. 그래서 얘기를 나누지 못한 것도 있지만 뭐랄까요. 그런 고민들을 입밖으로 꺼낼 경우, 진짜 깊어지잖아요. 내뱉는 순간 정말 확실한 고민이 돼버리는 느낌이랄까요. 그 느낌이 싫어요. 제가 문제인 걸 스스로 인정한다고 할까요. 제 안에서 그 문제가 지나가고, 좀 더 객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할 수 있겠다 싶을 때 다른 사람들한테 얘기를 하려고 해요. 그럼 좀 더 담백해지고 정리가 되는 게 있잖아요. 그렇다고 저 혼자 어려움을 온전히 버텨낼 수 있는 강인한 사람은 아니에요."

-갈수록 주목 받고 있으니 올해는 더 바빠질 거 같습니다. 이번 해에 꼭 이루고 싶은 거 있나요?

"EP 발매요. 제가 내고 싶었던 곡들이 다 담길 거예요."

-음악을 시작하면서 회경 씨가 목표로 했던 이상적인 뮤지션과 지금 목표로 하는 이상적인 뮤지션 사이에서 바뀐 게 있나요?

"이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똑같아요. 그냥 '오래 오래 기억되고 싶다. 오래오래 노래하고 싶다'예요. 저도, 팬분들도 서로 지치지 않고 오래 보는 거요. 그게 제일 어려운 거 같아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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