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러 에너지 시설 공격 자제' 美요청에 짜증·거부"
해리스 부통령·설리번 보좌관 등 '공격 자제' 요청
美, 유가 상승-보복 우려…바이든 재선에도 '악재'
영·프 등 유럽은 "우크라의 정당방위" 권리 옹호
[하르키우=AP/뉴시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는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각) 사진에서 우크라 하르키우의 한 변전소가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아 불타고 있다. 2024.04.16.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현지시각) 익명의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은 러시아 에너지 시설 공격을 자제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에 짜증을 냈으며 끝내 이를 거부하고 공격을 강행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은 지난 2월 독일 뮌헨 안보회의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공개로 만났을 때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미국은 국제유가가 상승할 수 있고, 러시아 군사능력에 큰 피해를 입히지 못하면서 오히려 대규모 보복 공격을 불러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반갑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이런 의견이 바이든 행정부의 합의된 입장인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3월 우크라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및 미 국방·정보 고위 당국자를 포함해 미국 측은 몇 주 동안 이 같은 경고를 강화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크라는 미국의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는 1월 이후 12곳이 넘는 러시아 정유시설을 공격했다. 지난 2일엔 러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타타르스탄 소재 정유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해 타격을 입혔다. 전선에서 800마일(약 1287㎞) 떨어진 먼 거리였다.
익명의 미 당국자는 "에너지 가격 상승은 유럽에 (부담을 줘) 우크라 지원을 약화할 위험이 있다"면서 군사적 이익이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WP는 "이 공격은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운동을 강화하고 국제유가가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이뤄졌다"면서 "미 의회의 600억 달러 규모 우크라 지원 예산안 처리 지연으로 불편해져 있던 미-우크라 관계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짚었다.
실제 러시아는 최근 몇 주 동안 우크라 에너지 시설을 집중 공격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 공격이 우크라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이라고 밝혔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헤르만 갈루셴코 우크라 에너지부 장관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에너지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전량이 약 7GW(기가와트) 감소했다"며 "발전량으로 따지면 엄청난 양"이라고 말했다.
WP는 "러시아는 최근 몇 주 동안 우크라 에너지 인프라에 드론과 미사일을 폭격해 키이우 지역 발전소 한 곳이 파괴되고 우크라 최대 수력발전소와 여러 화력발전소가 피해를 입었다"면서 "이로 인해 수백만 명에 전력 공급이 중단됐고, 우크라 경제가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만 유럽은 미국과는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스테판 세주르네 프랑스 외무장관은 "침략자는 러시아로, 우크라 국민들의 정당방위"라는 입장을 밝혔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도 "러시아는 우크라 전역을 공격하고 있다"며 우크라를 옹호했다.
이런 가운데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 외무장관은 지난 14일 서방 동맹국들이 패트리엇 방공포대를 여러 대 공급할 경우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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