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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3국의 팔 국가 인정 주도자…스페인의 산체스 총리

등록 2024.05.22 20:49:06수정 2024.05.22 21: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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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는 인권 중시, 아일랜드는 '차별'의 한에 팔 동조

[라파=AP/뉴시스] 2023년 11월24일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왼쪽)와 벨기에의 알렉산더 드크로 총리가 가자 지구와 접해 있는 이집트 라파의 통과지를 방문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가자 보복 공습과 지상전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양국 지도자는 미국은 물론 영국, 독일 총리가 이스라엘을 찾아 격려하는 것과는 반대로 이날 이스라엘 군 공격에 고통 받고 있는 가자 주민들을 위로했다. 두 총리는 이날 앞서 카이로의 아랍연맹(AL) 본부를 방문하고 라파로 왔다. 2024. 02. 05.

[라파=AP/뉴시스] 2023년 11월24일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왼쪽)와 벨기에의 알렉산더 드크로 총리가 가자 지구와 접해 있는 이집트 라파의 통과지를 방문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가자 보복 공습과 지상전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양국 지도자는 미국은 물론 영국, 독일 총리가 이스라엘을 찾아 격려하는 것과는 반대로 이날 이스라엘 군 공격에 고통 받고 있는 가자 주민들을 위로했다. 두 총리는 이날 앞서 카이로의 아랍연맹(AL) 본부를 방문하고 라파로 왔다. 2024. 02. 05.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22일 주요 서구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노르웨이, 아일랜드 및 스페인이 잇따라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를 인정했다.

유엔 회원국 193개 국 중 140개 국 이상이 이미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고 있으나 미국, 캐나다와 유럽연합 등 서구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은 즉시 이스라엘 생존의 위협'을 뜻한다는 주장에 수긍해 인정의 선을 넘지 못한다.

그러나 가자 전쟁에서 하마스 분쇄에 나선 이스라엘이 국제법 인정의 자기방위권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민간인 살상과 시민의 인도주의적 위기 조장 행태를 보이자 서구 여러 나라가 유례없는 이스라엘 비난 노선에 합류했다.

이들의 이스라엘 비판 정점은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 인정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남아공이 이스라엘을 제노사이드 혐의로 고발한 것에 대한 동조, 그리고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장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야히아 신와르 하마스 지도자에 대한 동시 체포장 발부 요청에 대한 찬성보다 훨씬 강력한 반 이스라엘 행동인 것이다.

이 서구 3국의 팔 국가 인정 행진은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앞장서 주도했다. 노르웨이와 아일랜드 정부도 가자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 군과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비판을 서슴없이 펼쳐 이스라엘과 유대인들로부터 친 하마스, 반 유대주의라는 비난을 받았으나 산체스 총리가 나서지 않았으면 서구의 최초 팔 국가 인정 결행은 일어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노르웨이는 유럽 정치 연방체 유럽연합에는 합류하지 않았으나 군사 동맹체 나토의 창설 멤버다. 노르웨이가 북유럽 동료 스웨덴, 핀란드보다 더 실질적으로 인권 중시 노선을 걷고 있는 것이 이번 팔 인정에 합류한 근거일 수 있는데 이번 3국 중 가장 추상적인 정신에서 인정 결정을 내렸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전쟁 직후부터 유럽연합 국가 중 가장 노골적으로 반 이스라엘 입장을 보였던 아일랜드는 가장 뜨거운 가슴으로 팔 국가 인정 결정을 내렸다. 아일랜드의 태도는 반 이스라엘을 넘어 친 하마스 인상까지 풍겼는데 이는 이스라엘을 제노사이드 국가로 고소한 남아공과 비슷하다.

두 나라는 모멸과 설움의 차별을 받았다는 공통의 역사가 있다. 남아공은 극도의 인종분리정책으로 국민 85%를 이루는 흑인이 사람 대접을 받지 못했으며 아일랜드는 1500년대부터 브리튼섬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아 1922년 아일랜드공화국으로 부분 독립할 때까지 수백 년을 수탈과 차별을 당했다. 두 나라는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과 구호 방해를 받고 있는 가자 팔레스타인 인에게 동족과 같은 동질감을 투사한 것이다.

스페인은 정부보다 산체스 총리의 단호하고 사정없는 이스라엘 비판 활동이 유럽과 국제사회에서 우뚝 도드라졌다. 산체스(52)는 중도 좌파 사회당 당수로서 보수파 국민당에게 총선서 계속 뒤지고도 효과적인 연합정부 구성으로 2018년 이후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의회 유럽의회 총선이 6월로 다가오는 가운데 보수 그룹 유럽국민당(EPP)이 항상 제일의 세력권을 형성하고 그 다음으로 사회민주주의의 중도좌파 그룹이 따라붙는다. 이 사민주의(S&D) 그룹을 스페인의 사회당과 독일의 사민당이 이끈다.

산체스 총리의 반 이스라엘 자세는 유럽 사회민주주의 전체를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중도좌파의 대 이스라엘 의식이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다. 이날 산체스 총리보다 40분, 5분 앞서 노르웨이의 요나스 가르 스퇴레 총리와 사이먼 해리스 아이레 총리가 '역사적 대의' 관점에서 팔 국가 인정 방침을 발표했다. 산체스는 이달 초 두 나라를 방문해 인정 결행을 확정했다. 

산체스 총리는 같은 중도좌파의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스라엘을 방문해 네타냐후를 응원하고 있을 때인 지난해 11월 가자 남단의 이집트 쪽 라파 출입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라엘과 네타냐후를 가감없이 비판했다. 독일은 나치 유대인 홀로코스트 죄과 때문에 이스라엘을 객관적으로 대할 정신력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산체스의 라파 출입문 기자회견에 알렉산더 드 크로 총리가 합석했던 벨기에도 이번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되어 왔으나 불발되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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