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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피로 덜어내는 도피처…윤마치, 눈부신 취향에 속절없이 '만취'

등록 2026.04.11 16:4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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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문화재단 '튠업 25기'로 아티스트 정체성 확립

'CJ문화재단 20주년 기념 콘서트' 무대 달궈

아모레퍼시픽·W컨셉·올리브영 등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휩쓸어

남녀노소 홀린 매력 발산

[서울=뉴시스] 윤마치. (사진 = 디온리센트 제공) 2026.04.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윤마치. (사진 = 디온리센트 제공) 2026.04.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이곳의 여름이 너무나 눈부셔 / 도망치고 싶은 유로파 그늘섬 / 우리가 나눈 시간이 달콤했던 건 / 끝내 건네지 못한 말 덕분일 거야 / 필인 피치, 유어 소 스위트(Feelin' peachy, you're so sweet) / 러브즈 어 프루트 유 가타 이트!(Love's a fruit you gotta eat!) / 태양은 사정없이 / 금빛 모랠 뿌리지"('피치' 중)

작년 8월 뜨거웠던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현장. 싱어송라이터 윤마치(MRCH·본명 윤지영)는 '피치(Peach)'를 부르며 객석을 향해 자신의 사인이 담긴 복숭아 모형을 아낌없이 흩뿌렸다. "러브즈 어 프루트 유 가타 이트!"라는 가사처럼, 그것은 단순히 페스티벌의 흥을 돋우는 무대 매너가 아니었다. 팬들을 향해 달콤한 사랑을 물리적인 질감으로 건네려는 다정한 투척이었다. 누군가를 향해 기꺼이 자신의 가장 달콤한 것을 던지는 행위. 타인에게 사랑을 가닿게 하려는 그 정확하고 무해한 안간힘 속에서 우리는 윤마치라는 아티스트의 본질을 발견하게 된다.

최근 서울 마포구 CJ아지트 광흥창에서 만난 윤마치는 데뷔 7주년을 맞은 올해, 이제 누구의 수식어도 빌리지 않는 온전한 톱 솔로 아티스트의 반열에 오를 채비를 마친 상태였다. 명문대(연세대 작곡과) 출신이라는, 한국 사회에서 꽤나 유용하게 쓰일 법한 견고한 간판은 이제 그의 이름 앞에서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갔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오직 탄탄한 실력과 그가 내뿜는 주체적이고 눈부신 생기뿐이다.

음악을 넘어 '취향'이 되다…남녀노소를 홀린 '멋진 언니'

최근 윤마치의 인기는 단순히 '노래가 좋은 가수'의 범주를 넘어섰다. 아모레퍼시픽, W컨셉, 올리브영 등 2030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과 밀접한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그를 찾고 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 특히 여성들이 선망하는 하나의 '취향'이자 '스타일'로 공감대를 얻고 있다는 증거다.

"생일 파티(3월28일) 콘서트 의상을 사러 갔다가 저를 처음으로 알아봐 주신 팬을 만났어요. 남성 팬이었는데 여자친구 분이 같이 계시더라고요. '제게 입덕하시라'며 같이 사진을 찍었죠." 팬의 연인마저 홀려버리는 이 유연한 매력의 기저에는 윤마치 특유의 거침없고 시원시원한 태도가 자리한다. 라이브 무대 위에서 뿜어내는 당당한 제스처에 여성 팬들은 해방감과 동경을 느낀다. 그는 "어릴 적 당당하고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멋진 언니들을 보며 자랐어요. 여자든 남자든 '건강하게 멋있는 사람'이 제 추구미"라며 "저를 좋아하는 소녀 팬들에게 조금이나마 그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무대 위의 미학…사랑을 감각하게 하는 완벽한 연출

[서울=뉴시스] 윤마치. (사진 = CJ문화재단 제공) 2026.04.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윤마치. (사진 = CJ문화재단 제공) 2026.04.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윤마치에게 무대는 곡이 품고 있는 심상을 시각적이고 공감각적으로 구현해 내는 캔버스다. 앞서 언급한 '피치' 무대에서 복숭아를 나누며 물리적인 애정을 쏟아냈다면,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또 다른 곡 '초록'의 무대에서는 "우리는 아직 흐르고 있어"라는 가사의 미학을 극대화하기 위해 바람이 부는 연출을 차용했다. 무대 위에서 바람에 흩날리는 그의 모습은 곡이 지닌 유려한 흐름과 완벽하게 공명했다.

페스티벌의 성격과 관객의 성향에 맞춰 세트리스트를 매번 치밀하게 다시 짜는 영리함도 갖췄다.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인 축제와 마니아들이 슬램을 즐기러 오는 축제의 공기가 다름을 파악하고 완급을 조절한다. "무대에서의 경험이 곡의 뼈대를 잡을 때 큰 영향을 끼쳐요. '이때 피날레 할 곡 하나 써야겠다'는 식으로요." 학창 시절 밴드부 경험과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 K-팝 작곡가로서의 역량이 무대 위에서 그를 더욱 입체적으로 빛나게 한다.

정체성을 확립해 준 '튠업'…그리고 삶의 이정표 '만취단'

트와이스 '토크 댓 토크(Talk that Talk)', 엔믹스(NMIXX) '무빙 온(MOVING ON)' 등의 곡에 이어 최근 프로젝트 그룹 '아이즈원' 출신 솔로 가수 최예나 '스티커' 등을 작업하며 K-팝 신에서 각광받는 작곡가이기도 한 윤마치는 스스로 노래하는 '가수'로서의 정체성을 CJ문화재단 인디 뮤지션 지원 사업 '튠업(Tune Up) 25기'를 통해 단단하게 다졌다.

"항상 '내가 가수라고 말해도 되나' 주저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런데 튠업에서 '너 가수야'라고 확실하게 정체성을 짚어주신 셈이죠. 창작에만 집중할 수 있게 가장 힘들고 현실적인 부분들을 든든하게 도와주셔서 마음의 부담을 덜고 현실로 옮길 수 있었어요."

올리브영 캠페인 역시 '튠업'의 연계로 이뤄졌다. 윤마치는 지난 8일 CJ아지트 광흥창에서 열린 CJ문화재단 설립 20주년 기념 콘서트 '튠업: 라이브 스테이지' 무대에 올라 R&B 싱어송라이터 죠지(George)와 나란히 릴레이 공연을 펼치며 자신의 존재감을 어김없이 증명해 냈다.
[서울=뉴시스] 윤마치. (사진 = CJ문화재단 제공) 2026.04.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윤마치. (사진 = CJ문화재단 제공) 2026.04.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재 자체 레이블 '디온리센트(the only scent)'를 크루 형식으로 꾸려가며 독립적이고 줏대 있는 행보를 걷고 있는 그에게, 팬덤 '만취단'은 단순한 인기의 지표가 아니라 삶의 이정표다. "팬이 많아졌지만, 결정을 할 때면 한 명 한 명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요. 특히 중학교 2학년인 팬이 보내준 귀여운 쪽지를 보며 대화할 때면, '와, 이런 어린 친구가 날 보고 있구나. 나 진짜 똑바로 살아야겠다, 허튼짓 안 해야겠다'고 정신이 번쩍 들어요. 저를 무조건적으로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건 엄청난 복이니까요."

무거운 세상에 던지는 가장 이타적인 오락

'항복' '휴먼 매커니즘' 등의 히트곡을 가진 윤마치의 음악과 세계관을 관통하는 철학은 역설적이게도 '가벼움'이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다들 이미 너무 무겁게 살고 있기 때문에, 저까지 무거울 필요는 없다"고 선언한 바 있다.

"저 같은 ENFP 성격을 가진 분들이 몇 분 계시는데, 조금만 다운돼도 주변에서 '무슨 일 있냐'고 물어봐요. 처음에는 '나는 어쩔 수 없이 맨날 웃고 있어야 되나' 생각도 했는데, 다른 멋지고 긍정적인 ENFP 분을 만나보니까 저렇게 웃고 있어 주면 주변이 너무 기분이 좋아지고 장소 자체가 밝아지더라고요. 나도 그냥 힘들어도 웃어야겠다 마음을 먹었어요. 체력은 뭐 운동해서 기르고요. (웃음) 힘들면 제가 모시고 다른 ENFP를 찾아가겠습니다. 제 생일에도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고 그들이 행복해할 때 제 기분이 제일 좋은 것처럼, 무대 위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사람들이 절 볼 때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타인의 고단함을 위로하는 가장 정확한 방식은, 고통의 무게를 함께 짊어지는 척하는 대신 그가 잠시나마 짐을 내려놓고 웃을 수 있는 완벽한 '도피처'를 마련해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세상의 피로를 정확히 응시하고, 기꺼이 자신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윤마치는 일종의 치열하고 이타적인 윤리적 선택에 가깝다. 세상의 우울에 쉽게 항복하지 않고, 스스로 줏대 있는 다정함이 돼 우리에게 기꺼이 달콤한 복숭아를 던져주는 이 아티스트. 당분간 우리는 윤마치의 그 눈부신 향기에 속절없이 취한다. 그러면 당신도 어느새 '만취단'.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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