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으면 무조건 성장호르몬?…"안아픈데 약 먹는격"
등록 2026.09.03 01:01:00수정 2026.09.03 05:42:25
질환 없는데 키 크기 위한 주사는 효과 없어

[서울=뉴시스성장호르몬제는 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허가된 전문의약품인 만큼 의료진의 진단과 처방에 따라 사용해야 한다.(사진=유토이미지 제공) 2026.07.26
최근 몇 년 사이 성장호르몬 치료, 일명 '키 크는 주사'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오남용 우려도 커지고 있다. 키가 경쟁력이 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부모들의 자녀 키에 대한 관심이 커진 영향이다. 하지만 의료계에 따르면 의학적으로 키가 작다고 모든 아이가 성장호르몬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성장호르몬제 처방 건수는 2020년 89만5011건에서 2024년 162만1154건으로 약 81%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성장호르몬제는 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허가된 전문의약품인 만큼 의료진의 진단과 처방에 따라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정상 성장 범위에 있는 아동에게 단순히 키를 키울 목적으로 사용하는 '키 크는 주사'로 인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이의 성장은 일정한 패턴이 따른다. 의료계에 따르면 출생 후 2 세까지는 매우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이며, 이후 사춘기 전까지는 비교적 일정한 속도로 자란다. 이 시기에 평균 1 년에 약 4~7㎝ 정도 성장한다.
사춘기가 시작되면 다시 성장속도가 증가해 건강한 여아와 남아는 각각 연간 8㎝ 와 10㎝(또는 그 이상도) 자라는 급성장기를 경험한다. 부모들의 걱정은 현재 키의 절대적인 수치이지만, 실제로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성장속도다. 또래보다 조금 작더라도 꾸준히 정상적인 속도로 자라고 있다면 최종 키는 정상 성장 범위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의학적인 저신장의 기준은 같은 성별과 연령의 또래에 비해 키가 300분위수 미만이고 성장 속도가 1 년에 4㎝ 미만인 경우다. 이 기준에 해당할 경우 단순히 체질적인 문제인지 질환으로 인한 성장 지연인지 평가가 필요하다.
안문배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 내분비분과 교수는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키가 작으면 몸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하는데 키가 작은 흔한 이유들은 질병이 아닌 경우들이 대부분"이라며 "부모의 키가 작은 경우 아이의 최종 키도 작은 경향이 있고, 체질적으로 또래보다 늦게 자라지만 사춘기가 늦게 시작되면서 최종적으론 정상 범위의 성인 키에 도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따라서 지금 단순히 또래보다 키가 작다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검사나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아이의 성장 패턴을 장기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저신장을 유발하는 특정 질환을 가진 환아들에서 성장호르몬 보충 없이는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한 치료다. 전문가들은 성장호르몬 치료를 키를 키우기 위한 목적으로 보호자가 자녀에게 주는 선물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도 있다. 성장호르몬 결핍증, 터너 증후군, 프래더 윌리 증후군, 누난 증후군, 만성 신부전, 부당 경량아로 출생해 따라잡기 성장이 되지 않은 경우, 특발성 저신장증 등이다. 이 중 가장 흔한 원인을 차지하는 성장호르몬 결핍증은 현재의 키 백분위수 뿐 아니라 성장속도, 혈액검사, 골연령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정밀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 안 교수는 "성장호르몬 치료의 효과는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 분명한 효과가 보고돼 있지만 질환이 없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아이에게 최종 성인 키 증가를 보장하는 치료가 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키를 크게 하기 위해서는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성장호르몬 분비는 깊은 수면 중 증가하므로 규칙적인 수면 습관이 중요하고 활동적인 운동은 뼈와 근육 발달에 자극이 돼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고칼로리 음식을 피하고 균형 잡인 식사를 통해 어른으로 되는 과정 속에서 건강한 삶을 지킬 수 있다"며 "실제 키와 체중에 대한 고민을 가진 많은 아이들이 생활습관 교정을 통해 성장 속도가 정상 범위로 회복되는 경우를 많이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키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다양한 건강기능식품이나 보조식품이 광고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안 교수는 "특정 식품이 성장에 확실한 효과가 있다는 근거는 아직 충분치 않다"며 "특정 영양제 또는 보충식품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과학적으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 건강한 생활습관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기본적인 생활습관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래보다 조금 작다고, 크다고, 살이 쪘다고, 말랐다고 해서 반드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안 교수는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장기적으로 성장을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며 "키에 대한 과도한 걱정보다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가족들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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