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그린 '바흐', 숨결 폭발 '볼레로'…김재덕·임현정의 즉흥[객석에서]
등록 2026.09.12 11:00:00
표정 지운 무용수가 온몸으로 '수혈'받은 바흐
한 대의 피아노, 4개의 손이 몰아친 '볼레로'
관객의 요청이 춤과 음악으로…'신청곡 콘서트'
![[서울=뉴시스]10일 서울 광진구 나루아트센터에서 임현정x김재덕의 '그래도, LIVE(라이브)' 중 '댄싱 바흐' 공연이 펼쳐졌다. (사진=김재덕 안무가 제공)](https://img1.newsis.com/2026/09/11/NISI20260911_0002237225_web.jpg?rnd=20260911225327)
[서울=뉴시스]10일 서울 광진구 나루아트센터에서 임현정x김재덕의 '그래도, LIVE(라이브)' 중 '댄싱 바흐' 공연이 펼쳐졌다. (사진=김재덕 안무가 제공)
10일 서울 광진구 나루아트센터에서 임현정x김재덕의 '그래도, LIVE(라이브)'의 두 번째 공연 '댄싱 바흐'가 펼쳐졌다.
세계적 피아니스트 임현정과 무용가 김재덕이 협업한 '댄싱 바흐'는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이 지닌 다층적 리듬과 대위법적 구조를 즉흥적인 신체 언어로 그려냈다. 피아노 연주와 춤사위가 음악과 무용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며 새로운 예술로 탄생한 것.
선율이 쫓기듯 반복되는 '푸가'에 이르자, 무용수는 격렬한 춤과 빠른 회전 끝에 숨을 고르듯 사뿐사뿐 걸음을 옮겼다. 이따금 무대 위로 퍼지는 무용수의 거친 호흡은 음악의 긴장감을 한층 고조시켰다.
클래식 음악을 우아한 발레 동작으로 보는 대신, 바흐 선율을 온몸으로 수혈받는 듯한 순간이었다.
![[서울=뉴시스]10일 서울 광진구 나루아트센터에서 임현정x김재덕의 '그래도, LIVE(라이브)' 중 '댄싱 바흐' 공연이 펼쳐졌다. (사진=김재덕 안무가 제공)](https://img1.newsis.com/2026/09/11/NISI20260911_0002237222_web.jpg?rnd=20260911224515)
[서울=뉴시스]10일 서울 광진구 나루아트센터에서 임현정x김재덕의 '그래도, LIVE(라이브)' 중 '댄싱 바흐' 공연이 펼쳐졌다. (사진=김재덕 안무가 제공)
이날 김재덕은 순수 즉흥 춤 무대를 보여주며 객석의 환호와 박수를 이끌어냈다.
퍼포먼스 자체는 완전한 즉흥이었으나, 조명 전환이나 다음 곡으로 넘어가는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팔 들기', '모자 떨어뜨리기' 같은 최소한의 신체 수신호를 연출진과 미리 약속해 뒀다.
그는 "'제가 앞으로 나오면 길 조명을 켜주세요' '이렇게 팔이나 손을 올리면 다음 곡을 쳐주세요' 이런 식으로 하고 나머지는 즉흥으로 춤을 췄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10일 서울 광진구 나루아트센터에서 임현정x김재덕의 '그래도, LIVE(라이브)' 중 모던테이블의 '볼레로' 공연이 펼쳐졌다. (사진=김재덕 안무가 제공)](https://img1.newsis.com/2026/09/11/NISI20260911_0002237221_web.jpg?rnd=20260911224459)
[서울=뉴시스]10일 서울 광진구 나루아트센터에서 임현정x김재덕의 '그래도, LIVE(라이브)' 중 모던테이블의 '볼레로' 공연이 펼쳐졌다. (사진=김재덕 안무가 제공)
그는 악기 내부 진동과 에너지를 움직임으로 확장한 독창적인 언어 '클램포러리'를 통해 감각적인 몰입을 이끌어냈다. '클램포러리(Clam-porary)'는 김재덕이 고안해 낸 '조개(Clam)'와 '현대성(Contemporary)'의 합성어로,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소리를 웅얼거리는 '지베리시(Gibberish, 가짜 언어)'에 기반한 신체·음성 언어다.
7명의 남성 무용수 모두 검은 티셔츠와 바지에 모자를 눌러썼다. 얼굴 표정과 의상의 화려함을 덜어내자, 이들의 몸짓이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얼굴을 가리는 이유에 대해 김재덕은 "몸 전체가 표정이길 바란다"며, 관객 시선이 무용수의 얼굴 표정 연기로 분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볼레로'에서 무용수들은 팔다리로 큰 동작을 펼쳐 보이다가 다시 팔로 엑스자를 만들어 얼굴을 가린다. 임현정과 정현우 두 사람은 한 대의 피아노에서 '포 핸즈'(Four hands)로 볼레로를 연주한다.
리듬을 타던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점차 커지면서 분위기가 고조되고, 이들은 무언가를 밀어내거나 간절히 갈구하는 듯한 몸짓으로 이어진다.
피아노 연주 소리가 점점 커지며 무용수들의 힘과 에너지, 집중력, 열정까지 무대 위에 응축된다. 그러다 마치 각오를 한 듯 결의에 찬 동작을 취한 이들은 바로 무대 위로 쓰러지며 산화한다. 모던테이블의 '볼레로'는 지난해 초연된 이후 수정과 보완을 거쳐 이번이 삼연이다.
![[서울=뉴시스]최희정 기자= 10일 서울 광진구 나루아트센터에서 열린 임현정x김재덕의 '그래도, LIVE(라이브)'가 끝난뒤 피아니스트 임현정(가운데)과 무용가 김재덕이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 2026. 09. 11. dazzling@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9/11/NISI20260911_0002237219_web.jpg?rnd=20260911224425)
[서울=뉴시스]최희정 기자= 10일 서울 광진구 나루아트센터에서 열린 임현정x김재덕의 '그래도, LIVE(라이브)'가 끝난뒤 피아니스트 임현정(가운데)과 무용가 김재덕이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 2026. 09. 11. [email protected]
이날 관객 참여형 즉흥 퍼포먼스 '카타르시스, 신청곡 콘서트' 또한 관객들의 많은 호응을 받았다. 피아니스트 임현정, 색소폰, 디저리두, 장구, 해금 연주자와 스트리트댄서(김학수·류중현·김정수)가 모여 관객이 건네는 단어나 짧은 이야기로 공연을 시작하는 방식이다.
"예술은 정말 사람을 살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었던 색소포니스트 이진우는 마포대교에서 자살 시도를 막기 위해 색소폰을 불렀고 '그래도, LIVE'(그럼에도 함께 살아가자)란 메시지를 음악으로 전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여기에 임현정이 합류하면서 음악과 움직임으로 인간 내면의 감정과 치유를 탐구하는 그룹 '카타르시스'로 확장됐다고.
카타르시스 '신청곡 콘서트' 무대에서는 관객들의 요청이 쇄도했다. 한 외국인 관객이 "만세를 (춤과 음악으로) 들어보고 싶다"고 청하자, 두 명의 무용수가 팔을 능청스럽게 들어 올리며 만세를 몸의 언어로 표현했다. 이에 객석에서는 유쾌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어 50대 중반이라고 밝힌 한 관객이 "가을이 오니 무지하게 고독하고 인생이 재미가 없는데, 사실은 너무 재미있다는 것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한 무용수는 비행기처럼 날갯짓을 하고, 또 다른 무용수는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며 온몸으로 삶의 기쁨을 표현했다.
이 밖에도 "내년 3월 군 제대를 앞둔 아들의 무사 복귀와 우크라이나·러시아 등지에서 전쟁 없는 '평화'를 표현해 달라", "즉흥을 주제로 공연해 달라" 등 예상치 못한 제안이 쏟아졌다. 무대 위 연주자들과 무용수들은 서로 대립하다가도 곧 화해하는 즉흥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피아니스트 임현정과 현대무용가 김재덕의 협업 공연인 '그래도, LIVE'는 제29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2026)의 공식 프로그램으로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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