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공포 재부상…물가 넘어 금리·성장까지 덮치나
등록 2026.09.12 07:01:36수정 2026.09.12 07:22:24
브렌트유·WTI·두바이유 배럴당 100 달러 돌파
미-이란 전쟁 격화 우려에 한달새 23~50% 급등
물가 상승 압력↑…'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커져
금융시장도 흔들…美 국채 10년물 금리 5% 근접
데이터센터 투자 위축되면 반도체 업황에도 영향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10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이용객이 주유하고 있다. 2026.09.10. kgb@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9/10/NISI20260910_0021431885_web.jpg?rnd=20260910123245)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10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이용객이 주유하고 있다. 2026.09.10.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안호균 기자 =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고유가 공포가 다시 글로벌 경제를 흔들고 있다. 국제유가가 약 4개월 만에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어서자 실물경제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고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유가는 중동전쟁 장기화에 대한 우려로 3대 유종 모두 배럴당 100 달러를 돌파했다.
전날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6.34% 상승해 배럴당 107.63 달러까지 뛰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도 6.69% 오른 102.48 달러에 거래를 마감해 100 달러 선을 넘어섰다. 또 우리 경제와 가장 연관성이 큰 두바이유 현물은 배럴당 120 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미국과 이란 간 휴전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지난 7월 70 달러 선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는 중동 지역 긴장이 다시 고조되자 상승세로 전환했다.
최근 한달 새 두바이유 가격은 약 50%, 브렌트유와 WTI 가격은 약 23%씩 급등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한 공포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5월 수준으로 회귀했다.
중동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도 비상이 걸렸다.
가장 큰 고민은 물가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7월 발표한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목표치를 2.6%로 제시했다. 올해 1~8월 전년 동기 대비 물가상승률은 2.6%를 기록했지만, 100 달러를 넘는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9월 이후에는 물가 상승 압력이 대폭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통해 휘발유, 경유 등의 가격 상승세를 억제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은 낮다는 생각이다. 최고가격제는 물가상승률을 0.5%p 이상 낮추는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재경부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100 달러 대를 넘어섰지만 석유류 같은 경우는 최고가격제로 저희가 묶고 있기 때문에 1차적 충격은 크게 작용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큰 이변이 없는 한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 2.7%는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재정 부담이 커지면서 최고가격 인상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 최고가격은 국제유가가 100 달러를 넘었던 지난 3월 말부터 6월 말까지는 리터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으로 현재 수준(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보다 훨씬 높았다.
또 국제유가는 석유제품의 소비자가격에만 영향을 미치는게 아니다. 고유가가 지속되면 기업의 생산비용이 높아지고, 교통비·물류비·난방비 등 각종 서비스 가격도 상승해 전반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반다르아바스=AP/뉴시스] 5일(현지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앞 호르무즈 해협에 화물선과 상선들이 정박해 있는 가운데 소형 선박 한 척이 지나가고 있다. 2026.08.05.](https://img1.newsis.com/2026/08/10/NISI20260810_0002208247_web.jpg?rnd=20260810101132)
[반다르아바스=AP/뉴시스] 5일(현지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앞 호르무즈 해협에 화물선과 상선들이 정박해 있는 가운데 소형 선박 한 척이 지나가고 있다. 2026.08.05.
고유가가 우리 경제의 성장세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0%다. 반도체 수출 호황의 영향을 반영해 연초 제시했던 2.0%에서 전망치를 대폭 높였다. JP모건(3.8%)이나 무디스(3.5%)와 같은 해외 기관들은 최근 3% 중후반대까지 전망치를 상향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가 급등과 같은 공급측 충격이 발생하면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함께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진다. 1970년대 발생했던 오일쇼크가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제유가가 연평균 100달러 수준을 기록하는 시나리오에서 경제성장률은 0.3%p 하락하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1%p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올해 3% 대 성장률과 2%대 물가상승률이 모두 어려워질 수 있다.
또 중앙은행이 물가 상승세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릴 경우에는 내수 경기가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경우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자 전날 정책금리 인상(0.25%p)을 단행했다. 올해 들어 두번째 금리 인상이다.
정부가 최고가격제를 통해 국내 물가를 억제하더라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최근 고유가에 대한 불안감은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4.964%로 2023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다. 30년물 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인 5.311%까지 치솟았다. 장기채 금리를 끌어올린 가장 큰 요인은 중동전쟁 장기화와 고물가에 대한 시장의 우려감이다.
우리 금융시장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유가와 고금리에 대한 공포로 전날 국고채 10년물 금리 4.5%를 돌파했고, 코스피 지수는 7000 아래로 떨어졌다.
금리 상승이 특히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고금리가 인공지능(AI)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를 위축시킬 경우 최근 우리 경제를 지탱하던 반도체 수출이 빠르게 꺾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는 "데이터센터를 대대적으로 지으면서 반도체를 사줬던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의 잉여현금흐름이 바닥났다"며 "매출로 벌어들인 돈은 CAPEX 투자(설비투자)로 다 썼고, 이제는 회사채 발행이 관건인데 (금리 상승으로) 자금 마련이 어려워질 경우 투자가 위축되면서 반도체 수요도 꺾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5%에 완전히 근접한 것은 경제에 상당히 부담을 줄 수 있는 상황"이라며 "고유가, 고물가, 고금리가 경제를 억누르는 국면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리티아스프링스=AP/뉴시스] 미 공급관리협회(ISM)는 6일(현지시간) 6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4.0%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2026년 3월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리티아스프링스에 있는 더글러스 카운티 구글 데이터센터 단지 모습. 2026.07.07.](https://img1.newsis.com/2026/07/07/NISI20260707_0002179458_web.jpg?rnd=20260707032136)
[리티아스프링스=AP/뉴시스] 미 공급관리협회(ISM)는 6일(현지시간) 6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4.0%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2026년 3월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리티아스프링스에 있는 더글러스 카운티 구글 데이터센터 단지 모습. 2026.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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