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이 된 동전들'…은행 기피로 동전교환 '별따기'
【서울=뉴시스】 홍세희 기자 = 직장인 김동민(32)씨는 지난 3월 중순 집안에 모아 두었던 동전들을 지폐로 바꾸기 위해 은행에 갔다 발품만 팔고 돌아왔다.
모아놓은 동전을 분류한 후 S은행에 들른 김씨는 동전교환을 요청했지만 "오늘은 동전교환을 할 수 있는 날이 아니니 매월 초에 지정된 날에 오라"는 답을 듣고 어쩔 수 없이 근처 은행으로 발길을 돌렸다.
또 다른 S은행에 들른 김씨는 이번에는 지폐로의 교환은 불가능하고 입금만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당연히 지폐로 교환해 줄 것으로 생각해 통장을 가져오지 않은 김씨는 무거운 동전꾸러미를 들고 발걸음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모아놓은 동전을 지폐로 교환하거나 거스름 돈 마련을 위해 동전을 교환하려는 상인들 대부분은 동전교환 장소로 시중 은행을 떠올린다.
그러나 시중은행에서 동전 환전을 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은행별로, 또 각 지역 지점별로 동전교환 업무내용이 달라 고객들이 헛걸음을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은행별 동전교환 업무는 크게 ▲영업시간 내 교환이 가능한 경우 ▲매월 지정일과 시간을 정해 교환을 해주는 경우 ▲교환을 해주더라도 지폐로의 교환이 아닌 입금만 가능한 경우 등 들쭉날쭉 하다.
지난달 30일 직장인이 많은 서울시청 일대 시중 은행 지점 4곳을 직접 조사한 결과 이들 은행들의 동전교환 규정은 천차만별 이었다.
H은행은 지폐로의 교환은 불가능하고 입금만 가능하다. 이 은행의 거래고객이 아니면 새로 계좌를 만들어야 한다.
S은행은 은행 마감시간이 임박한 2~3시 이후에는 동전 교환이 안되고 바쁜 업무가 몰리지 않는 오전 시간에만 가능하다.
다만 K은행과 W은행은 창구에서 동전을 직접 지폐로 교환하는 것이 가능했다.
문제는 같은 은행이라도 각 지점마다 동전 교환 규정이 달라 무거운 동전을 들고 나왔다 헛걸음 하지 않으려면 미리 동전 교환이 가능한 은행을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다.
몇몇 은행은 안내문을 통해 동전교환 업무가 가능한 시간을 공지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은행들은 따로 동전교환 시간을 정해 놓지 않으면 다른 업무를 보지 못한다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S은행 관계자는 "동전이 많으면 창구에서 직원이 빠져 나와 동전을 교환해야 하기 때문에 바쁜 시간에는 교환이 힘들다"고 말했다.
H은행 관계자도 "은행은 오전에 비해 오후가 더 바쁘다"며 "바쁜 시간대에 손님들이 동전을 종류별로 분류해 오지 않으면 직원들이 다시 분류를 해 놓아야 하는 등 다른 업무에 차질을 빚어 은행 계좌에 입금하는 방식으로만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 은행은 수신거래기본약관에 따라 예금을 거부할 수 없다. 10원짜리 동전도 통화로써 통용력이 있으므로 예금이 가능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동전교환에 대해서는 규정이 따로 없다.
원칙적으로 주화는 우리나라의 지급수단이므로 교환요청을 하면 교환이 가능해야 하지만 은행에서는 번거롭고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에 기피하고 있다.
모 은행의 창구직원인 민모(27·여)씨는 "동전은 금고에 쌓아놓기만 하면 애물단지가 된다"며 "서비스차원에서 동전 교환을 해주긴 하지만 번거롭기 때문에 바쁜 시간대에는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홍순이(59·여)씨는 "거래은행이 있기는 하지만 가게를 비워야 하기 때문에 근처 은행에 동전교환을 하러 가게 된다"며 "매번 은행 동전교환 업무 시간에 맞춰 바꾸러 다니는 것은 너무 번거롭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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