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 스트로스 "토테미즘? 환상에 불과할 뿐…"

같은해 출판된 '야생의 사고'(1962)와 함께 레비 스트로스 특유의 구조주의 이론이 정립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20세기 초반 유행한 토테미즘이라는 학문 경향을 비판하고 인류학이 나아갈 새 길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다.
레비 스트로스는 토테미즘이 '바깥'에 실재하는 게 아니라 우리 '안'에서 기인했다고 설명한다. 우리는 상식을 벗어난 이상한 신앙이나 관습을 보면 고대 사고의 '흔적'이라고 설명하지만, 실상 원시인의 사고와 현대인의 사고는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또 토테미즘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특정한 원시 부족의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고 경향이라는 것이 레비 스트로스의 주장이다.
레비 스트로스에 따르면, 토테미즘은 인류학자의 머릿속에나 존재하는 환상이다. 즉, 인간의 지각 작용에 의한 지성의 산물로 공론(空論)에 불과하다. 개념 자체가 '서구 백인-성인'이 '정상성'을 획득하고 '통합성'을 유지하기 위해 문명에 대비되는 자연을 타자 삼은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는 서구 제국주의나 오리엔탈리즘과도 맥을 같이한다.
레비 스트로스는 토테미즘을 비판·분석하는 데 내용과 형식 두 차원에서 문제 제기를 한다. 토템이란 어떤 문명인다운 논리, 인과관계에 따라 선택된 게 아니라 '지성'에 따른 것이라고 본다. 단순하고 무의식적인 환기 대상일 수 있다고 짚는다.
한마디로 레비 스트로스는 토테미즘을 메타포로 바라본다. 그의 말을 빌리면, 토테미즘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아무것도 아닌 것'을 만드는 '이미지의 예술'이다. "토테미즘이란 환상에 불과하다."
레비 스트로스의 구조주의 신화학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그의 사상의 계보를 엿 볼 수 있게 해준다. 출판사 문학과지성사의 학술총서 '파라디그마 시리즈'의 하나다. 류재화 옮김, 167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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