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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아이즈]애완동물 이야기-우리나라 전통견 '오수개'를 아시나요?

등록 2013.02.25 15:39:02수정 2016.12.28 07: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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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윤신근 박사의 '애견 이야기' <83>  오수개는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오수개를 재현하기위해 민화를 비롯한 당시의 그림과 서적, 구전설화로 내려오는 이야기 등이 동원되었으며, 갖가지 가설도 적용됐다. 하지만 당시 김개인이 키웠던 오수의 개를 그대로 복원한다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최대한 비슷하게 재현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윤신근애견종합병원장 www.dogs.co.kr

【서울=뉴시스】한국 견의 기원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우리 민족의 기원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굳이 국사에 나오는 신화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BC 3000~4000년에 우리민족이 원주민족이었던 사실은 다 알고 있다. 따라서 우리민족은 광범위한 의미에서 만주, 몽골인 등과 함께 퉁그스족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구석기시대의 유물이 북한에서 발굴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원주민들은 기원전부터 거주하고 있었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다. 그 후 전설보다 앞서 은나라 시대로부터 차차 동진하여 남하 거주하였던 사실은 한반도 전역에서 발굴되는 신석기시대의 유물 발견으로 짐작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원래 축견은 기원인 석기시대부터 민족과 이동을 같이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민족의 원주민이 어떤 형태의 개를 길렀든 간에 BC 1000여 년 전에 은나라시대부터 동진하여 남하 거주하여 온 민족들이 동반하였던 개들과 혼혈 교잡되었으리라는 것은 사실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또 몇 해 전 오수원 동산에서 발견된 비석 뒷면의 개 그림이 우리 조상들의 사랑을 받았던 오수개라는 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오수개는 거대한 케나인 속에 다쿠마누스(DACUMANUS)계인 목축견의 조상을 가지고 있는 티베탄 마스티프와 가까운 혈연관계를 가지고 있는 소형 아우첸(獒犬 오견) 오수개의 조상으로 중국에서는 아우첸이라 한다.

 이 견종은 티베트 고원을 중심으로 서쪽에 아프가니스탄 남쪽에 네팔 중북부 곤륜산맥 지역 등 넓게 분포되었다. 그러나 크기와 성격이 달라 사실상 티베트고원 동북부에 존재하였던 장첸과 계통적으로는 비슷한 혈연관계가 있으나 오랫동안 주위 환경에 따라 거의 다른 품위와 외모로 변모하게 된 것으로 가이 모로시안의 여러 가지 형태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확실하게 해야 할 것은 티베트 원산의 아우첸은 영국에서 순수하게 고정된 견종으로 오늘날의 티베탄 마스티프로 알려져 있으며, 타 지역의 비슷한 개들은 동일견종으로 인정하기에는 어렵다. 따라서 이 땅에 수천 년 전부터 자리 잡고 있었던 덩치 큰 검둥이와 누렁이도 똑같은 맥락으로 동진남하한 순수견종으로 볼 수 있다.

 오수개의 선조인 아우첸은 수백 년 전 중국을 통하여 티베트 라사 사원을 오고가던 뜻있는 스님들에 의하여 이 땅에 전번 되었다. 누렁이, 검둥이의 조상개라고 할 수 있으며, 8·15 전까지 한반도 방방곡곡 동네마다 살았던 덩치가 큰 개가 바로 아우첸이다. 이 개는 사찰이나 동구 밖에서 손님이 왔다는 것을 짖어서 알려주었으며, 외부손님들과 함께 오는 개들(주로 상인)과는 서로 경계하며 서로 동화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확실한 것은 오래전부터 동리와 동네에는 이 큰개들의 뒤를 따라 여러 마리의 개들이 순서 있게 뒤따라 다녔으며, 때때로 수컷들은 종족보존을 위하여 수 십리, 수 백리에 있는 암컷냄새를 쫓아다니면서 씨를 퍼트렸다. 그러나 후에 일본에 의해 발발된 대동아 전쟁, 즉 세계 2차 대전 때 일본인들이 시행한 ‘개가죽공출’ 정책에 의하여 거의 멸종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어렵사리 살아남은 큰 개들이 백 크로스 하여 오늘날 사자구(오수개)의 명맥을 유지하게 된 것이다.

 김홍도가 그린 것으로 알려졌으나 다시 작가미상으로 밝혀진 맹견도는 서양화법의 영향이 노골화한 그림이다. 이 그림에 나타난 개가 조선읍지에 실려 있는 ‘함경북도 북청군’의 충견인 ‘사자구’라고 할 수 있는 그림이다. 그 외 장승업은 일련의 동물을 그린 병풍에 중국풍의 개를 그린 예가 있다. 이 그림에 나타난 티베트의 개 즉, 사자구(오수개)의 조상이 연상되며 이 개가 동진남하하여 이 땅에 토착된 것으로 보는 것이 정확한 연역이 될 것이다.

 그 지역을 대표하는 ‘지역견’은 고향주민들에게 애향심을 심어줄 뿐만 아니라 ‘관광자원’으로도 활용된다.

 실제로 세계 각국에서는 자기나라를 대표하는 개들을 앞 다투어 내세우며 세계적인 관심을 유발하고 있는데, 영국에는 유명한 불도그가, 프랑스에는 푸들이 있으며, 독일에는 셰퍼드가 있다. 우리와 가까운 일본만보더라도 지역특성에 맞는 아키다견, 시바견, 홋카이도견, 가이견, 시고쿠견 등 여러 ‘지역견종’으로 이러한 견종들은 일본인들의 자긍심에 결정적인 역할들을 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 유명한 지역견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남쪽에는 진도를 중심으로 진돗개가 있으며, 북쪽에는 호랑이도 잡는다는 풍산개가 있고, 지금으로부터 오래전에 사라졌지만 우리 민족과 애환을 함께 하며 한 때 영남지방을 중심으로 번성했던 삽살개도 있다. 또 거제지방과 제주도에는 거제개와 제주개가 있다.

 오수개 연구 또한 ‘우리 것 찾기’의 일환으로 시작하게 됐다. 전북 임실군 오수지방에서 고려시대로부터 내려오는 ‘충견’의 이야기(술에 취해 불이 난 줄도 모르고 잠들어 있는 주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몸에 물을 묻혀 불을 꺼 목숨을 살린 이야기)는 이기주의에 물들어 있는 요즘시대에 신선한 충격을 주는 것은 물론 지역발전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오수개의 연구는 전북 임실의 오수청년회의소와 민속전래 오수 의견공원추진위원회에서 1000여만원의 예산을 임실군을 통해 확보해 주어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이 금액은 사실 연구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었지만 오수개 복원에 동참한다는데 의의를 두어 연구위원 모두 헌신적인 노력으로 동참하였다.

 오수개연구위원회는 민속학자, 동물학자, 수의학자, 동양학자, 조각가 등 각계의 전문가로 구성되었으며, 오수지역의 지역유지와 향우회원들도 참석했다. 또한 애견업계에서는 우리 고유의 견종을 발굴, 육성해 갈 수 있는 ‘오수 의견 찾기 운동’으로 승화될 수 있다고 믿었다. 고려시대의 개를 다시 복원해 내는데는 많은 시간과 연구가 필요했다.

 먼저, 오수개 연구를 위해 일본현지를 방문해 일본개의 보호 실태와 역사를 알아보았다. 일반견종은 물론 일본 전통견인 아키다견과 시바견까지도 심층적으로 연구했을 뿐 아니라 목포대학박물관을 방문해 호남일대에서 살았던 개들의 두개골 등을 살피는 등의 형태학적 접근도 했다. 또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신라시대의 삽살개 두개골지수를 조사해 멸종한 개들의 유사성을 살펴보기도 했다.

 ◇오수 의견제란?

 전라북도 임실군 오수면에서 충견의 넋을 기리기 위해 해마다 4월 말에 열리는 축제로 의견문화제라고도 한다. 신라시대 주인을 위험에서 구하고 죽은 충견의 넋을 기리기 위한 이색 문화축제로, 세계적인 명견명소의 기반을 다지고 지역민의 화합을 위해 오수청년회의소·특우회 주관으로 매년 4월 말에 약 5일간 열린다.

 행사에는 김개인 생가지 터울림, 충견을 형상화한 가장행렬, 농악공연, 노래자랑, 전국 개 달리기대회, 전국 예쁜 개·못생긴 개 선발대회, 우수견 초청묘기대회, 의로운 개 시상, 개 가면무도회, 풍물야시장, 산촌음식축제, 백일장, 고리걸기, 임실군수배 궁도대회, 테니스대회 등이 있다. 김개인생가지터울림은 의견제의 주인공인 오수 지방의 개와 주인 김개인의 생가 터에서 여는 풍물마당이다. 전국 개 달리기 대회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개들이 벌이는 달리기 경주로 소형견·대형견·장애물 경주로 나뉘어 열린다.

 윤신근 박사(애견종합병원장) www.dogs.co.kr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16호(3월4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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