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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에로영화 원형, 여기 있었네…‘모니카와의 여름’

등록 2013.06.30 06:51:00수정 2016.12.28 07:4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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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많은 영화감독들이 20세기 최고 감독이라고 주저없이 손꼽는 스웨덴 거장 잉마르 베리만(1918~2007)의 초기작 가운데 하나인 ‘모니카와의 여름’(1953)은 놀랍도록 현대적이다. 관습에 따르지 않고 자기 욕망에 정직한 여성 등의 캐릭터 창조와 표현력이 60년 전 흑백영화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선구적이다. DVD로 출시된 적은 있지만 7월4일 국내최초로 정식 개봉한다.  tekim@newsis.com

【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많은 영화감독들이 20세기 최고 감독이라고 주저없이 손꼽는 스웨덴 거장 잉마르 베리만(1918~2007)의 초기작 가운데 하나인 ‘모니카와의 여름’(1953)은 놀랍도록 현대적이다. 관습에 따르지 않고 자기 욕망에 정직한 여성 등의 캐릭터 창조와 표현력이 60년 전 흑백영화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선구적이다. DVD로 출시된 적은 있지만 7월4일 국내최초로 정식 개봉한다.

 지금은 세계 최고수준의 양성평등·인권의식을 지닌 복지국가이지만, 과거 유럽의 빈국 중 하나인 스웨덴의 생활상이 드러난다. 현시점 한국의 노동자 계층으로 옮겨놓아도 될 만큼 사실적인 상황들이다.

 청과물점에서 일하는 17세 모니카(해리엇 안데르손)는 불우한 환경이 지긋지긋하다. 층간소음으로 이웃간 다툼이 그칠 새 없는 좁은 아파트에서 줄줄이 딸린 동생들과 부엌에 놓인 침대에서 잠을 자야하고, 아버지는 술을 먹고 들어오면 종종 폭력을 휘두른다. 직장에서는 유부남 동료가 대놓고 성추행을 해댄다. 하류층에서 자란 모니카는 양갓집 규수들과 달리 거칠 것 없는 성격에다 가식도 없다. 그릇가게 점원인 19세 해리(라스 에크보리)에게 솔직한 애정표현을 하고, 자신보다 처지가 나은 그의 집을 부러워하며 중산층 주부가 되는 것을 꿈꾼다.

【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많은 영화감독들이 20세기 최고 감독이라고 주저없이 손꼽는 스웨덴 거장 잉마르 베리만(1918~2007)의 초기작 가운데 하나인 ‘모니카와의 여름’(1953)은 놀랍도록 현대적이다. 관습에 따르지 않고 자기 욕망에 정직한 여성 등의 캐릭터 창조와 표현력이 60년 전 흑백영화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선구적이다. DVD로 출시된 적은 있지만 7월4일 국내최초로 정식 개봉한다.  tekim@newsis.com

 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외로움을 타는 해리는 모니카의 활달함에 금세 빠져들고, 가출한 모니카와 함께 아버지의 작은 배를 타고 스톡홀름 군도를 헤매며 꿈같은 야생에서의 한여름을 보낸다. 하지만 모니카가 임신하고 먹을 것이 떨어지자 결국 다시 도시로 오게 된다.

 영화를 보며 데이트를 하는 중 남자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는 여자와 달리 하품을 하며 지루해하는 남자에 대한 묘사, 집에 고모가 와있다며 늦은 시간 여자친구를 데리고 들어가지 못하는 것, 여자가 임신했다고 부랴부랴 결혼시키는 보수적 행태는 한국의 정서와 비슷해 웃음이 난다.

【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많은 영화감독들이 20세기 최고 감독이라고 주저없이 손꼽는 스웨덴 거장 잉마르 베리만(1918~2007)의 초기작 가운데 하나인 ‘모니카와의 여름’(1953)은 놀랍도록 현대적이다. 관습에 따르지 않고 자기 욕망에 정직한 여성 등의 캐릭터 창조와 표현력이 60년 전 흑백영화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선구적이다. DVD로 출시된 적은 있지만 7월4일 국내최초로 정식 개봉한다.  tekim@newsis.com

 모니카와 해리가 벌이는 바닷가 정사신을 파도 치는 장면이나 갈대밭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으로 은유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당시 두 남녀의 직접적인 섹스신은 스웨덴 검열당국에 의해 삭제됐고, 이런 식으로 밖에 표현할 수밖에 없었을 터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방법이 정사신을 상징하는 클리셰가 돼 1980년대까지 우리나라 에로영화 등에서도 종종 사용됐다는 점이다.

 뒷모습뿐이기는 하나 여주인공의 과감한 야외 누드 장면은 당시로서는 굉장한 파격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러다 보니 이 장면만 선정적으로 부각되기 일쑤였는데, 미국시장에서는 악명 높은 프로듀서 크로거 밥(1906~1980)이 62분 분량의 에로영화 ‘모니카, 불량소녀 이야기’로 재편집, 영어 더빙되기도 했다. (미국에서 96분 분량의 오리지널 영화가 그대로 개봉된 것은 2007년이다)

【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많은 영화감독들이 20세기 최고 감독이라고 주저없이 손꼽는 스웨덴 거장 잉마르 베리만(1918~2007)의 초기작 가운데 하나인 ‘모니카와의 여름’(1953)은 놀랍도록 현대적이다. 관습에 따르지 않고 자기 욕망에 정직한 여성 등의 캐릭터 창조와 표현력이 60년 전 흑백영화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선구적이다. DVD로 출시된 적은 있지만 7월4일 국내최초로 정식 개봉한다.  tekim@newsis.com

 또 하나 상기하고 넘어갈 것은, 영화역사상 처음으로 배우가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장면이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영화 연출의 금기 중 하나가 깨진 것이다. 모니카가 자신의 감정을 전달할뿐 아니라 물음을 던지는 듯한 도발적인 시선이 30초간 유지된다. 관객들을 단숨에 영화내부로 끌어들이는 강렬한 순간을 빚어낸다. 베리만의 이처럼 독창적인 영화언어는 모던 시네마의 발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순박한 듯하면서도 원초적 관능을 마음껏 드러낸 스무살 안데르손의 연기는 베리만 감독으로부터 “스웨덴 영화에서 해리엇 안데르손보다 자유분방하게 에로틱한 매력을 선보인 소녀는 없었다”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그를 매혹시키면서 베리만의 첫 이혼의 원인을 제공하게 된다. 두 사람의 관계는 오래 가지 못했으나 그 후에도 안데르손은 ‘톱밥과 금속 조각’(1953), ‘한여름 밤의 미소’(1955), ‘거울을 통해 어렴풋이’(1961), ‘외침과 속삭임’(1972), ‘화니와 알렉산더’(1982) 등 베리만의 대표작들에 출연하면서 감독의 대표적 뮤즈 중 하나로 기억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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