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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치유의 초록세상,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과 ‘숲의 전설’

등록 2014.07.24 14:34:56수정 2016.12.28 13: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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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다큐멘터리 '숲의 전설'

【서울=뉴시스】다큐멘터리 '숲의 전설'

【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각박한 현대생활, 위안과 치유를 주는 초록세상을 그린 유럽산 영화 두 편이 24일 나란히 개봉했다. 프랑스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감독 실뱅 쇼메), 핀란드 다큐멘터리 ‘숲의 전설’(감독 빌레 수호넨·킴 사르닐루오토)이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두 살 때 부모를 잃고 말을 잊은 33세의 아마추어 피아니스트 폴(귀욤 고익스)이 마담 프루스트(앤 르니)의 정원을 찾아 최면치료를 받으며 과거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얘기다. 폴의 아버지 아틸라 마르셀(이 영화의 원제)과 프루스트의 이름은 물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유명한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에서 따왔다. 장장 7편 11권에 달하는 이 책을 완파한 이는 드물어도 홍차에 적신 마들렌을 먹다가 무의식적으로 과거의 기억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 도입부는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프루스트의 생과 작품에 대한 오마주가 곳곳에 드러난다. “기억은 일종의 약국이나 실험실과 유사하다. 아무렇게나 내민 손에 어떤 때는 진정제가, 때론 독약이 잡히기도 한다”는 프루스트가 쓴 문구로 문을 여는 영화는 중제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따와 변형했다. 무엇보다 무의식에 잠긴 기억에 도달하게 하는 매개로 조개모양의 카스텔라 마들렌이 쓰인 것은 절묘하다.

【서울=뉴시스】다큐멘터리 '숲의 전설'

【서울=뉴시스】다큐멘터리 '숲의 전설'

 이 영화에서 돋보이는 것은 마담 프루스트의 치료실로 불릴 수 있는 공간의 설정이다. 아파트 4층 벽에 은밀하게 뚫린 입구를 통해서 들어갈 수 있는 이 방과 테라스는 마담 프루스트가 키우는 온갖 식물과 작물들로 그득 차있다. ‘원예치료’가 연상될 정도로 신선한 공간이다. 여기서 폴은 부모에 대한 잠재된 기억을 길어 올리고 왜곡된 기억을 바로잡으면서 삶에서의 진전을 이룬다. 폴이 자신을 억압하던 그랜드 피아노를 거대한 화분으로 만들어 알록달록한 꽃들에 물을 주는 짧은 신은 굉장히 인상적이다.

 애니메이션 ‘일루셔니스트’(2011)로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과 비주얼리스트로서의 능력을 충분히 드러내 보였던 실뱅 쇼메(51) 감독은 자신의 첫 실사 장편영화인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을 통해 다양한 인물들의 이러저러한 현실적 사연과 내재한 상처들을 무겁지 않게 표현하는 동시에 동화처럼 환상적 이미지를 선보인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은근한 유머가 곳곳에 박혀있다는 것이다. 비극적일 수 있는 이야기를 상상력을 발휘, 코믹하게 표현해 웃음 짓도록 만든다.

【서울=뉴시스】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서울=뉴시스】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음악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뮤지컬적인 요소가 영화에 생기를 더했다. 요즘 피겨여왕 김연아가 CF에 들고나와 눈길을 끈 우쿨렐레가 자주 나오는 것도 반갑다. 대사 한마디 없는 귀욤 고익스(31)는 커다랗게 뜬 눈과 슬픈 눈동자, 몸짓만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신공을 선보인다. 폴 역으로 베이징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8년의 제작기간을 거쳐 만들어진 ‘숲의 전설’은 요즘 유행하는 말처럼 보고나면 ‘힐링’ 되는 기분이다. ‘숲과 호수의 나라’로 잘 알려진 핀란드는 유럽에서 원형이 보존된 원시림의 30%를 보유하고 있다. 국토의 68%가 삼림으로 이뤄져있고 각종 야생 동식물들이 천연 그대로의 삶을 유지하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의 ‘와일드 스칸디나비아’ 시리즈와 연계해 본다면 북유럽의 잘 보전된 자연과 이곳에서 자생하는 생물들의 모습을 한껏 만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서울=뉴시스】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서울=뉴시스】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신비한 오로라를 배경으로 거대한 생명의 나무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여겼던 고대 핀란드인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며 시작되는 영화는 아버지와 딸의 대화로 내레이션을 꾸며 친근한 느낌을 더한다. 다각도로 조망된 아름다운 숲의 전경과 북구 동물들의 경이로운 생태를 구경하는 재미뿐 아니라 숲에서 기원한 핀란드의 오랜 전설을 듣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혹한의 겨울부터 핀란드의 사계를 담았는데, 눈보라 날리는 겨울 숲의 풍경은 피서 역할도 톡톡히 한다.

 까막딱따구리, 곰, 부엉이, 개미 등 각 동물들을 둘러싼 설화도 흥미롭지만 숲 속의 요정, 물의 정령, 도깨비 등 가상존재들에 대한 갖가지 이야기도 고대 인간들의 상상력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진진하다. 곰을 조상으로 믿었다는 북방민족의 신화는 우리의 웅녀 설화와도 이어진다. 자연에 대한 경외를 잃은 현대인들에게 태고적 처녀림의 신성함을 일깨우고 자연보호의 중요성을 알린다는 점에서 교육적인 동시에 교훈적이다.

 핀란드의 신화 ‘칼레발라’에 등장하는 세상을 창조한 신 ‘뵈이넨 뫼이넨’이 판타지의 제왕이라 불리는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간달프의 원형이라든지, 핀란드 작가 토베 얀손이 창조한 인기 캐릭터 ‘무민’이 트롤이라는 숲 속 도깨비를 캐릭터화한 것이라는 등의 소소한 상식도 영화가 주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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