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의 숨은그림찾기]길거리·다리밑이 전시장…강덕현 작가

【서울=뉴시스】5th street solo exhibit '삐딱선' 2016년 7월14~15일 부산대 온천천
그림 지키느라 밤에도 집에 못 간다하니, 이쯤대면 전시장이 어딘지, 모험심 강한 작가는 또 누구인지 궁금해진다.
부산에서 ‘거리 전시’로 잘 알려진 강덕현 작가(26)다. 2014년부터 다섯 차례 전시를 했는데, 모두 길거리나 다리 밑에 그림을 펼쳤다. 전시 규모도 작지 않다. 지난해 7월에는 한자리에서 페인팅 작업 60점을 선보였다.
오가는 사람들도 많은 길거리에서 그 많은 그림을 어떻게 전시할까.

【서울=뉴시스】Men, 2016, Paint on canvas 116.8x91.0 cm
“꼭 테트리스 하는 것 같아요. 벽면을 잘 보면 군데군데 못도 있고, 움푹 패인 곳도 있어 그림 얹어 놓기 좋거든요. 캔버스가 제 자리를 찾아 딱딱 들어 앉으면 기분 좋죠.”
게임을 즐기는 어린아이 같다. 실제 그의 작업은 천진난만 동심이 가득하다. 팔이 기다란 마이클조단, 양팔을 힘차게 내밀고 하늘을 나는 아톰, 배트맨 등 어린 시절 영웅으로 삼았던 캐릭터들을 흘러내리듯 자유로운 선으로 묘사했다.

【서울=뉴시스】강덕현 작가, 4th street solo exhibit '5th world' 2016년 2월 17~20일 송정폐선부지
그는 디자인을 전공하다 서양화과로 전과한 후, 아크릴 작업을 하던 중에 답답함을 느꼈다. 펜 드로잉만큼 자유롭지 않았고, 붓질이 마음처럼 뻗어 나가지 못했다. 그래서 마음에 안 든 그림을 덮어버리려고 무심하게 흰색과 검정색 페인트를 칠했는데, 얼마동안 세워 둔 캔버스에서 묘한 반응이 일어났다. 페인트가 흘러내리는 중에 번지고 굳어지면서 유화나 아크릴 작업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형태가 그려진 것. 완전한 추상도 아니고, 분명한 형태가 있는 것도 아니면서 마블링 효과가 나타났다.
“느낌이 특이했고 마음에 들었어요. 그때부터 학교에서 친구들이 버린 캔버스를 찾아서 페인트 작업을 시작했죠. 깨끗한 새 캔버스가 필요 없어졌고, 붓도 의미가 없어진 거죠. 어차피 페인트칠하며 딱딱하게 굳어버리니까 막대기로 작업해요.”

【서울=뉴시스】Astro Boy, 2016, Paint on canvas 53.0 × 45.5 cm
그는 자신의 작업에 ‘카인 스트레스 코믹’(Kein Stress Comic)이란 제목을 붙였다. 독일어로 ‘스트레스 없는 만화’라는 의미다. 만화나 동화 같은 작업을 하되, 말 그대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는 재미있고 신나는 작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
“작업은 제가 재미있어서 하죠. 하지만 작가의 생각을 보는 사람들이 어떻게 다 알겠어요? 제가 바라는 건 하는 사람, 보는 사람, 다 같이 재미있게 즐기는 거에요. 어린 시절 좋아했던 만화 캐릭터 이야기 하면서 가볍게 다가가는 거죠.”

【서울=뉴시스】Michael Jordan, 2016, Paint on canvas 90.9x72.7 cm
“거리 전시에서 관심 있게 보시는 분들에게 ‘이전에도 미술전시를 본적 있는지’ 꼭 물어봐요. 그럼 10명 중에 9명은 전시장 가본적 없다고 하세요. 막상 전시 보러 가는 방법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죠. 저는 그런 분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알려드리고 싶어요. 예술은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걸요.”
거리에서 주로 만나던 강덕현 작가의 작품을 이번엔 천장이 높은 갤러리에서 볼 수 있다. 부산 이연주갤러리에서 오는 7월20일부터 8월17일까지 초대전으로 작가의 첫 개인전이 열리게 된 것이다.
“천고가 3m50cm쯤 되고, 공간 자체의 웅장함이 있더라고요. 한 200점을 걸어 사방을 가득 채우려고 합니다. 원래 첫 개인전에서 500점을 선보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전시기회가 빨리 왔어요. 좋은 갤러리에서 전시하게 돼서 정말 기쁘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거리 전시요?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그림을 즐길 수 있도록 거리전시는 계속 할 생각이에요. 소통하는 작업을 계속 할 겁니다.”
작가 강덕현 = △동의대학교 서양화과 졸업 △아트1(http://art1.com) 플랫폼 작가로, 작품은 '아트1'에서 더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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