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 속에 브렉시트 첫 협상 19일 시작···모든 게 불확실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영국과 유럽연합(EU)이 오는 19일(현지시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을 시작하기로 확정했지만 영국 정국 혼란으로 인해 논의 방향은 첩첩산중에 빠졌다.
15일 BBC방송 등에 따르면 데이비드 데이비스 영국 브렉시트 장관과 EU 집행위원회의 미셸 바르니에 수석 대표는 원래 일정대로 19일 협상을 개시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8일 영국 총선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이 과반 의석을 상실하면서 협상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거라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양측은 논의 끝에 예정된 일정을 그대로 따르기로 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EU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협상 시간은 정해졌지만 구체적인 의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첫 협상은 일단 데이비스 장관과 바르니에 대표가 이끌기로 했다.
영국 총선 이후 브렉시트 협상 방향은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메이는 그동안 '하드 브렉시트'(EU 단일시장 탈퇴)를 고집했는데 의회 장악력을 잃으면서 기조를 전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메이는 보수당에 협력 의사를 밝힌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과 새 정부 구성을 논의해 왔다. 양측은 이번 주 협상 타결을 발표하고 19일 여왕 개원 연설을 진행하기로 계획했지만 뜻밖의 문제가 터졌다.
보수당과 DUP는 13일 런던에서 그렌펠 타워 화재 참사가 발생하자 이 시점에서 정부 구성 합의안 공개는 부적절하다며 일정을 연기했다. 여왕의 연설도 오는 21로 미뤄줬다.
【생드니=AP/뉴시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파리 북부 생드니에 있는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양국 친선축구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2017.06.14
노동당 등 야권은 '소프트 브렉시트'(EU 단일시장 잔류, 유연한 이민 통제)로 협상 방향을 전환시킬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보수당의 유일한 파트너인 DUP조차 하드 브렉시트에는 회의적이다.
메이는 총선 직후 사퇴 의사가 없으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안정적인 보수당 정권을 새로 출범하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보수당 내에서마저 총리 교체와 조기총선 추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영국이 정국 혼란에 빠진 사이 브렉시트 시계는 계속 흘러가고 있다. 지난 3월 리스본 조약 50조(브렉시트 절차 개시)가 발동됨에 따라 영국과 EU는 규정대로 2년 안에(2019년 3월) 협상을 완료해야 한다.
현재 영국은 메이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하드 브렉시트를 강행할지, 초당파 합의를 도모해 협상 기조를 유턴할지, 결국 정권교체로 소프트 브렉시트가 추진될지 무엇하나 확실한 게 없다.
EU는 우려의 시선으로 영국을 바라보고 있다. 바르니에 대표는 영국이 계속 시간을 허비하다간 '노 딜'(협상 결렬) 브렉시트가 실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경우 영국은 아무 대안 없이 EU에서 자동 방출된다.
EU는 스스로 탈퇴를 택한 영국에 단호한 입장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도날트 투스크 EU 상임의장 등은 영국내 상황과 관계없이 브렉시트 일정이 진행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