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원 "멕시코계 미국인 연구프로그램 중단은 인종차별"
【샬러츠빌=AP/뉴시스】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12일(현지시간) 극우 백인인종주의 집회에 참석한 남성이 항의 시위대를 향해 신문판매대를 던지고 있다. 2017.08.16
【서울=뉴시스】 이현미 기자 =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지역 일선 공립 중고등 학교에서 멕시코계 미국인 연구 프로그램이 중단된 것은 인종 차별의 결과였다는 연방지방법원의 판단이 나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리조나 연방지법 A. 월리스 타시마 판사는 지난 22일 애리조나주 투손의 중고교에서 진행했던 멕시코계 미국인 연구 프로그램을 지난 2012년 중단하게 된 것은 교육 당국자들의 인종적 적개심에 의해 벌어졌다고 판결했다.
타시마 판사는 42페이지 분량의 판결문에서 "법원은 해당 프로그램에 관한 중단 결정은 인종에 근거한 두려움을 이용해 정치적 의제를 발전시키려는 열망에 자극 받은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애리조나주 톰 혼, 존 후펜달 전 교육감은 일선 중고교의 멕시코계 미국인 연구 프로그램이 지난 2010년 통과된 주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주법은 애리조나주의 공립학교와 차터스쿨(공적 자금을 받아 교사·부모·지역 단체 등이 설립한 학교)에서 인종 또는 계층에 적의를 품고 있는 프로그램, 특정 민족 집단 출신 학생들에 의해 고안된 프로그램, 학생들을 다룰 때 개인이 아니라 인종적 연대를 지지하는 것 등을 금하고 있다.
혼 전 교육감은 자신의 교육감 임기가 끝나는 마지막 날 해당 프로그램이 주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문서에 남겼다. 당시에는 주법이 발효가 되기도 전이었다. 그러나 그의 후임자인 후펜달 전 교육감이 취임했을 때는 효력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후펜달 전 교육감은 해당 프로그램에 대해 조사할 독립적인 감사를 고용했다.
2011년 5월 감사는 프로그램이 주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후펜달 전 교육감과 애리조나 교육 당국은 자체 조사를 시작했다.
타시마 판사는 판결문에서 조사가 시작됐을 때, 이미 애리조나 교육 당국자들은 그 프로그램이 불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적시했다. 또 교육당국이 해당 프로그램을 직접 들어보지도 않고, 심지어 교사들과 대화조차 나눠보지 않은 채 기본 자료만 갖고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후 후펜달 전 교육감은 법 위반을 이유로 투손통합교육구의 주정부 지원금을 10% 삭감할 것을 지시했고, 곧이어 투손 교육구는 멕시코계 미국인 연구 프로그램 중단을 결정했다.
법원은 후펜달 전 교육감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정치 웹사이트에서 인종적 적개심과 관련된 글들을 발견했다. 익명의 한 사람은 "스페인 라디오 방송국 없음, 스페인 광고판도 없음, 스페인 TV방송국 없음, 스페인 신문 없음. 이것이 미국이다. 영어로 말하라"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이는 "미국의 가치를 거부하고 멕시코의 가치를 포용하는 것은 성공을 거부하고 실패를 끌어안는 것"이라고 썼다.
후펜달 전 교육감은 23일 NYT와의 인터뷰에서 멕시코계 미국인들에게 적개심을 드러내면서 해당 프로그램을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주로 멕시코계 미국인들이 많은 투손 지역에서 자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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