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외무부, 러 방문 자국민에 '反英감정 주의보'
【런던=AP/뉴시스】영국 보건당국이 11일(현지시간)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된 전직 러시아 출신 이중 스파이 부녀가 식사했던 식당 방문자들에게 예방 조치를 요청했다. 경찰들이 지난 10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된 전직 러시아 출신 이중 스파이 부녀가 식사했던 식당이 있는 솔즈베리 인근 하넘에 있는 응급구조대 사무소에서 방호복을 입고 현장 수사를 준비하고 있다. 2018.031
【런던=AP/뉴시스】박상주 기자 = 영국 정부가 러시아를 방문하는 자국 국민들에게 반(反) 영국감정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영국정부가 ‘러시아 스파이 암살 기도사건’의 책임을 물어 러시아 외교관 23명을 추방키로 하는 등 양국 간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영국 외무부는 14일(현지시간) 러시아를 방문하는 영국인들은 “경계심을 늦추지 말라(remain vigilant)”고 당부했다. 영국 외무부는 또 러시아를 방문하는 영국인들에게 양국 간 불거지고 있는 정치적 사안에 대한 공개적인 언급을 피하라고 조언했다.
영국 외무부는 “영국과 러시아 간 고조되고 있는 정치적 긴장 때문에 반 영국 감정 혹은 괴롭힘 등이 발생할 가능성을 인지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오는 6월 열리는 러시아 월드컵에는 수천 명의 영국인들이 러시아를 찾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날 앞서 알렉산드로 야코벤코 런던 주재 러시아 대사는 영국 정부가 ‘러시아 스파이’ 암살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영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 23명을 추방키로 한 결정에 대해 “적대적이고, 수용할 수 없는(hostile and unacceptable” 조처라고 강력 반발했다.
야코벤코 대사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러한 적대적인 행동을 전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 이는 부당하고, 근시안적인 조처”라고 항의 했다. 러시아 대사관측은 야코벤코 대사가 이날 영국 외무부의 소환을 받았으며, 이 자리에서 추방 결정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앞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성명을 통해 영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 23명에게 일주일 안에 영국을 떠나라고 통보했다. 메이 총리는 이날 하원에서 "러시아 정부는 신뢰할만한 설명 없이, 유럽에서 군용 신경작용제를 사용한 일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메이 총리는 또 러시아와의 모든 고위급 접촉을 취소하는 등 경제적, 외교적 제재조처 내용도 발표했다. 그는 영국 왕족들이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앞서 12일 메이 총리는 러시아 출신 이중간첩 세르게이 스크리팔(66)과 그의 딸 율리아(33) 암살 기도는 러시아 정부의 소행이라는 결론을 내린 뒤 13일 자정까지 러시아 측의 소명이 없으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냈었다.
전직 러시아 스파이인 스크리팔은 영국에 기밀을 넘겼다는 이유로 러시아에서 수감생활을 하다 죄수 맞교환으로 풀려났다. 스크리팔은 지난 4일 영국 솔즈베리의 한 쇼핑몰 벤치에서 딸과 함께 독극물에 중독된 채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중태다. 두 사람의 몸에서는 러시아가 군사용으로 개발한 신경작용제 화학무기인 '노비촉(Novichok)'이 검출됐다. ‘노비촉’은 지난해 북한이 김정남을 독살하는 데 사용한 ‘VX’보다 5~8배가량 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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